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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전에 언니 죽으면” “내 죽지 않아”…오열 속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도 종료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작별상봉에서 북측 언니 강호례(89,가운데) 씨가 남측 동생 강두리(87,왼쪽), 동생 강후남(79) 씨와 볼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작별상봉에서 북측 언니 강호례(89,가운데) 씨가 남측 동생 강두리(87,왼쪽), 동생 강후남(79) 씨와 볼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만남이 26일 끝났다. 남북의 길이 끊긴 지 65년 만에 감격의 상봉을 했지만 또다시 기약없는 헤어짐이 시작됐다.

금강산으로 달려가 북측 가족들을 만난 81가족 324명의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작별상봉 겸 공동오찬을 끝으로 2박 3일의 짧은 만남을 마쳤다. 이들은 오후 1시 20분께 금강산을 떠나 버스를 타고 동해선 육로로 귀환했다.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

마지막 만남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상봉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곳곳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동생 박유희(83) 씨는 휠체어에 탄 북측의 언니 영희(85) 씨를 껴안으며 "학생 때 헤어져서 너무 아쉬웠어.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하고 눈물을 흘렸다. 언니는 "통일이 되면…"하며 조용히 달랬지만, 동생은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 해"하며 끝내 오열했다. 언니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라고 다독였다. 남측 가족들은 영희 씨 가슴에 안겨 흐느꼈다.

오빠 정선기(89) 씨를 만난 남측 여동생 영기(84) 씨 남매는 만나자마자 오열했다. 영기 씨가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하자 오빠는 동생의 손을 쓰다듬으며 "이 올아비가 지혜롭지 못했다. 내가 죄를 지었다. 큰 죄를 지었어"라며 눈물을 흘렸다. 선기 씨는 집안의 4대 독자였지만 전쟁통에 인민군 의용군에 지원하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영기 씨는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하며 마지막 만남을 안타까워했고, 오빠는 "내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남매의 통곡을 지켜보던 북측 보장성원(지원요원)은 눈이 벌개지도록 눈물을 흘렸다.

북측 외삼촌 윤병석(91) 씨를 만난 심인자(76) 씨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다"며 "기약없는 이별인데, (삼촌의) 나이가 많으시니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아닐까"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북측 리숙희(90) 씨가 눈물을 닦으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북측 리숙희(90) 씨가 눈물을 닦으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북측 이부누나 리근숙(84) 씨와 남측 황보우영(69) 씨가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북측 이부누나 리근숙(84) 씨와 남측 황보우영(69) 씨가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우리 큰 언니 평생 잘 모셔 고맙네…" 손편지로 전한 마음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남북 가족들은 편지와 징표를 교환하기도 했다.

북측의 언니를 만나러 온 이후남(81) 씨는 북측 조카와 그 부인에게 "우리 큰 언니 평생 잘 모셔 정말 고맙네. 막내 이모 후남일세. 큰 언니 모습 뵈니 너무 좋아보여서 정말 잘 모셨구나 싶어 많이 기쁘다네"라는 내용의 편지를 즉석에서 써서 건넸다. 목원선(85), 원구(83) 씨도 집주소와 함께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조카들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두꺼운 편지봉투를 형 김인영(86, 목원희에서 개명) 씨에게 전했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편찬옥(76) 씨는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사랑하는 조카들에게…참으로 이렇게 만나 대단히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힘겹게 써내려갔다.

북측 리승열(53) 씨는 차고 있던 자신의 손목시계를 풀어 남측 사촌동생인 영호(50) 씨의 손에 채워줬다.

상봉장에는 "건강하게 살아야 돼. 또 만나야지",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야 만나지. 100살까지 살아야 또 만나", "꼭 만나서 같이 살아", "통일 되면 만나자" 등 기약 없는 약속들이 오고갔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지난 24일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짧은 만남을 가졌다. 남측 가족들은 눈물의 배웅에 나선 북측 가족들을 뒤로하고 오후 1시 20분께 버스를 타고 귀환길에 올랐다.

한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올해 추가 개최하기로 북측과 협의했다. 시기는 이르면 10월 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전날 금강산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날짜 등은 국장급 실무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규모는 대강 이번과 비슷하게 한다"고 밝혔다.

2박3일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가족이 떠나는 북측 외삼촌 윤병석(남·91) 씨를 따라나와 손을 잡고 오열하고 있다.
2박3일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가족이 떠나는 북측 외삼촌 윤병석(남·91) 씨를 따라나와 손을 잡고 오열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박3일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박3일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박3일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박3일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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