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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는 말은 이제 버려라
책 ‘노 모어 워크’
책 ‘노 모어 워크’ⓒ내인생의책

최저임금을 향한 수구세력들의 공격이 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슬로건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한축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활수준 향상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늘어난 소비가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공격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위기론은 보수성향의 언론매체와 수구세력에 의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위기론과 함께 인공지능의 발달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마치 인류에겐 재앙과도 같은 예언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고 있다.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줄어들게 한다는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많지만,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만큼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의 해법은 여전히 일자리 늘리기 또는 임금 인상에만 집중돼 있다. 시민 대상 대학의 역사학 교수, 경제학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리빙스턴은 책 ‘노 모어 워크’에서 이러한 논쟁보다는 이 논쟁의 전제 자체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일과 소득 사이의 관계의 변화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 성서에 등장하는 이 말은 오랜 기간 동안 우파의 잠언이었다. 이 말은 동시에 노동자 계급이 자본가 계급을 향한 자신감의 표현이rl도 했다. 일하는 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자신감을 담은 격언이기도 했다. 이 책은 일한 만큼 무언가를 내세가 아닌 현세에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본주의를 견인해왔지만, 동시에 일 자체에 인간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부여해버렸다고 꼬집는다. 일은 한때 성공을 위한 길이었지만,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을 평가하는 가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거지같고 미래도 없고 해봐야 빈곤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일조차, 하지 않으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빠져버렸다. 현대 사회에서 소득이 없는 인간은 통계에서 밀려나고, 인간이지만 인간이라는 인식 밖의 무언가가 되어버린다고 이 책은 꼬집는다. 급기야 일과 소득이 합쳐졌고, 소득은 인간의 가치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일과 소득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선언한다. 일을 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과 무관하게 인간은 모두 생계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실직자는 모두 죽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소득과 무관하게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애초에 인간의 품성과 미래,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들은 대체로 돈에만 달려 있지 않다. 일에 돈이 묶인 순간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비참한 계층이 생겨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 같지 않은 일을 하는데도 떼돈을 벌고 있는 부도덕한 계층이 생겨나 버린다.

높은 소득이 개인의 품성을 대변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하며, 일자리가 개개인의 모든 것이라는 망상을 더는 품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주장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인간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지만 그것이 생계 때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조각을 하는 조각가를 본 적이 있는가? 인간은 유한한 인생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일을 하고, 때로는 내 친구가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아니면 그저 그 일이 좋아서 일을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이 진정으로 인류를 발전시키며,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일들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인터넷 환경에서는 소득이 없지만 그저 재미로 유익한 일을 하고 유익한 연구를 하며 유익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오늘날 인류가 향유하는 많은 것들이 오히려 경제와 무관한 이유로 생겨났다.

저자는 일과 소득과 품성에 관한 헛된 망상과 같은 종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하는 건 좋지만, 일과는 무관하게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가 지구를 구하고자 원하고, 우리 자신도 구할 마음도 먹는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일이 아니라 더 적은 일이라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도 일자리와 임금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기본소득 등 일과 무관한 대안을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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