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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국가의무지급 당연하다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를 언급했다. 지급보장을 분명하게 하는 것은 법적 명문화를 뜻하는 것으로 국가가 나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신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이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 노후보장제도이며 국민의 강제 가입을 전제로 하므로 국가의 책임 지급은 당연한 일이다. 문 대통령의 '국가 지급 보장'이라는 대국민 약속은 환영할 일이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방증하는 일이라 안타깝다.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이 민간 연금보다 수익률이 높고 안전하다고 홍보해왔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지급 구조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인구구조가 결합하여 '기금 고갈'이라는 빨간불을 켜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2057년 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초 고갈시점이라고 본 2060년보다 3년이 앞당겨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지금과 같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갖게 된 것은 오로지 GNP 지수로 '선진국 진입'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세뇌하던 군부독재 시기에 도입.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같은 '특수직역연금'이 수익률과 무관하게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은 배당금을 주도록 설계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정권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와 재분배 정책 대신 손쉬운 저임금 구조로 기업의 배를 불리고, 국민들에게는 퇴직금누진제와 국민연금으로 노후 보장을 대신한 것이다.

그러나 IMF 이후 퇴직금누진제는 사라졌고,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초고령화사회를 맞이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국민연금 고갈 이라는 난제 앞에 정권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 제도를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구조로 개혁하는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그러나 '사회안전망 부재'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꺼내든 국민연금 개혁은 사실상 전국민의 노후를 방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기업은 이런 취약점을 파고들며 '사보험'시장을 늘려왔고 때로는 국민연금 무용론이라는 사악한 궤담을 유포해 온 주범이다.

국민연금은 건강보험과 함께 전국민 강제가입 없이는 재원조달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공적보험이므로 정부는 '안전하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의 장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이런 홍보는 공적 보험의 장점을 알리는 데는 유효했지만 기금 고갈 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고 지급 시기를 늦추겠다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은 '사오정(4-50세 정년)'이 현실이다. IMF 이후 정년은 단축되었고, 근로빈곤과 노년빈곤문제는 소득수준 3만불을 무색하게 할 만큼 나쁜 수준이다.

국민연금 논란의 배경은 결국 '재원'에 있다. 그간 정부는 국민연금의 2/3를 5대 재벌그룹에 투자해 왔다. 그 중에 삼성에 대한 투자액이 가장 크다. 박근혜 정권 시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으로 국민연금 손실액이 최소 6000억에 이르지만 이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법적 조항은 전무하다.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이유로 앞으로도 대기업군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 투자를 민간인 전문가로 대체하라는 요구보다 더 본질적인 대안은 국민연금 감시 및 기업관여 능력을 개선하는 것이다. 삼성 합병, 대우조선 특혜, 눈 먼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에 따른 투자운용 실패 반복과 책임을 가려내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내가 낸 돈이 어디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합의와 국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될 것이다.

외국의 연금 수급 시기가 대부분 65세 이후로 늦춰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나라들의 국민연금제도가 우리보다 근 백 년 앞서가 있다는 지점을 봐야 한다. '젊은' 국민연금으로 불리는 우리는 그런 제도 개혁이 수긍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선제되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일수록 역으로 국민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국민연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의 경우 급여부족분이 발생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관련법에 '적자보전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조세보전이 아닌 보험료를 인상하여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국가의 책임지급의무는 회피하고 국민의 납부책임만을 강조한다는 반감을 부른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연금 지급 보장을 법제화한다는 것은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급보장을 명시할 경우 국가채무 부담이 급증할 수 있고, 명문화를 근거로 보험료율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사회적 저항도 비례하여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후소득 강화와 사회적 합의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종합해 노후소득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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