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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이면서 사회주의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독일좌파당과 AfD
독일좌파당의 바겐크네히트 원내대표. 2018.6.9
독일좌파당의 바겐크네히트 원내대표. 2018.6.9ⓒAP/뉴시스

지금 독일에선 좌파 정치인들이 국경 통제를 부르짖고 우파 정치인들은 복지국가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 끝에 있는 세력들이 방향 전환을 꾀하면서, 독일의 오랜 정치적 통념들이 뒤집어질 전망이다.

8월에 출범할 예정인 새로운 좌파 운동은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에게 빼앗겼던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좌파의 “도덕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는 것을 그 목표로 삼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영국 노동당의 ‘모멘텀’(Momentum, 노동당 내 좌파 그룹)과 장 뤽 멜랑숑의 ‘라 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 저항하는 프랑스 - 2016년 대선때 창당된 좌파전선과 공산당의 연대체)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이 운동은 독일 좌파당의 여성 원내대표인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주도하고 있다. 이 운동은 사민당과 녹색당의 전-현직 당원들과 사회학자 볼프강 스트렉과 같은 석학들도 아우를 예정이다.

이 운동의 창립자 중 하나에 따르면, “도덕주의적 좌파가 아닌 물질주의적 좌파(the materialist left, not the moral left)”를 지향하는 것이 이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극단 ‘베를리너 앙상블’의 극작가이자 바겐크네히트와 함께 이 운동의 정강 정책을 준비 중인 베른트 슈테게만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사회적 환경에서 살면 대체로 관대하고 관용있게 살게 마련”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점점 불안정하고 고립된 조건 속에서 살게 되면,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더 거칠고 냉정하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 브레히트가 이를 멋지게 요약했다. ‘먹는 것이 먼저요, 윤리는 나중’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주간 베를린의 정계를 떠돌고 있는 비공식적인 입장안에 따르면, 이 운동은 군축이나 독일의 하르츠 IV 노동시장개혁법의 폐지와 같이 좌파가 전통적으로 주장했던 이슈들 말고도 법질서 강화 정책과 이민에 대한 더 강경한 태도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페어랜드(fairland, 공평한 나라)”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유럽의 열린 국경으로 인해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적고 있다.

어느 정당의 당원도 아닌 슈테케만은 “유럽 이민 위기의 정점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내린 결정들에 대해 노동자 계층이 보인 회의적인 반응을 놓고 훈계조로 말하는 ‘강남 좌파’(middle-class leftwing intellectuals)가 몹시 짜증난다”고 했다.

또 그는 “우리는 현재 신자유주의의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라고 설교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도덕적 판단을 내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게 화가 난다. 정치는 행동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현재의 정치를 성토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한 연대’ 내세우는 AfD

한편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은 사회복지에 대해 좌파들이 전통적으로 취했던 입장을 주장하면서 구 동독 지역의 실망한 좌파당 지지자들을 포섭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년 작센과 브란덴부르크, 튀링겐주에서 치러질 매우 중요한 세 개의 지방 선거를 앞두고 AfD의 구동독 지역 지부들은 이미 당의 근간이라고 할 자유경쟁 경제관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튀링겐의 AfD 의원인 위르겐 폴은 지난 달에 새로운 연금안을 발표했는데, 이 제안의 소득 대체율은 무려 50%가 된다. 좌파당과 사민당, 그리고 녹색당이 주장해 온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독일 국적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AfD가 새로이 제안하는 복지 정책들에서 대체적으로 제외된다. 일례로 AfD가 제안한 매달 190유로의 “거주자 연금”은 독일에서 35년 이상 일한 독일 국적자만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동부에서 AfD의 “민족주의적이면서 사회주의적인(national social)” 정체성을 일군 일등 공신인 극우 정치가 비요른 회케는 “21세기에 독일이 직면한 주된 사회적 문제는 위에서 아래, 혹은 고령층에서 청년층으로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외부로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이 등장한 이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두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은 “national social”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좌파당과 AFD은 이를 놓고 각각 당내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좌파당의 기존 전략가와 활동가들 사이에는 9월 초에 제대로 닻을 올리는 새로운 운동이 엉뚱한 결과를 낳아서 10월의 바이에른 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바겐크네히트는 뛰어난 언변으로 정치 토크쇼에 자주 등장해 잘 알려진 정치인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그녀의 인기가 거품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구노동당과는 달리, 현재까지 독일에서 그녀의 새로운 운동을 따르는 사람들은 주로 나이든 백인 남성이다. 또, 그녀의 정책적 입장은 2021년 치러질 베를린 선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좌파당의 사회자유주의(socially liberal)나 친이민자적인 정책에 반하기도 한다.

AfD도 이 운동으로 내분이 생기기는 마찬가지다. 연금 인상을 요구하고 노동 시장의 탈규제화를 반대하는 입장은 AfD지도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AfD를 이끄는 알리스 바이델은 스위스식의 연기금을 옹호하고 AfD의 부대표인 베아트릭스 폰 슈토르크는 트위터에서 고세율을 강력히 비판했다.

독일 전역의 노동자 70여명을 인터뷰한 사회학자 클라우스 되레의 ‘우익에서의 노동자 운동’이라는 심층연구에 따르면 AfD의 빠른 지지율 상승에는 독일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나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AfD의 ‘특별한 연대’가 작용했다고 한다. 되레는 “항의성 투표로 극우나 극좌를 찍던 육체 노동자들이 점점 AfD에 일체감을 느끼고 있다”며 “예전에는 그들이 좌우를 오가면서 항의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현재는 AfD의 당 입장을 따르는 지지자들이 됐다”는 것이다.

되레의 연구에 인용됐던 한 사례에는 체코 임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싸웠던 “모범적”인 노조 활동가의 놀라운 변화가 드러나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난민들이 사라져야 한다... 부헨발트(나치의 강제수용소를 의미)를 다시 세워서 철조망을 쳐도 나는 상관없을 것 같다. 그들을 안에 넣고 우리는 밖에 있고.”

기사출처:Germany's left and right vie to turn politics upside down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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