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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겨도 행복해” 통일 향한 골문 뒤흔든 노동자들의 힘찬 슛팅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남북 노동자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운동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남북 노동자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운동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통일을 향한 골문이 6차례나 터졌다. 골이 터져 나올 때마다 경기장엔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고, “우리는 하나” 구호가 경기장을 가득 울려 퍼졌다.

11일 오후 5시경 시작돼 7시40분까지 진행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양대노총은 조선직업총동맹을 상대로 패배했다. ‘한국노총 대 조선직총 건설팀’ 경기는 1대3으로, 이어 열린 ‘민주노총 대 조선직총 경공업팀’ 경기는 0대2로 끝났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경기였다.

경기 결과로만 보면 양대노총의 참패였지만, 경기장을 찾은 3만여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북측 노동자들의 승리를 함께 축하했다. 선수들도 공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하다 넘어지면,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등을 다독여 주는 등 ‘하나된 모습’으로 경기를 펼쳤다.

경기장을 찾은 3만여 양대노총 조합원, 서울시민, 통일선봉대, 통일축구서포터즈 등은 파도타기와 각종 구호를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어느 한 팀을 응원하지 않고 ‘우리는 하나다’, ‘자주통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양 팀을 응원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남북노동자 선수 대표단이 관중들의 환호 속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남북노동자 선수 대표단이 관중들의 환호 속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단일기 앞에서 만난 남남북녀

경기가 열린 상암 월드컵경기장엔 거대한 단일기가 게양됐다. 푸른 한반도가 그려진 단일기는 경기장 남쪽 꼭대기에 펄럭였고, 지는 태양을 받아 더욱 밝게 빛났다.

남북 주빈단·대표단, 선수단 소개와 대회사·축사 등의 순서가 모두 끝나자 녹색의 운동장에 4개의 커다란 단일기가 등장했다. 운동장을 진동케 하는 북소리가 울리고 단일기를 든 전통복 차림의 무용수들이 운동장을 질주했다. 이어 “통일의 바람이여 불어라!”라고 외치는 소리꾼의 목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노을을 조명으로 한 무대에선 남남북녀의 공연이 펼쳐졌다. 밧줄에 매달린 두 사람은 애잔한 몸짓으로 공중제비를 펼쳤다. 이들의 몸짓 뒤론 꽃잎이 흩날렸다. 이 공연은 경기장 높게 걸린 단일기 앞에서 남남북녀가 포옹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공연이 끝난 뒤엔 묵직한 폭죽소리와 함께 현수막이 펼쳐졌다. 펼쳐진 현수막엔 ‘4.27 판문점 선언이행’이란 글자가 박혀 있었다.

이어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호명됐다. 11명의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 선수들의 이름이 먼저 호명된 뒤, 11명의 한국노총 선수들의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기는 시작됐다.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 한국노총 대표팀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건설노동자팀의 경기에서 건설노동자팀 선수가 한국노총 선수를 일으켜주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 한국노총 대표팀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건설노동자팀의 경기에서 건설노동자팀 선수가 한국노총 선수를 일으켜주고 있다.ⓒ김철수 기자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 민주노총 대표팀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경공업팀의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북측 경공업팀 정현성이 민주노총 성호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 민주노총 대표팀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경공업팀의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북측 경공업팀 정현성이 민주노총 성호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1대3, 0대2…양대노총의 패배

‘한국노총 대 조선직총 건설팀’의 경기는 내내 건설팀이 우세한 흐름으로 진행됐다. 북측 선수들은 노련하게 공을 몰며 한국노총 선수들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인 뒤, 길게 찔러주는 패스를 통해 맹렬한 속공 플레이를 펼쳤다.

17번 서대성 선수와 15번 강진혁 선수의 빠른 달리기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공격은 확실하게 통했다. 건설팀의 슛은 수차례 한국노총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노총의 공격에도 기회가 여러차례 생겼다. 하지만 번번이 슛이 골대를 빗나갔다.

결과는 3대1. 한국노총의 패배였다.

민주노총과 조선직총 경공업팀의 경기도 다를 바 없었다. 민주노총은 거칠게 경공업팀을 몰아붙이는 듯 했으나, 경기시작 2분 만에 골을 내줬다. 높게 떠오른 공이 키가 큰 경공업팀 선수의 머리를 맞고 떨어지자, 뒤를 따라오던 경공업팀 10번 방명국 선수가 강력한 슛으로 골대를 뒤흔들었다.

그나마 민주노총이 큰 점수 차이로 지지 않은 것은 골키퍼의 선방 때문이었다. 민주노총팀의 골키퍼는 경공업팀의 위협적인 슛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민주노총팀의 슛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왼쪽 윙에서 올려준 공을 공격수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북측 골키퍼가 정면으로 향하는 바람에 골로 이어지진 않았다. 후반전에도 강력한 중거리포를 쏘았지만, 이 또한 북측 골키퍼가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민주노총과 경공업팀의 결과는 0대2. 민주노총의 패배였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서 첫 번째 경기를 마친 북측노동자 선수 대표단이 관중들과 악수를 하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서 첫 번째 경기를 마친 북측노동자 선수 대표단이 관중들과 악수를 하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찾은 시민이 아이와 함께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찾은 시민이 아이와 함께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찾은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찾은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내 죽기 전에 통일을 봤으면…”

북측 건설·경공업 팀의 앞도적인 승리였지만, 승패에 대한 가림은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 남북 노동자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경기장을 찾은 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관중들도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3만여 관중과 남북 선수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경의선 타고’ 등의 노래를 부르며 대회의 마지막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경남 창원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상암을 찾았다는 손명희(48·여)씨는 “오랜만에 남과 북이 만났다”며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손씨는 “이 자체로도 너무나 감격스럽다. 누가 이겨도 행복한 이런 경기가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른 교류들도 많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평화통일만이 우리가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꿈을 가지고 왔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8개월 된 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신모(36)씨는 “정부가 바뀌니까, 이런 것도 이뤄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씨는 “사실 북미 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조금은 지지부진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남북 노동자가 노력을 하는 모습이 참 좋은 것 같다”며 “또 저희 같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여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77)은 “종전이 되고 통일이 되어서 한민족끼리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 죽기 전에 통일을 봤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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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최재윤·장재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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