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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건강하시라요!” 오열…남북이산가족 상봉 일정 종료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병오(88) 씨가 북측 동생 김순옥(81) 씨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병오(88) 씨가 북측 동생 김순옥(81) 씨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다시 이별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이 끊긴 지 65년. 죽기 전에는 내 혈육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그리움으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하지만 꿈만 같았던 만남은 너무나도 짧았다.

22일 남북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만남이 끝났다. 남측 이산가족 89명을 비롯한 동반가족 등 197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3시간 동안 북측 가족들과 작별상봉 및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2박 3일간 진행된 상봉일정 중 마지막 순서였다. 반세기가 넘는 회한을 풀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어"

아들을 만나면 "너도 술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싶다던 이기순(91) 씨는 남쪽에서 가져온 소주 한 병을 꺼내 물컵에 따랐다. 칠순을 훌쩍 넘긴 아들 강선(75) 씨는 말 없이 잔을 들이켰다. 두 살 때 헤어진 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눠 마시는 소주였다. 아버지는 사과 접시를 아들 앞으로 밀어놓은 뒤 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부자는 먹는 모습도 닮았다.

이른 아침부터 어두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김병오(88) 씨는 북측 여동생과 조카의 테이블에 앉았지만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다만 허공을 바라보며 흐느낄 뿐이었다. 동생 순옥(81) 씨는 옆에서 "오빠 울지마, 울면 안 돼" 하며 손을 꼭 잡았지만 오빠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침착하려 애쓰던 동생도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남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하이고~"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북측의 두 여동생은 오빠 김춘식(80) 씨가 상봉장에 나타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 오빠를 위해 과자 접시를 밀어줬고, 김 씨는 과자를 한 입 먹더니 다시 울음이 터졌다.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는 이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혜도(86) 씨는 북측 언니 조순도(89) 씨가 눈물을 흘리자 위로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혜도(86) 씨는 북측 언니 조순도(89) 씨가 눈물을 흘리자 위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기호(83) 씨 가족과 북측 조카 최광옥(53) 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기호(83) 씨 가족과 북측 조카 최광옥(53) 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두 딸과 헤어질 준비를 하려는 한신자(99) 씨는 "찹쌀 같은 것이 영양이 좋으니 그런 걸 잘 먹어야 한다", "00에는 꼭 가봐야 한다 알겠지?" 등 어린 아이 챙기듯 당부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칠순을 넘긴 두 딸(김경실·김경영)은 바짝 다가앉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네, 네"를 반복했다. 노모가 "내가 너희들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고 말하자 두 딸은 울먹였다.

김포에 사는 신재천(92) 씨는 개성에 사는 여동생 금순(70) 씨에게 "서로 왕래하고 그러면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고 살도 찌우고 하고 싶은데…"라며 "죽기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그래"라고 말했다. 동생은 오빠를 달래듯 "아 개성에서 김포 금방이잖아. 빨리 통일이 돼야 돼"라고 호응했다. 그래도 오빠는 "내가 차 가지고 가면 (개성까지) 40분이면 가. 아 왕래가 되면 배불리고 가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소·전화번호 교환하고, 머리 맞대 가계도 완성한 남북 가족들

둘째 날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상봉장에 나타나지 못했던 이들도 마지막 상봉에는 기어이 몸을 이끌고 나왔다. 전날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가족을 만나지 못한 김달인(92) 씨가 상봉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북측 여동생 유덕(85) 씨는 오빠의 손을 꼭 잡으며 "어제 약을 드셨어?"라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상봉 시작 전부터 북측 봉사원들에게 오늘은 만날 수 있겠는지 수시로 물어보며 걱정하던 동생이다.

남북 가족들은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는 없지만 전화번호와 주소를 교환했다. 양경용(89)씨와 전화번호와 주소를 주고받은 북측의 조카들은 "통일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드러냈고, 양 씨는 착잡한 듯 "그럴 것"이라고 짧게 답한 뒤 화제를 돌렸다. 김혜자(75) 씨는 북측의 남동생에게 "서울시 구로구…"라고 읊으며 자신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수첩을 찢어 건넨 뒤, 동생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물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씨와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가 가족사진을 보고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씨와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가 가족사진을 보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봉어(82) 씨가 북측 동생 김팔녀(82) 씨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봉어(82) 씨가 북측 동생 김팔녀(82) 씨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상봉장 곳곳에는 남북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계도를 하나하나 완성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종태(82) 씨는 조카에게 가계도를 그려주며 "그래야 나중에 만나면 알지"라고 말했고, 가계도를 맞춰가다 "아들이 있었냐"고 놀라워하는 가족도 있었다.

