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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납시다” 폭염 속 울려퍼진 427명 시민들의 통일합창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서 4.27합창단이 ‘반갑습니다, 가자 통일로‘ 등을 합창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서 4.27합창단이 ‘반갑습니다, 가자 통일로‘ 등을 합창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남측 시민 합창단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한 남북 선수들에게 ‘통일 메들리’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판문점 선언이행 4·27 대합창단(이하, 4·27 합창단)은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4·27 대합창’을 진행했다. 이번 축하공연을 위해 6·15시민합창단을 중심으로 노동자노래협의회, 이소선합창단, 416합창단, 평화의나무합창단, 향린교회성가대 등 합창단을 포함해 427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가 통일을 노래했다.

4·27 합창단의 지휘는 ‘6·15합창단’ 이정아 지휘자가 맡았다. 그는 “그 동안은 통일이라는 말 자체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노래를 통해 통일을 말한다면 두려워했던 북에 대해서도 가깝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부르는 통일 노래가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공동체 꿈꾸는 고래’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남지은(24·여)씨는 참여 계기에 대해 “국가대표들끼리 만나지 않더라도 나라 발전에 힘쓰는 노동자들의 교류를 보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남씨는 “제가 초등학교 때는 금강산 교류도 가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단절됐다. 북측 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잘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의미가 있다. 남북이 경쟁하기보다는 재밌는 추억 거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상암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에서 시민 427명이 판문점 선언 이행, 평화체제 구축을 염원하며 대합창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상암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에서 시민 427명이 판문점 선언 이행, 평화체제 구축을 염원하며 대합창을 준비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실전 같은 리허설

폭염 속에 전체 리허설이 진행됐다.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합창단 리허설은 오후 2시로 미뤄졌다. 합창단의 공연이 진행될 동문 B열엔 그늘 한 점 없었다. 쏟아지는 햇빛 속, 단원들은 지쳐보였다. 하지만 합창 리허설이 시작되자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모두가 그늘 막을 걷고 일어섰다. 얼굴에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단상에 올라선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다 같이 입을 맞췄다. 리허설이었지만 본 공연 못지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향린교회 성가대원인 김신(47·남)씨는 “연습 과정에서 소리를 모아 합창을 하니 감동이 되고 통일에 대한 열정이 살아난다”며 “합창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노래 부르면, 듣는 사람도 감동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시 15분 리허설이 끝나고 단원들은 경기장 밖 복도에서 돗자리를 깔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경기 시작 전까지 2시간 남짓이 있었지만 휴식 시간은 이 때뿐이었다. 연습은 계속됐다. 단원들은 동문 A열 5층 관람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자리를 잡았다. 힘든 사람은 앉아서 해도 된다는 지휘자의 만류에도 대부분의 단원들이 일어서서 노래를 했다.

개막식이 시작되자 단원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문구와 함께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진 하얀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입장했다. 한 손에는 작은 한반도기가 들려있었다. 경기 내내 단원들은 한반도기를 흔들거나 응원봉을 두드리며 힘찬 응원전을 펼쳤다.

11일 상암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에서 시민 427명이 판문점 선언 이행, 평화체제 구축을 염원하며 대합창을 하고 있다.
11일 상암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에서 시민 427명이 판문점 선언 이행, 평화체제 구축을 염원하며 대합창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서울의 한 순간을 기억한다면 이 순간이길

남측의 민주노총팀과 북측의 조선직총 경공업팀 경기 전반전이 끝난 저녁 7시, 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시작됐다.공연의 레파토리인 ‘통일 메들리’는 ‘반갑습니다2’, ‘전민족대단결가’, ‘통일이 그리워’, ‘백두산’, ‘통일이 되면’, ‘가자 통일로’, ‘하나 되는 땅’, ‘그렇게 하나’ 등 8곡의 통일 노래로 구성됐다.

웅장한 반주와 함께 ‘반갑습니다2’가 시작됐다. 북측 동포들이 ‘반갑습니다’로 방북한 남측 인사들을 반겼다면, 이번엔 남측 시민들이 ‘반갑습니다2’로 방남한 북측 선수들을 환영했다.

분위기를 바꿔 ‘전민족단결가’가 시작됐다. 부드러웠던 합창단의 목소리가 힘차게 바뀌었다. “단결된 민족 만만세” 부분에서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가 섞이며 아름다운 하모니가 만들어졌다.

이어서 시작된 ‘통일이 그리워’는 발랄한 곡이었다. ‘내가 제일 예쁘다’는 생각으로 신나게 부르라던 지휘자의 주문이 빛을 발했다. “언제쯤이 되어야 서울에서 제주만큼 북으로 가볼까”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에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곡 분위기가 거듭 반전되면서 지루할 틈 없이 10분 남짓한 공연이 마무리 됐다.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보답했다.

1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에서 시민427명이 '통일'을 기원하며 대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
1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에서 시민427명이 '통일'을 기원하며 대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4·16 합창단 박미리 지휘자는 “북측 선수들이 북녘 땅에 가서 서울의 한 순간을 기억한다면 합창단의 노래였으면 좋겠다”며 “꿈꾸던 북녘 사람들을 만나니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4·16 합창단 최순화 단원은 “땡볕에 남북 시민들이 이렇게 노력했는데 통일 안 되면 큰일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충북에서 왔다는 최양다음(17·여) 학생은 “11년 만에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비로소 만나 이렇게 남북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을 보니까 감동적이었다”며 “올해 안에 종전선언 약속했는데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 와서 노래대로, 백두에서 한라까지 누비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고 기대했다.

9살에 피난 왔다는 77세 할아버지는 “전쟁은 사람을 악마로 만든다. 종전이 되고 통일이 되어서 한민족끼리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내 죽기 전에는 통일을 봤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강석영, 장재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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