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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위기? 그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연준의 자산총계. 오른쪽 끝에서 작은 변화가 보인다.
연준의 자산총계. 오른쪽 끝에서 작은 변화가 보인다.ⓒFRED

위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가진 모든 자산의 가치를 보여주는 도표다.

연준이 세계경제를 살린 기본적인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연준이 4.8조 달러의 채권과 다른 자산을 사들인 것이다. 연준의 이런 구매로 세계 경제에는 4.8조 달러의 현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중 일부는 아마 당신의 월급으로 갔을 것이다.

이 돈은 기본적으로 구제 자금(rescue money)이었다.

이 도표의 끝부분이 올해 살짝 떨어진 것이 보이는가? 이것이 기나길었던 연준의 양적완화가 역전하는 시점이다.

세계 경제는 현재 잘 성장하고 있다. 구제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연준은 2008년 이후 사들인 자산을 팔기 시작했고 뿌려진 많은 현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연준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자산 증가분을 줄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유로화 구제 자금은 올해 9월 이후 없을 예정이다. 영국 중앙은행도 또 다른 현금 회수 방법으로 이자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회수된 파운드화도 다시 금고로 돌아갈 예정이다.

쉽게 말해 구제 자금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위 도표 끝부분이 살짝 떨어진 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연간 6000억 달러의 현금이 시중에서 줄어든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가 아니라 2015년부터 현재까지의 도표를 살펴보자.

연준의 자산총계. 위 도표의 끝부분을 확대한 것이다.
연준의 자산총계. 위 도표의 끝부분을 확대한 것이다.ⓒFRED

이제는 “살짝” 떨어진 끝부분이 실은 얼마나 큰 낙폭을 그리고 있는지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 통화 시장에 왜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터키의 리라화 폭락을 두고 언론은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싸움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터키에 있는 미국 목사의 가택 연금과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보복 관세를 둘러싼 싸움 말이다.

하지만 그 이슈들이 리라화의 가치를 40% 떨어뜨릴 정도로 크지는 않다.

리라화가 폭락한 진짜 이유는 연준의 자산 조정

연준이 달러를 회수하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달러화가 줄어든다. 달러의 공급이 줄어들수록 달러의 가치는 높아진다. 그리고 달러의 상대적 가치가 증가할수록 다른 화폐의 상대적 가치는 하락한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봤을 때 다른 화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터키가 다른 국가에 비해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그러니까 리라화가 무려 40%나 폭락한 이유는 터키 경제가 큰 적자 재정과 “해외” 부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기가 좋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자국의 화폐도 가치가 높아지면서 외채를 갚기가 점점 쉬워진다. 그리고 더 많은 빚을 낼 유혹도 크다. 이렇게만 되면 경제는 급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터키의 GDP는 7%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미국의 2%나 영국의 3%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터키 국민이 “경제의 기적”을 만끽하고 있는 동안 터키의 총외채는 4660억 달러, 그러니까 터키 GDP의 약 60%에 육박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현금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현금이 줄고 달러화가 점점 귀해지고 있기 때문에 터키가 빚을 갚고 정부 지출을 감당할 외환을 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리라화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사이에 터키의 외화 표시 부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분기점에 다다랐다

신흥시장, 작은 국가들의 ‘전염’에 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도 이것이다.

호주 달러도 계속 타격을 입고 있다. 호주는 중국과 아시아, 그리고 태평양의 다른 국가들과 교역을 많이 한다. 호주 경제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무려 21년간. 하지만 미국 달러가 아닌 호주 달러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 달러의 가치는 이제 크게 떨어졌다.

세계적인 불황은 이렇게 시작된다

멀쩡하던 경제들이 갑자기 자국화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한 국가가 빚을 못 갚는 상황에 빠지면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국가에 투자한 돈도 빼간다.

아래 도표는 연준 자산이 “살짝” 떨어진 것이 어떤 세계적 파장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할 때 주요 신흥경제권 채권의 현재 가치
올해 초와 비교할 때 주요 신흥경제권 채권의 현재 가치ⓒ도이치방크

이를 보면, 터키가 실은 달러화의 강세로 위기에 빠진 두 번째 국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내내 외환 위기와 씨름했다.

어떤 국가가 그 다음으로 타격을 받을까?

위의 도표에서 러시아와 브라질이 약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국가는 모두 경제 규모가 상당히 크다.

가장 최근에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던 것은 1998년 러시아 금융 위기 때였다. 당시 러시아는 완전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이어 “위기”에 빠지게 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1990년대 후반 일어났던 신흥 국가들의 금융 위기가 되풀이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꼭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연준의 자산을 보여준 첫 번째 도표를 보라. 현재가 경제적으로 너무나 무서운 순간인 이유는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위기에 봉착했는데, 연준은 달러 회수를 이제 겨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갈 길은 멀고도 멀다.

기사출처:The crisis in Turkey is being caused by the US Fed, and we are only at the beginning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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