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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오붓한 만남 이어간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내일 울지 말자”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북측 이산가족들이 개별상봉을 위해 남측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금강산 외금강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북측 이산가족들이 개별상봉을 위해 남측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금강산 외금강호텔에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들은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오붓한 만남을 이어갔다. 오열과 통곡이 터져 나왔던 전날에 비하면 상봉은 한결 밝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먼저 남북 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남측 방문단의 숙소인 금강산 외금강 호텔의 각 객실에서 비공개로 개별상봉을 했다. 객실에서 가족끼리 함께 점심 도시락을 먹는 시간까지 합치면 3시간 동안 못다한 얘기를 나누며 모처럼 혈육의 정을 나눴다.

전날에 이은 이틀째 만남이지만 남측 가족들은 개별상봉이 시작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있는지도 몰랐던 딸(유연옥·67)을 만난 유관식(89) 씨는 "소원이 풀렸다. 밤에 피곤해서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잘 잤다"며 "오늘도 너무 기대가 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형수와 조카를 만나기 위해 온 김종삼(79) 씨는 화려한 반짝이 중절모를 쓰고 형 김종태(81) 씨와 호텔 로비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종삼 씨는 자신의 중절모를 가리키며 "화려한 걸 일부러 썼어. 이렇게 반짝거리면 멀리서도 (북측 가족이) 나를 잘 알아볼 수 있을 거잖아"라고 말했다.

오전 9시 55분께, 마침내 기다리던 북측 가족들이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개별상봉 장소인 외금강호텔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북측 가족들의 손에는 남측 가족들에게 전해줄 선물이 들려있었다. 한 남성은 '개성고려인삼'이 적힌 선물을 들고 왔고, 한 할머니는 장류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항아리를 노란 봉지에 싸왔다. 분홍색 곽에 담긴 '개성고려인삼 화장품'을 챙겨온 이도 있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북측 이산가족들이 개별상봉을 위해 남측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금강산 외금강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북측 이산가족들이 개별상봉을 위해 남측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금강산 외금강호텔에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금강산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앞두고 호텔에 도착한 북측 이산가족들에게, 남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북한 관계자들이 나눠주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금강산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앞두고 호텔에 도착한 북측 이산가족들에게, 남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북한 관계자들이 나눠주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북측 당국은 남측 가족들을 위한 선물로 백두산 들쭉술, 대평곡주 등을 준비해놓기도 했다. 북측 가족들은 양손 가득 선물보따리를 들고 남측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객실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15분께 호텔 1~8층의 객실에는 북측 가족들이 대부분 입장했다. 그러나 407호에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애가 탄 남측 가족이 "왜 안 오느냐"며 지원인원에게 사정을 물어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반가운 북측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측 가족은 "오빠 왔네, 왔어" 하며 북측 가족과 함께 객실로 들어갔다.

남북 가족들은 객실에서 비공개로 개별상봉을 한 뒤 곧바로 함께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이번처럼 가족끼리만 오붓한 식사시간을 갖는 것은 처음이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 때는 객실상봉 이후 모두 모여 공동오찬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가족들의 편안한 만남 시간을 늘린다는 취지에서 '도시락 점심'이 이뤄졌다.

오전 11시 40분이 되자 고운 한복 차림의 접객원들은 각 객실의 문을 두드리며 인원수대로 도시락을 넣어줬다. 그렇게 도란도란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2시 55분, '상봉 종료' 안내방송이 나온 뒤 북측 가족들이 하나 둘 퇴실을 시작했다. 남측 가족은 "이따 봅시다" 하며 아쉬운 배웅에 나섰다.

웃음 가득한 상봉 둘째 날…"넌 사랑한다는 말 안 하니" 누나의 투정
'우리의 소원은 통일' '고향의 봄' 합창 터져나온 상봉장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한 관계자가 남측 박갑일(79)씨 가족과 북측 처남처 문경옥(81)씨  가족의 기념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한 관계자가 남측 박갑일(79)씨 가족과 북측 처남처 문경옥(81)씨 가족의 기념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문혁(95)씨 가족과 북측 조카 리관혁(80)씨 가족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문혁(95)씨 가족과 북측 조카 리관혁(80)씨 가족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오후 3시부터는 다시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2시간 동안 단체상봉이 진행됐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손을 꼭 잡은 가족들의 테이블에는 '하하호호' 웃음꽃이 만발했다. 전날 첫 상봉에서 갖가지 사연과 함께 상봉장이 눈물바다를 이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웃 테이블과 여유있게 환담을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먼저 상봉장에 도착해 형 서진호(87) 씨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동생들은 "우리 형님 언제 오시느냐"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기다리던 형이 도착하자 동생 서찬호(74), 서원호(63) 씨는 "아니, 주인께서 먼저 오셔야지.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테이블에는 북측이 준비한 사탕, 초콜릿 과자, 과일단묵, 강정, 캔커피 등 다과꾸러미가 놓여졌다. 남북 가족들은 다과를 오손도손 나눠먹으면서 담소를 나눴다. 서로의 잔에 음료수를 따라주며 하나라도 먹을 것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모습도 흔했다. 신재천(92) 씨는 개별상봉 때 여동생(신금순·70)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뭐라도 주고 싶다며 대한적십자사에서 제공받은 우산과 세면도구 세트를 들고 나왔다.

