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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용 부회장은 멍청한 건가? 오만한 건가?

기자가 그동안 삼성을 너무 과대평가한 모양이다. 기자는 지금까지 삼성을 이끄는 집단이 사악하긴 해도, 최소한 똑똑한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회동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그게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진심이라면, 이 집단은 멍청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멍청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김동연 부총리를 만난 뒤 바이오 분야의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튿날부터 보수 언론들이 일제히 이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그런데 규제를 풀어달라는 내용이 삼성이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즉 바이오 복제약의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단다. 이런 멍청한 자들을 보겠나?

약값을 올리겠다는 이야기는 환자 부담을 더 높이겠다는 이야기다. 환자들의 생명을 자기들의 돈벌이로 삼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물론 바이오 회사 대표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자본이야 원래 돈 많이 버는 것 외에 아무 관심이 없는 탐욕의 집합체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 집행유예 상태라는 점이다. 일부 뇌물 혐의는 이미 고등법원까지 인정이 됐다. 게다가 상고심이 남아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공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매도 등등이 겹쳐 국민들의 반(反)삼성 감정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 상태에서 부총리가 “애로사항 말씀해보세요”라고 했다고 그 자리에서 “우리 환자 등 잘 치게 해 주세요”라며 아픈 사람들의 염장을 지르는 게 정상인가? 좀 겸손해 보이는 척도 하고, 국민 건강을 위하는 척도 하고, 공익을 위하는 척도 하고(물론 그게 진심이 아닌 건 잘 안다!), 이런 연기라도 하는 게 정상인데 집행유예 상태의 범죄자가 환자 등 쳐먹겠다는 로비나 하고 있으니 이걸 멍청하다고 불러야지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렇게 생각해보자. 한전 사장의 꿈이 전기요금 왕창 올려서 회사 수익을 엄청 높이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폭염에 온 국민이 괴로워하는 상황에서, 부총리가 “애로 사항 이야기해보세요”라고 했다고 치자. 그 자리에서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 왕창 올리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누가 봐도 미친 짓인 거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 정도 눈치도 없는 멍청이라면 이런 리더가 이끄는 기업에 미래가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이 이재용의 멍청함 때문이 아니라 오만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정말 문제가 심각해진다.

‘나는 이미 풀려났고 상고심에서는 절대 다시 잡혀가지 않을 것이며,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나 돈 벌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오만함에 이 부회장이 이런 짓을 저질렀던 건가? 그렇다면 이재용은 대한민국이 자기의 발아래 있다고 확신한다는 뜻일 게다.

그 오만함을 박살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를 와해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뇌물로 절대 권력자와 쿵짝쿵짝을 해 3세 승계를 추진해도 괜찮다는 그 오만함을 참아 줄 생각이 조금도 없다. 상고심이 아직 남아있다. 이재용 구속을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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