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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CJ대한통운에서 감전사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보내는 추모의 글

억울한 죽음.

택배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죽은 대학생 ‘김모’씨의 죽음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짧은 문장입니다.

저 또한 군대 전역직전 말년 휴가 때 며칠을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군대에서 21개월을 최저임금보다 못한 돈을 받으며 일을 했는데, 최저임금을 주면서 오늘 구직하면 다음날 바로 일할 수 있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제가 일했던 현장은 저 말고도 일한지 6개월이 안된 미숙련 노동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탑차에서 수많은 짐들을 내리고, 그 물건들을 분류하는 일이었습니다. 물건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탓에 쉬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한통운택배에서 일하다 사망한 청년노동자 김군의 빈소
대한통운택배에서 일하다 사망한 청년노동자 김군의 빈소ⓒ청년민중당 제공

2018년 8월6일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그날 에어컨도 없는 현장에서 웃통을 벗고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서 ‘김군’과 친구는 상하차 노동을 했습니다. 지금도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는 “100%당일현금지급/야간근무/분류/상하차 알바모집”이라는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옵니다. 상시 지속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없기 때문에, 택배 상하차 노동은 일용직 청년들의 젊음을 빨아서 그 작업을 유지합니다. ‘김군’이 죽은 그 현장에서 1년 이상 일하는 정규 노동자의 존재가 몇 명이나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아버지가 “전기가 흐르는 위험한 부분을 청소하라고 지시해 사고가 났다”고 했습니다. 청소를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을 보니 현장 일을 마치고, 퇴근할 직전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매일 현장을 청소하는 것 또한 상하차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역할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는 위험한 곳에 대해 정확히 현장 설명을 하지 않고 작업지시를 시킨 명확한 택배물류창고 관리자의 책임입니다.

한해 1500억 이상 순이익 나는 대한통운택배
노동자 억울한 죽음 막으려면 기업살인법 제정해야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 강남지점 택배기사가 거주지 인근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기사는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74시간동안 일했다고 합니다. 추석기간 동안 아픈 몸을 이끌고 근무를 하다가 과로사한 것입니다.

CJ대한통운의 지난 3년간 순이익은 약 1500억 이상입니다. 이 순이익은 CJ대한통운이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를 사용하고, 법정노동시간인 68시간조차 초과해서 일을 시켜 과로로 죽은 노동자의 ‘핏값’입니다. 사람 한명 죽는 것보다 안전시설을 유지하는 것이 돈이 더 들기 때문에 기업이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죽음은 명확히 CJ대한통운의 책임입니다.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의 규탄시위(자료사진)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의 규탄시위(자료사진)ⓒ임화영 기자

이런 일이 없어지려면 하루 빨리 노동자 한명이 죽을 때 그 죽음의 책임을 원청이 책임지는 ‘기업살인처벌법’이 제정돼야 합니다. 산재 사망사고는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에 책임감을 느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서 CJ대한통운 및 택배업계는 그동안 열정 많은 청년들의 피 빨아먹는 저임금 고강도 택배운송 정책을 중단하고, 상하차 노동을 정규직 노동자로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작업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감전사 당했던 제2의 ‘김군’을 막을 수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은 고강도 저임금 정책, 사람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해서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유지하고 싶었던 20대 초반의 ‘김군’이 CJ대한통운의 탐욕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더 이상 위험한 노동에 청년들이 자신을 팔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종민 전 청년전태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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