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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산분리 규제 완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오늘 국회 정무위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특례법안’ 논의를 재개한다. 오늘 논의를 거쳐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특례법 논의의 핵심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자본 지분율 한도를 4%에서 25~50%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여야가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야 간 협상국면으로 넘어간 것은 사실상 ‘은산분리 완화’모드로 전환된 셈이다.

은산분리 완화 논란은 인터넷은행 설립인가를 둘러싸고 2년 전 박근혜정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박근혜정부가 특정기업에게 특혜를 준다며 반대에 나섰다.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에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언급하며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2년 전 민주당이 반대하던 우려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2년 전에는 없었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갑자기 생겨난 것도 아니다. 당시 민주당이 가졌던 우려를 부정하고, 또다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분률을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가 “박근혜 정부는 안되고 문재인 정부는 된다는 것인가”라는 비판을 쏟아낼 만 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여당은 은산분리 규제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사금고화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대주주에 대한 여신 제한/금지’와 ‘대주주가 발행한 지분증권의 취득 제한/금지’정도이다. 삼성 등 대재벌들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도 정부가 말하는 ‘안전장치’를 우회해서 교묘하게 대주주의 이익을 챙겨왔고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지 못해 적발된 사례가 있다. 삼성생명 등 삼성 금융 자본이 기아자동차 주식 매집한 사례가 그러했고, 삼성전자 이재용 당시 전무가 한빛은행 등 시중은행의 삼성투자신탁 지분을 헐값으로 인수한 사례가 그러했다. 몇 가지 안전장치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재벌들의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고는 재벌의 속성을 너무 순진하게 바라보거나 특정 재벌에게 은행을 가져다 바치겠다는 검은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에 국한하여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논리도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인터넷은행이나 일반 시중 은행이나 업무면에서 차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영업소를 두고 면대면으로 영업을 하느냐 전자거래 방식으로 비대면으로 영업을 하느냐의 차이 밖에 없다. 더욱이 전자거래를 기본으로 하는 인터넷은행은 많은 고용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아니다. 규제가 완화되면 인터넷은행이 우후죽순 늘어났다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은행들은 일제히 문을 닫게 될 텐데 결국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각종 규제 완화에는 충분한 국민적 합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은산분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3개 교섭단체가 일방적으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주문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성급한 처사이다. 충분한 토론과 소통이 전제되지 않은 채 대통령 말 떨어지기 무섭게 한 달 만에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성급한 규제 완화가 불러올 수 있는 참사에 대해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명분도 논리도 허무맹랑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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