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폼페이오 방북 무산시킨 트럼프식 ‘변덕’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취소했다. 방북 발표가 나온 지 하루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새로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지명된 스티븐 리건, 실무회담을 주도한 성 김 필리핀주재 대사, 막후협상을 진행해 온 앤드류 CIA코리아미션센터장을 불러들여 회의를 한 후 이런 입장을 발표했다. 형식상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같은 시간에 국무부에서는 외싱턴에 있는 외교관들을 불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발표된 내용도 다소 황망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었다면 하루 전에 방북 계획을 공표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단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을 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무역은 북미 관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말을 그대로 이해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때 회담을 취소했던 전례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 때의 ‘변덕’이 실제 미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저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정치스타일을 재확인하는 것이었을 뿐이다.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무산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 역시 미국의 이익이나, 북미관계의 재정립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

북한과 미국이 올해 들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건 양국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서로의 안보 우려를 대화를 통해 해소하자는 것이 북미협상의 근본적 추동력이다. 협상에는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관계없는 제3자를 끌어들이거나, 어제 한 약속을 오늘 뒤집는 식의 변덕을 부리는 건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자면 그에 맞먹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그 동안 북한은 풍계리 핵 시험장을 폐기했고, 서해위성발사장을 부분적으로 해체했다.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고 한국전 당시의 미군 유해도 일부 송환했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이 대답해야 할 때다. 이번 폼페이오 방북 취소를 보면 미국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듯 하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