북측의 형들을 만난 이수남(77) 씨는 취재진에게 "이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안타깝다. 우리가 젊었더라면 모를까 걱정이다. 안부라도 묻고 살면 좋겠지만…"이라며 "부모님 산소에 가서 '아버님, 어머님. 우리 종성이 형님 잘 살아계신 것을 확인했습니다. 부모님게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기도 덕분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상봉 일정을 종료하겠습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상봉종료가 임박해왔다. 상봉 시간이 10분 남았다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한 북측 가족은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노래 '다시 만납시다'를 불렀다. 또 "저희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노래가 '고향의 봄'이었다"며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노래를 이어갔다. 노래는 합창으로 번져갔다.

"이것으로 모든 상봉 일정을 종료하겠습니다" 안내 방송이 나왔고, 장내는 일제히 울음바다가 됐다. 남측 가족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차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한신자 씨는 상봉장 문턱을 넘기 전에 두 딸과 얼싸안고 오열했다. 딸들은 "어머니!" 소리치며 노모의 팔을 붙들고 보내지 못했다. 한 씨도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북측 보장성원(지원요원)들이 와서 떼어내려 했지만 딸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한참의 설득 끝에야 노모는 걸음을 옮겼다.

대부분의 남측 가족들이 장내를 빠져나간 뒤, 망연자실한 얼굴의 북측 가족들은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쳐냈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북측 접대원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남측 가족들은 모두 버스에 올랐다. 이윽고 북측 가족들에게도 나와도 된다는 안내가 나왔다. 한신자 씨의 북측 딸 김경영(71) 씨는 관계자들에게 "(버스가) 몇 번, 몇 번이에요?"라고 물으며 한복 치마를 발목 위까지 걷어올리고 다급히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버스 뒤쪽에 앉은 한 씨는 애타게 딸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다렸다. 한달음에 뛰어온 딸 경영 씨가 눈에 들어오자 한 씨는 버스 창문을 격하게 두드리며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터뜨렸다. 딸은 "어머니, 어머니, 건강하시라요" 하며 오열했다. 딸 경실(72) 씨도 뒤늦게 도착해 창문을 두드리며 "어머니!" 목놓아 소리를 질렀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리신영(71 )씨 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남측 이춘자(90) 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리신영(71 )씨 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남측 이춘자(90) 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올케 고정희(77) 씨와 조카 리경순(53) 씨가 남측 이금연(87) 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올케 고정희(77) 씨와 조카 리경순(53) 씨가 남측 이금연(87) 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북측 박선분(72) 씨는 차창 너머 오빠를 향해 "통일이 되면 다시 한 번 더 만나요"라며 "오빠, 통일의 그날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게 사세요"라고 소리쳤다. 최동규(84) 씨의 북측 조카 춘화(58) 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디있니. 통일되면 이런 거 안 하잖아. 이게 뭐야 이게!"라며 울부짖었다.

고호준(77) 씨는 혈육을 두고 차마 떠날 수 없다는 듯 버스에서 내려와 조카를 부둥켜 안고 "아이구 자슥아, 어떻게 떠나니. 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며 목놓아 통곡을 했다. 조카는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 되면 건강해서 다시 만납시다"라고 위로했다. 이관주(93) 씨의 조카 광필(61) 씨는 손바닥에 볼펜으로 "장수하세요"라고 써서 보여주며 아이처럼 울었다.

남측 가족들을 태운 버스는 이날 오후 1시 28분께 금강산호텔을 출발, 3시 30분쯤 동해선 육로를 통해 돌아왔다. 이들은 오후 5시께 사전 집결지였던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해산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에는 남측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등 197명과 북측 가족 185명이 참여해 2박 3일 동안 총 7회, 12시간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남북은 오는 24일부터 금강산에서 2회차 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진행한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이금섬(92)씨가 배웅하는 북측 아들 리상철(71)씨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이금섬(92)씨가 배웅하는 북측 아들 리상철(71)씨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올라 출발하기 직전 북측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올라 출발하기 직전 북측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가족이 남측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가족이 남측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형수 리재숙(85) 씨 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남측 임응복(77) 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 형수 리재숙(85) 씨 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남측 임응복(77) 씨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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