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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경제위기, 리라화는 왜 곤두박질치나?
지난 5년간 터키 리라화의 폭락 추세
지난 5년간 터키 리라화의 폭락 추세ⓒft.com

터키의 리라화(Lira)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일 달러 대비 5% 떨어진 리라화의 가치는 9일에는 4%, 10일에는 16% 각각 추가로 추락했다.

활기 넘치는 경제, 그리고 유럽과 중동의 시장 모두와 가까운 매력적인 지리적 위치를 자랑하는 나라가 어쩌다가 이런 위기에 빠졌을까? 여기에 15년간 집권했고, 스스로 경제를 탈바꿈시켰다고 주장해 온 레제프 나이이프 에르도안의 정권이 한 역할은 무엇일까?

리라화는 왜 폭락하고 있나?

리라화의 폭락세는 가히 충격적이다. 올해에만 그 가치가 40% 이상 떨어진 리라화는 세계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주요 통화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 하락폭은 더욱 놀랍다. 5년 전만 해도 1달러로는 2리라 밖에 사지 못했지만 지난 10일에는 1달러로 6.5리라 이상을 살 수 있었다.

리라화가 이렇게 약화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주에는 세계가 터키와 미국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주, 미국 국무부는 60년 이상 NATO 동맹국으로 지내온 터키에 대해 제재를 가하며 세계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터키가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가택연금 시켰고, 이를 해결하려던 터키-미국 간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행위 혐의로 구속돼 옥살이를 하다 지난달 말부터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이 브런슨 목사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다른 요인이 많다.

터키의 경제 호황 뒤에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해외 펀드의 유입이 놓여있다. 그리고 이런 펀드의 행동은 부분적으로는 미국과 EU의 극단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터키와 다른 신흥시장에서의 높은 이익을 추구하도록 부추겼다. 몇몇 분석가들은 터키를 “양적완화 노름”이라고 불렀다. 터키가 외국자본의 자산 구매로부터 이익을 보는 나라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로존의 양적 완화는 이제 과거 일이 됐고, 터키는 필요한 외자를 유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터키가 필요로 하는 자금은 상당하다. 9일 발표된 ABN 암로의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터키가 올해에만 218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조달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터키 기업의 외화 부채와 경상수지 적자를 포함한 액수다.

이 보고서는 아직까지는 터키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외화 반출에 대한 당국의 자본통제 가능성과 IMF의 지원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외환시장에 추가적인 압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많은 투자자들은 터키 정부에게 국내 소비와 건설 위주의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세금을 인상하고 소비를 억제하면 경제적 경착륙의 위험과 현재 GDP의 5%가 넘는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 자본에 대한 터키의 의존도도 떨어질 것이다.

경기를 둔화시키면 현재 15%가 넘는 물가상승률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자율을 높이면 인플레이션과 리라화의 폭락 모두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특히 달러나 유로화로 빚을 졌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그 부채액이 급증한 터키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터키 비금융회사들의 외화부채는 외화자산보다 무려 2000억달러가 많다. 비금융사기업들이 향후 12개월 동안만 갚거나 연장해야 하는 외채도 660달러가 넘는다. 한편 터키의 은행들이 갖고 있는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는 760억 달러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할까?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가장 강력한 통치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에 현재까지는 동의하지 않는다.

군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2016년 이후, 에르도안 정권은 감세 등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조치들을 취했고 그 이후 이런 입장을 고수해왔다. 에르도안은 또한 오랫동안 “모든 악의 어머니요, 아버지”인 고금리를 터키 기업가 정신을 끌어내리는 장애물이라고 맹비난해 왔다.

이런 상황이니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꺼리고 지난 달에도 예상과는 달리 이자율을 높이지 않은 것이 놀랍지는 않다.

문제는 시장에 개입할 정도의 외환보유고가 없는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대안적인 무기가 없다는 점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선전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선전물ⓒ뉴시스/AP

이번 위기는 터키의 권위주의 부활과 관련이 있나?

급격히 확대된 터키 대통령의 권한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패한 쿠데타 시도 이후 에르도안이 대통령령으로 통치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에르도안은 또한 작년에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에르도안은 그 확대된 대통령 권한을 지닌 채 이번달 6월 대선 이후부터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에르도안 정권의 통치가 점점 자의적이 되고 행정부가 점점 사법부의 기능을 잠식하면서 우려를 표하는 국가가 많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 에르토안의 통치 기간 동안 경제 정책의 최고 책임자는 기술 관료가 맡았다. EU와의 협상을 담당하고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던 알리 바바칸이나 메릴린치 출신의 메멧 심섹처럼 말이다.

이런 관료들은 두 가지 역할을 했다. 하나는 터키의 경제적 상황을 세계에, 특히 펀드 매니저나 투자 은행에 알리는 역할이었고, 또 하나는 자본 통제의 강화 등과 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에르도안 대통령이 펼치지 못하게 조언하는 역할이었다.

에르도안이 바바칸과 같은 관료들과 회의를 한 이후에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높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들 관료들은 “다른 대안이 없다”는 말로 에르도안을 설득했던 셈이다. 하지만 6월 대선 승리 이후, 에르도안은 사업가 출신의 자기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를 더 강력해진 재무부의 수장으로 앉혔다.

그 이후 벌어진 리라화의 폭락을 봐도 알 수 있듯, 시장이 이 전략을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다.

기사출처:Why is the Turkish lira tumbling?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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