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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만난 남북 노동자 축구선수들 “승부는 승부! 최선 다할 것”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연습을 마친 뒤 빠져나가자 남측 양대노총 선수들이 환영의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연습을 마친 뒤 빠져나가자 남측 양대노총 선수들이 환영의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민중의소리

그토록 기다려왔던 3년 만의 만남이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남한 북측 선수단이 연습경기장에서 남측 선수단과 처음 조우했다. 남측 선수단이 보낸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에는 승부를 앞둔 긴장감 대신 반가움과 설렘이 잔뜩 묻어났다.

북측의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은 남측 양대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의 축구경기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쪽 땅을 밟았다.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 짐을 푼 북측 선수단은 오후 4시께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내 보조경기장에 도착해 몸풀기와 연습에 들어갔다.

이번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1999년(평양), 2007년(창원), 2015년(평양)에 이어 4번째로 열리는 행사이며,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1929년 경평(경성·평양)축구대회 이후 90년 만이다. 북측 노동자들의 이번 방남은 11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4.27 판문점선언 이후 처음 이뤄지는 민간교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연습을 벌인 가운데, 공업팀 소속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연습을 벌인 가운데, 공업팀 소속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민중의소리

잔디밭 몸풀기 나선 북측 선수단

연습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선 북측 선수단 30여 명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한편으로는 시합을 앞둔 탓인지 긴장감도 엿보였다. 이들은 락커룸에서 흰 유니폼과 붉은 유니폼으로 각각 갈아입고 경기장으로 나왔다.

흰 유니폼은 '경공업노동자팀', 붉은 유니폼은 '건설노동자팀'이었다. 경공업팀은 오는 11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주경기장에서 민주노총팀과, 건설팀은 한국노총팀과 각각 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몸을 푸는 이들의 모습은 잘 훈련된 전문선수를 연상케 했다. 축구공을 다루는 발놀림은 매우 능숙했고, 슈팅 실력도 예사롭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남측 선수단의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인 데 비해 북측 선수단의 평균연령은 30대 중반 정도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가볍게 러닝을 한 뒤 골대 슈팅 연습에 주력했다. 골문을 향해 공격수가 걷어찬 공에는 묵직한 힘이 실렸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발리슛을 선보이기도 했다. 몸을 날려 간신히 공을 잡아낸 골키퍼는 두꺼운 장갑을 꼈음에도 통증을 막을 수 없었는지 "아이고 손 모가지야!" 하는 말을 내뱉었다.

경기장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 연출됐다. 골대 뒷편에서 이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기자는 굴러오는 공을 되돌려주려다 헛발질을 했고, 이를 지켜보던 북측 선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경기장 담장에 공이 '꽝' '꽝' 부딪힐 때면 취재진들은 자라목이 됐다 했다.

폭염 속에서 45분 간의 연습을 끝낸 북측 선수단은 미리 준비한 아이스박스에서 스포츠음료를 하나씩 챙겨 들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연습을 마친 가운데, 경공업팀 소속의 한 선수가 음료를 마시고 있다.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축구팀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연습을 마친 가운데, 경공업팀 소속의 한 선수가 음료를 마시고 있다.ⓒ민중의소리

남측 선수단 본 북측 코치진의 고민?

그 사이 남측의 양대노총 선수단이 오후 5시로 예정된 연습을 위해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북측 선수단이 옷을 갈아입고 경기장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북측 선수단이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락커룸에서 나오자 남측 선수단은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며 환영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깜짝 놀란 얼굴의 북측 선수단은 멋쩍은 듯 미소를 띈 채 목례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짧은 인사를 나누며 경기장을 떠나던 한 북측 선수는 "연습은 잘 하셨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한 뒤 버스에 올라탔다. 곧바로 남측 선수단은 몸풀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서너명의 북측 코치진이 버스에 오르지 않고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다음날 맞붙게 될 남측 선수단의 면면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들은 심각한 얼굴로 한국노총 소속의 선수들이 예상보다 너무 젊어보인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전문 축구팀 경기가 아닌 탓에 결국 평균 연령이 낮은(젊은) 쪽의 승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걱정을 들은 남측 관계자가 '그쪽에는 91년생도 있지 않느냐?'고 말을 건네자 북측 코치진은 "1명이 있다"고 작은 목소리로 답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냐?'는 질문에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아꼈다. 북측 선수단은 "3년 전 평양에서는 경기장이 꽉꽉 들어찼다. 내일 응원 많이 해주시라"고 당부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북측 선수단과 대결을 펼치게 될 남측 선수단은 경기에선 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민진홍(59) 민주노총팀 감독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3년 전에는 남측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해서 오히려 평양시민들이 우리를 응원해줬다"며 "그러나 승부는 붙어봐야 아는 것 아니겠나.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OCI군산공장에서 근무하는 한국노총 소속 김종현(31) 씨는 "승부는 승부니까 이겨야죠"라며 "북측 선수들과는 처음 맞붙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다.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남북 노동자들의 축구경기는 11일 오후 3시30분~7시40분까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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