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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 룰라의 대선 출마가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
룰라 전 대통령이 이틀간의 대치를 끝내고 수감되기 위해 금속노조를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를 무등에 태우고 꽃을 뿌리며 지지를 재확인했다. 2018.4.7
룰라 전 대통령이 이틀간의 대치를 끝내고 수감되기 위해 금속노조를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를 무등에 태우고 꽃을 뿌리며 지지를 재확인했다. 2018.4.7ⓒAP/뉴시스

편집자주/10월에는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브라질의 대통령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는, 그것도 압도적인 선두는 룰라 전 대통령이다. 문제는 그가 감옥에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 선거법원이 그의 출마를 허용하지 않으면 그는 이번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멕시코의 전직 외교장관인 호르헤 카스타네다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사법당국이 룰라의 대선 출마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문은 Why Lula Should Be Allowed to Run for Presiden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0월 7일이면 브라질 대선이다. 브라질이 1985년 민주화된 이후 여덟 번째로 치러지는 대선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democracy)와 법치(rule of law), 즉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정당한 법적 절차 간의 근본적인 충돌이다.

전 세계적으로 ‘룰라’로 알려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감옥에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수감 중인 룰라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지 곧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뒤틀린 선거당국과 사법부는 그의 출마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분명히 실수다. 룰라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있으면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강화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치가 성립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분명한 필요조건이다.

룰라와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주자이며, 그의 혐의가 상대적으로 경미할 뿐만 아니라, 그의 유죄 증거가 양형거래(plea bargaining)에 의해 얻어진 자백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 법령의 무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부패 법안을 이용해 사법부가 선거의 최종 결정자가 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룰라의 정적들과 그에게 12년형을 선고한 판사들, 그리고 브라질 언론의 일부는 룰라의 수감 과정이 아닌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에 따르면 룰라는 경미하건 그렇지 않건, 어쨌든 부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가 모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수감보다는 자택 연금을 해달라며 대법원에 제출한 청원도 기각됐다. 또 룰라가 다른 6건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임을 강조한다.

룰라는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직접 ‘깨끗한 경력 법(clean-slate law)’에 서명했는데, 이 법은 부패 혐의로 실형을 받은 사람들의 공직 선거 출마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니 룰라가 감옥에 있건 가택연금 상태이건 일단 부패 혐의로 실형을 받은 이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룰라의 지지자들은 이번 수사의 책임자인 세르지오 모로 판사가 룰라와 노동자당에 대한 정치적 보복에 나섰다고 반박한다. 그들은 또한 한 건설회사가 계약건을 따내는 대가로 그에게 줬다는 해변가의 아파트가 사실은 그의 소유도, 이제는 고인이 된 그의 아내의 소유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룰라의 정적들은 룰라 혼자만 부패 수사의 목표물이 된 것이 아니며, 그가 아무리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아도, 또 대통령이었어도, 그리고 다시 대선에 출마하려고 하고 있어도 특별대우를 해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룰라의 구속에 환호하는 우파 시위대. 2018.4.7
룰라의 구속에 환호하는 우파 시위대. 2018.4.7ⓒAP/뉴시스

딜레마를 해결할 묘책은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묘책은 없다. 특히 정치 엘리트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수십 년만의 불경기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룰라에 이어 대선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스티브 배넌의 도움을 받고 있기도 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다. 그는 브라질 사회에 늘 존재했던 인종 차별과 동성애자 차별, 여성 차별에 호소하고 있고 점점 커지는 반제도권 정서의 덕도 보고 있다.

룰라가 모든 혐의에서 유죄를 받는다고 해도 룰라보다는 보우소나루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더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하다.

룰라의 대선 출마를 허용하면 그의 많은 지지자들을 달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거만했던 상류층이 몰락하면서 2세기에 걸친 특권과 부패, 법 앞의 불평등이 드디어 불식되고, 브라질이나 주변국 모두 최하점을 면할 수 없던 영역, 즉 법치라는 면에서 ‘근대’로 접어든다는 분위기는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룰라의 출마를 막아 그를 지지하는 수천만 명에게 자신들의 우상을 다시 대통령궁으로 보낼 기회를 뺏는다면 그것은 그들의 투표권을 뺏는 것과 비슷하다.

전 세계적으로 룰라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많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수십 명의 미국 의원들이 최근 워싱턴 주재 브라질 대사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들을 룰라가 최종 판결을 받을 때까지 그를 석방할 것을 요구했고, 야당 정치인을 탄압하는 도구로 ‘부패와의 전쟁’을 이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교황도 최근 브라질, 아르헨티나, 그리고 칠레에 사는 룰라의 친구 몇몇을 접견해 그들의 항의에 귀를 기울였다.

룰라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선 출마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자당에게 플랜B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부통령 후보인 베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이 룰라를 대신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다. 룰라의 항의와 법적 대응, 그리고 그를 석방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모두 실패한다면 말이다.

룰라의 ‘대리’ 후보가 룰라의 지지표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면 그는 10월 28일로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지표가 제대로 이전되지 않고, 노동자당이 결국 패배하면 브라질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부닥칠 수도 있다.

판사에 의한 지배보다는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

브라질의 상황은 남미의 지역적 맥락을 이해하면 더 복잡해진다. 몇몇 남미 국가에서 야권 인사의 출마 금지가 흔한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2016년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에두아르도 몬테그레알레를 포함해 많은 인사들의 출마를 막아 결국 변변한 상대가 없는 대선에서 72%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올해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가 주요 야당 인사인 엔리케 카프릴레스와 레오폴도 로페즈의 출마를 막아 결국 허수아비 야권 후보에 맞서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다른 국가에서도 후보들의 출마를 금지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 지난 7월에 결국 당선되기는 했지만 멕시코의 야권 지도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도 2005년에 대선 출마가 금지됐고, 과테말라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부패 혐의나 족벌 등용 금지 조항, 혹은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대선 출마가 좌절됐다.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브라질에서와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한 상황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정당한 이유, 그러니까 최소한 합법적인 이유로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명백한 정치적 탄압의 희생자들이었다.

룰라의 상황이 베네수엘라나 니카라과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브라질에서는 민주주의가 무너지지도, 시위대가 죽음을 당하지도, 학생들이 감옥으로 끌려가지도, 그리고 언론이 완전히 통제되지도 않았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몇 달 전 개탄한 것처럼, 브라질에 지금 존재하는 건 독재가 아니라 ‘사법에 의한 통치’에 가깝다.

필자는 궁극적으로는 부패와의 전쟁이나 모로와 같은 판사들의 성실한 노력이 브라질과 남미에 기여했다고 믿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룰라가 감옥에 있는 것보다는 투표용지에 있는 것을 보고 싶다.

룰라가 기소된 혐의들은 근거가 너무 취약하고 그가 저질렀다는 죄는 (현재까지는) 너무 보잘 것 없다. 그런데 그의 형량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길다.

룰라의 출마는 남미에서 너무나 중대한 일이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법치보다 더 중요하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민주주의와 법치가 나란히 존재할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서로 부딪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그 둘이 서로 부딪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필자는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이다. 그것이 흠이 있더라도 말이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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