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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로움에 취할 때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Walking Miles’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Walking Miles’ⓒ오마르와 동방전력

이제 음악은 국경을 넘나든다. 세계적인 히트곡, 세계화한 장르들만 국경을 넘지 않는다. 현대 대중음악으로 뒤늦게 포섭한 지역 음악, 그러니까 월드뮤직도 국경을 추월한다. 이 또한 월드뮤직 스타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사랑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지간한 월드뮤직은 전 세계에서 복제한다. 가령 자메이카의 스카와 레게는 세계 어딜 가든 로컬 뮤지션들이 반복 재현한다. 보사노바, 탱고 같은 월드뮤직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특정 지역의 모든 지역/민속 음악을 다른 지역에서도 죄다 똑같이 듣지는 못한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와 교통의 발전은 세계를 동시대의 이웃으로 변화시켰다. 덕분에 이제 대중음악에서는 원본이 희미해진다. 스카와 레게의 경우 스카탈라이츠(The Skatalites)나 리 스크래치 페리(Lee ‘Scratch’ Perry), 밥 말리(Bob Marley) 등의 역할과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모든 스카/레게 음악을 몇몇 원조 뮤지션이 다 만들었다거나 그들만 지키고 있다 생각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원본이 있고, 다른 이들은 따라했을 수 있고, 여전히 따라하기만 하는 이들도 있지만, 따라하는데 성공한 이들은 금세 자신의 언어로 재창조한다. 처음에는 명확한 원본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 갈수록 원본은 희미해져서 모두 새로운 원본이 되고 있다. 지금은 원본과 모방을 따지기보다는 어느 쪽이 더 개성 있는지 따지는 편이 낫다.

Omar and the Eastern Power(오마르와 동방전력)
Omar and the Eastern Power(오마르와 동방전력)ⓒ오마르와 동방전력

국적·인종·음악이 섞인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Walking Miles’

Omar and the Eastern Power(오마르와 동방전력)의 데뷔 음반 ‘Walking Miles’도 마찬가지이다. 밴드의 멤버는 네 명. 모로코에서 태어난 후 한국에 와서 수리수리 마하수리 등의 밴드를 하면서 북아프리카 민속음악을 연결한 오마르, 이집트에서 태어난 후 에스꼴라 알레그리아 등에서 활동 중인 리듬 연주자 와일, 윈디시티에서 활동하기도 한 제주도의 기타리스트 오진우, 레게 싱어송라이터이자 베이시스트인 태히언이 뭉쳤다. 멤버들 중에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인종이 섞이고, 지역이 섞이고, 음악이 섞였다.

많은 지역/민속음악들이 그러하듯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도 지역/민속음악 고유의 리듬감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뮤지션들의 이력에 쌓인 레게나 아프로비트라는 뿌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음악은 이 음악이 월드뮤직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음악임을, 그래서 이국성과 차이를 향유하게 만드는 음악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원본을 정해놓고 그 원본을 재현하는 음악을 하지 않는다. 그 원본과 제주 음악을 크로스오버하지도 않는다.

음반의 첫 곡 ‘No Man’s Land’에서부터 오마르와 동방전력은 5분 43초동안 아프로비트와 펑크에 덥을 섞어버린다. 드럼, 일렉트릭 기타, 퍼커션은 리듬으로 춤추면서 아프리카 리듬와 펑크를 연결하고, 기타와 베이스는 사이키델릭과 덥을 불어넣어 장르를 탈주하며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이라는 변화무쌍한 새로운 장르로 나아간다. 이들의 음악에는 잼처럼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있고, 그 자유로움으로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사이키델릭으로 향해 혼곤하고 충만하다. 우리 모두 취해 춤출 수밖에 없는 음악이다.

Omar and the Eastern Power(오마르와 동방전력)
Omar and the Eastern Power(오마르와 동방전력)ⓒ오마르와 동방전력

모두 취해 춤출 수밖에 없는 자유로운 음악

두 번째 곡 ‘City Of Cranes’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을 주도하는 아프로비트에 블루스가 슬쩍 발을 담그고, 펑크와 사이키델릭이 빠지지 않는다. 크레인의 도시와 지미라는 개자식을 담은 영어 가사와 무관하게 사운드를 주도하는 질감과 어법은 여러 지역과 장르를 끌어와 한 곡이라는 냄비에 넣고 푹푹 끓여버린다. 곡은 서서히 끓어오르고, 장르는 익고 녹아내리며 섞이다가 어느 순간 펄펄 끓어오르며 경계를 없애버린다. 의도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즉흥성을 놓치지 않은 음악은 원 지역/장르의 힘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 힘으로 서로 섞이게 함으로써 충돌의 순간을 담아내고 더욱 진하고 맛깔스러운 음악을 탄생시킨다. ‘City Of Cranes’의 말미에 흐르는 리듬과 사운드는 덥이며 레게이고 제주 음악이며 사이키델릭이다. 이미 장르로 규정한 음악, 그래서 알고 있는 음악 그 이상을 창출하는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은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이 없을 거라는 고정관념을 부술 만큼 과감하고 충만하다. 모두 제 역할을 다하면서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며, 충돌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은 의식적 노력과 치밀한 서사로 창조하기도 하지만 무의식과 도전으로 우연히 빚어지기도 한다.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은 수록곡 전부가 5분을 넘는 시간동안 자유로운 흐름과 조우, 충돌과 변화를 담은 변화무쌍한 기록으로 흥미진진하다. 8분 52초의 ‘Houria’에서도 비트와 사운드는 여러 번 바뀌고, 그 때마다 오마르와 동방전력은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고 느껴질 만큼 자유로워 자유를 원한다는 노래의 메시지를 스스로 실현하면서 민속/지역음악에 배어있는 생생한 황홀과 몽롱에 도달한다.

이 거침없는 힘과 자유로움, 혼종 앞에서 원본을 묻는 일은 의미 없다. 음악은 어떤 에너지와 감정과 이야기를 재현하는 일이지 형식을 모사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Walking Miles’에서도 레게로 시작한 곡은 어느새 다른 스타일로 흘러가면서 그 끝을 예상하거나 따질 필요가 없음을 인지하게 한다. 오직 그 순간 순간을 즐기면 족하다. 제목부터 블루스인 ‘노가다 Blues’와 ‘Healing’ 역시 마찬가지이다. 삶도 그렇게 알지 못할 순간의 연속이다. 그러니 내일 걱정은 접어두고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에 취하자.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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