북측의 남동생(김은하·75)을 만난 김혜자(75) 씨의 입에서는 연신 "사랑해"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생이 쑥쓰러운 듯 별 말 없이 웃기만 하자 "넌 사랑한다는 말 안 하니"라며 투정을 부렸다. 이에 칠순을 넘긴 동생은 "누님을 존경해요. 누님이 날 사랑해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는 말로 화답했다. 누나는 "너무 좋다. 꿈 같다. 지금까지도 꿈 꾸고 있는 것 같다"며 "같이 있고 싶다. 안 보내고 싶다"고 속삭였다. 배순희(82) 씨도 북측의 여동생들을 만나 "70여 년 만에 만났으니 못다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어제, 오늘 한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나면서 애틋한 혈육의 정이 상봉장을 가득 채워갈 무렵,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북측의 조카들을 만난 최동규(84) 씨의 테이블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이 먼저 터져나왔다. 뒤를 이어 옆 테이블에서 차제근(84) 씨 가족들의 '고향의 봄'이, 또 최기호(83) 씨 가족들의 '찔레꽃', '반갑습니다' 합창으로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머리가 하얗게 샌 북측 조카들이 할아버지를 위해 춤사위를 벌였다.

건강 때문에 상봉 포기한 일부 가족들 '안타까움'
내일의 이별 떠오른 남매 "눈물 흘리지 않기로 약속하자"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 씨가 안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 씨가 안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라순옥(58)씨 가족이 남측 나성필(51)씨에게 "아이에게 주라"며 과자를 선물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라순옥(58)씨 가족이 남측 나성필(51)씨에게 "아이에게 주라"며 과자를 선물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현장에서는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이산가족이 속출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어머니 한신자(99) 씨를 만나기 위해 상봉장에서 기다리던 북측의 두 딸(김경실·김경영)은 단체상봉 시작 10분이 지나도록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뒤늦게 한 씨의 남쪽 딸 김경복 씨가 혼자 나타나 어머니가 피로누적으로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결국 상봉은 남북의 세 자매끼리 진행됐지만, 한 씨가 종료 5분을 남겨두고 부축을 받으며 나타나면서 잠시라도 만날 수 있었다.

북측의 여동생과 조카를 만나려던 김달인(92) 씨도 컨디션의 문제로 상봉장에 나오지 못했다. 김 씨의 남측 가족이 대신 나와 "오빠(김달인 씨)가 오늘 어지러우시대서 못 오셨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의 여동생 김유덕(85) 씨는 남측 가족이 애써 웃으며 건네는 다과를 받기만 할 뿐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상봉장의 입구만 바라볼 뿐이었다.

강화자(90) 씨 역시 오전 개별상봉 이후 몸 상태가 나빠져 북측 조카들과의 상봉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 상황이 사전에 북측에 전달되면서 북측 가족들도 상봉에 나오지 않았다. 북측의 조순도(89) 씨는 동생과의 만남을 이어가다 건강상의 문제로 결국 종료 5분 전 휠체어를 타고 먼저 퇴장했다.

행복한 만남의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그럴수록 내일의 이별이 떠올랐다. 북측의 두 동생을 만난 박기동(82) 씨는 "60여 년 만에 만나 반갑지만,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 됐다"며 "기약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병오(88) 씨는 북측 여동생 순옥(81) 씨에게 "오늘 밤 편안히 자자. 내일 눈물 흘리지 않도록 약속하자"고 말했다.

오후 5시, 이내 "집체 상봉을 종료합니다" 안내가 흘러나왔다. 남북의 가족들은 "내일 만나요 우리", "내일 또 만날 수 있어요" 등의 말을 건네며 서로를 위로했다. 북측 가족들은 상봉장을 떠나는 남측 가족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오는 22일 마지막 상봉이 진행된다. 다행히 남북이 기존에 합의했던 상봉시간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1시간 늘어나게 됐다. 당초 오전 11시에 작별상봉을 시작해 공동중식을 한 뒤 오후 1시에 상봉을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작별상봉 시간을 오전 10시로 앞당긴 것이다. 이는 남북이 추가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남측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가능해졌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외손자 민재홍(44)씨와 북측 조카 림종선(57)씨가 셀카를 찍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외손자 민재홍(44)씨와 북측 조카 림종선(57)씨가 셀카를 찍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한 관계자가 남측 박갑일(79)씨 가족과 북측 처남처 문경옥(81)씨 가족의 기념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한 관계자가 남측 박갑일(79)씨 가족과 북측 처남처 문경옥(81)씨 가족의 기념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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