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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장례메이크업 전문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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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얼굴도 아름답게 혹은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다. 큰 사고를 당해 시신이 훼손된 경우라도 복원 과정을 거쳐 고인의 생전 모습을 찾아준다. 고인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그들을 우리는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전문가라고 부른다.

지난 9일 오후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 전문가인 이종란(57) 협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장례메이크업협회를 찾았다. 150cm남짓한 작은 키에 환하게 웃는 미소가 자연스러운 이 회장을 만나 처음 든 생각은 ‘어떻게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을 시작하게 됐을까’였다. 왠지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가 훼손된 시신을 복원하고 메이크업한다는 사실이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 입학한 이 회장은 연극과 친구들의 분장을 도와주며 메이크업 일을 시작했다. 당연히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 패션쇼 등을 넘나들며 배우나 가수, 모델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그렇게 활동하는 와중에서도 이씨는 천안대와 원광대 등의 겸임교수는 물론 개인 학원까지 운영하며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때쯤 그는 메이크업을 통한 새로운 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메이크업을 가르쳤는데 사실 그 길은 굉장히 좁아요. 정작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받는 돈도 굉장히 적고요. 안타까웠죠.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죽은 사람에게도 메이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요.”

한국장례메이크업협회 이종란(57) 협회장
한국장례메이크업협회 이종란(57) 협회장ⓒ민중의소리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례메이크업’에 도전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을 하고 있던 그가 고민만 하던 장례메이크업을 처음 해본 건 2000년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였다. 당뇨와 심근경색 등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는 자신이 직접 장례메이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실제로 보니 너무 마르셨더라고요. 투병생활도 길었던 탓에 얼굴색도 많이 어두워지셨죠. 그래서 제가 메이크업을 해드리기 했죠. 그런데 평소 메이크업 할 때와 너무 달랐던 거예요. 피부는 화장을 제대로 못 받아들였죠. 파운데이션을 발랐더니 오히려 얼굴이 더 파래지시는 것 같았어요. 너무 당황했죠. 최선을 다했지만 그냥 커버만 하는 수준에 그쳤어요.”

처음으로 장례메이크업을 해 본 그는 장례메이크업이 자신이 해온 일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장례메이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봄 직도 한 상황이었지만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의 의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시아버지의 장례메이크업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서 더 죄송하고 슬펐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 남편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줬죠. 그때 알았죠. 장례메이크업이 단순히 고인을 꾸며드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안정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는 고민 끝에 장례메이크업을 ‘하나의 직업’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주변 학생들에게 장례메이크업을 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았다.

“메이크업을 하는 학생들에게 장례메이크업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예상은 했지만 제 말이 전혀 먹히지 않더라고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죽은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거죠. 그래서 이번엔 장례메이크업에 거부감이 제일 덜할 것 같은 곳이 어딜까 고민했죠. 그렇게 생각한 곳이 장례협회였어요. 하지만 장례메이크업에 대해 전혀 모르긴 마찬가지였죠.”

장례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이종란 협회장
장례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이종란 협회장ⓒ한국장례메이크업협회 제공

현장서 익힌 기술과 노하우...한국장례메이크업협회 설립까지

실패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겸임교수 활동 중 알게 된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상장례 담당 교수를 찾아가 자신이 장례메이크업을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도움을 청했다.

“제 설명을 들으신 교수님께서 강의를 추천해주셨어요. 한 학기에 4번 정도였는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했죠. 제 강의에 참석한 학생은 대부분 장례식장 주인이나 장례지도사들이었어요.”

그가 장례메이크업을 시작하려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는 장례메이크업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장례메이크업과 가장 비슷한 행위가 입관 전 장례지도사들이 고인에게 스킨이나 파우더 정도를 발라주는 정도였다.

“저도 장례메이크업에 대한 교육을 받아 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현장을 직접 다니며 기술을 익혔죠. 명지대에서 알게 된 교수님 중 한 분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그 나라로 돌려보낼 때 시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방부처리 일을 맡아 하시는 분이셨어요. 저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따라다니며 고인 시신에 메이크업을 해드렸죠.”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기술과 노하우를 쌓은 그는 2010년 2월 한국장례메이크업협회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장례식 자료사진
장례식 자료사진ⓒ뉴시스

장례메이크업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이제는 장례메이크업이 그렇게 생소한 문화가 아니다. 장례문화가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인에게 수의를 입히는 것이 과거 보편적인 문화였다면 지금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옷을 입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수의로 얼굴을 덮던 것에서 이제는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 찾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고인이 사고로 사망한 경우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을 찾는 비율은 더욱 높다.

“이제는 장례식장들의 요청으로 소속 장례지도사들의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 수도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죠. 이렇게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전문가가 조금씩 늘어나다 보면 장례메이크업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레 더 확대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전문가 지난해 정식 한국표준직업분류에 포함됐다. 정식 직업이라고 불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장례지도사나 메이크업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일반메이크업과 장례메이크업은 별도죠. 실제 해보면 아시겠지만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화장한다는 건 많이 달라요. 또 시신이 훼손된 경우 복원하는 기술도 필요하죠. 그렇다고 자격조건이 특별히 있는 건 아니에요. 문제는 아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이 한정돼 있죠. 만약 장례뷰티복원메이크업을 직업으로 하고 싶으시다면 한국장례메이크업협회를 찾아오시면 자세한 설명과 교육을 받으실 수 있어요.”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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