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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과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포기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가격 동향 전문업체인 ‘부동산114’는 최근 서울 25개구 아파트값이 모두 상승했다고 밝혔다. 희한한 점은 서대문, 강북, 중량, 관악 등 비강남권 지역이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는 것인데, 일차적 원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 구상 발표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박 시장은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하고 용산역~서울역 철로를 지하화해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를 세우고 그동안 소외되었던 강북지역을 균형 있게 개발하기 위해 비강남 낙후지역의 경전철 4개 노선을 조기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가격 상승의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파트(자료사진)
아파트(자료사진)ⓒ뉴시스

사회와 정부가 만들어 낸 부동산 가치 상승분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다른 일반 물자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의도를 개발하고 용산역에서 서울역을 지하화하는데 어찌해서 주위 집값이 들썩일까? 부동산 가격은 위치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이 그대로 있어도, 즉 자본투자를 한 푼도 하지 않아도 주변의 교통시설과 편리시설이 확충되고 사람들의 왕래가 과거보다 빈번해지면, 즉 위치가 좋아지면 가격은 올라간다. 그리고 가격이 올라갈 것이 예상되면 투기수요가 달라붙기 때문에 가격은 투기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와 정부가 만들어 낸 결과다. 정부의 토지용도변경과 인프라 설치, 그리고 인구 유입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 상승분은 정부와 사회, 즉 공공의 것이라고 해야 한다. 공공이 만든 부동산 가치 상승분을 개인이 누리는 것을 가리켜 ‘불로소득’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투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두 가지로 형태로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데, 하나는 매매차익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대상승분이다. 매매차익은 매각 시 누리는 불로소득이고 지대상승분은 보유 시 향유하는 불로소득이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인 가치 상승분을 환수하는 방식은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지대상승분에 대한 보유세로 나눠지는데, 둘 중에 후자인 보유세가 더 좋은 정책 수단이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일부를 환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결함을 갖고 있다.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소유한 부동산의 매각을 꺼리게 만들어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동결효과(lock-in effect)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세금 부담이 구매자에게 전가되어 가격 상승이 가속화되는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동산 불로소득은 발생 후에 양도소득세로 환수하기보다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현명한데, 이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보유세다. 보유세를 제대로 부과하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매매차익도 줄어든다. 올바로 설계하면 양도소득세처럼 동결효과가 발생하거나 조세가 전가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이미 오래전부터 부동산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로 보유세 강화가 제시되어 왔던 것이다. 물론 보유세만 강화하면 부동산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불로소득’이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라는 걸 생각하면 보유세 강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등 부동산 과열지역에 대한 안정화 대책을 지속하고 위축지역은 공급속도를 조절하는 등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등 부동산 과열지역에 대한 안정화 대책을 지속하고 위축지역은 공급속도를 조절하는 등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21일 밝혔다.ⓒ김철수 기자

암담한 보유세 강화 개혁

그런데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를 포기했다. 작년에 내놓은 ‘8.2대책’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와 나름 강력한 금융규제와 거래규제를 발표했고 그것이 일정 정도 효과를 보긴 했지만, 핵심인 보유세 강화는 빠져있었다. 당시 보유세는 좀 더 검토한 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해를 넘겨 올 4월부터 활동을 개시한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을 받아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초 확정한 보유세 강화 방안은 0.74조원 증세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부동산 개혁의 핵심인 보유세의 점진적‧대폭적 강화라는 이상은 포기한 것이다. 보유세 개편안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시장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보유세 개편안을 보고 틀림없이 안심했을 것이다.

서울의 집값 상승에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있다고 봐야한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포기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물론 직접적 계기는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개발 구상,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의 지하화, 그리고 ‘강북플랜’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 시장의 정책 발표에 아쉬움이 크다. 강남과 강북을 균형 있게 개발하겠다는 것은 좋은 방향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이런 계획 발표는 보유세와 각종 개발이익환수 장치 등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장치들이 마련 된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만약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초에 획기적인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내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예를 들어 현재 주택 종부세 대상을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끌어내림과 동시에 세율을 강화하고, 건물의 부속토지와 나대지 등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늘리면서 세율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면 상처가 많이 난 종합부동산세를 폐기하고 전국의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로 합산해서 부과하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그 국토보유세를 점진적이고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로드맵을 내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는 동시에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는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박원순 시장이 개발 계획을 발표해도 지금처럼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 위치가 좋아지는 주택과 빌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보유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유세 부담이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면, 그것을 시장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 아무리 개발 계획을 발표해도 가격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런데 현실이 더욱 암담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강화로 상징되는 부동산 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부동산인데도 말이다. 부동산이 분배를 악화시키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혁신 분위기를 갉아 먹는 데도, 심지어 적폐세력의 주식(主食)이 부동산 불로소득인데도 말이다. 촛불로 세워진 정부가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개혁을 포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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