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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기춘 탄 고급차량 수리비 1200만원, 이게 큰 죄라면...

모르는 서울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휴대폰 바꾸라는 상업전화라 생각하고 무심코 받았는데, 송파경찰서란다.

“김기춘씨 석방 때 집회 참가한 적 있으시죠? 관련해서 조사할 것이 있습니다, 다음 주에 경찰서로 나와주십시오”, “무슨 내용으로 조사 하는겁니까?”,“집시법 위반 혐의입니다.”

10일 오전에 연락을 받았으니 집회가 있었던 6일 새벽 이후 4일 만의 일이다.

20일 오전 10시 30분, 송파경찰서 지능팀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조사를 받는 사람은 총 7명, 그중 4명이 청년들이었다. 모두들 왜 자신이 조사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임을 확인하고 집회 참여 동기부터 물었다.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 작성의 큰 범죄를 저지른 김기춘이 석방된다고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생을 감옥에 있어도 시원치 않은데 구속만기로 석방이 된다는데 가만히 앉아 볼 수가 없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돼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돼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뉴시스

늦은 시간만 아니었다면 많은 시민들이 김기춘 석방 규탄 집회에 함께 했을 것이다, 김기춘은 차에도 타지 못했을 것이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집회를 참석한 것이 당당했다. 그리고 김기춘의 석방이 왜 문제인지 경찰 조사에서 당당히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질문은 집회 참석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었다. 심지어 종교, 재산, 신체조건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루 종일 조사 할 건가요? 집회 참석했고, 차량 통행 막은 것 맞습니다. 그 내용 확인하려고 조사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내 질문에 “아마 시간 좀 걸릴 것 같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집회 참석하여 ‘김기춘 석방반대’, ‘김기춘 들어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김기춘 석방에 분노한 집회 참석자들과 함께 차량을 방해하게 되었다. 사전에 준비되거나 의도적으로 방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라는 답변을 하고 시계를 봤더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조사를 맡은 경찰이 마지막인 듯한 질문을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피해 차량 기억하시죠? 회색 K*차량, 사진 보여 드릴게요. 기억하시나요? 이 차량 수리비가 1,200만원이 나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비싼 차량이라 수리비가 많이 나왔겠죠, 김기춘씨 차량인가요?”,

“차량 명의는 다른 사람인데, 차가 많이 부셔졌어요. 다수의 위력으로 차량통행방해와 차량 파손(손괴)이 있었는데, 잘못했죠?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김기춘 석방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죠. 거기까지 합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돼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자 석방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차량이 파손되어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돼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자 석방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차량이 파손되어 있다.ⓒ뉴시스

경찰이 조사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차량이 많이 파손되었고, 너희들이 힘으로 의도적으로 파손했다. 다수의 힘으로 불법 집회를 했으니 너희는 잘못 한 것이다. 잘못 인정하냐?’

‘김기춘이 석방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나의 대답으로 5시간의 조사는 끝이 났다.

4일 만에 연락을 하고, 기민하게 소환조사를 한다면 중대한 사건이라는 것이고, 그에 맞게 ‘중대한 조사’가 이뤄질 법한데, 겨우 불법집회는 나쁜 거다, 비싼 차량 고치는데 돈 많이 든다는 말이나 들어야 했다.

국정농단과 민간인 사찰, 그리고 또다시 드러나고 있는 사법농단까지, 이런 중대범죄자 김기춘을 구속만기로 석방시켜놓고 선량한 시민, 청년들을 거꾸로 중대범죄자 취급하며 황당한 조사나 하는 사법당국의 무능함에 어이가 없다. 무고한 시민들 조사할 시간에 사법적폐의 몸통인 양승태, 김기춘을 즉각 구속 처벌하라!

김식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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