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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19년도 예산안 470.5조원, ‘역대 최대’에 그쳐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28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9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470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고용과 분배 관련 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 예산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만으론 한계가 있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총지출은 작년에 비해 9.7% 늘어났다. 올해 추경을 포함한 예산과 비교하면 8.7%로 다소 떨어지긴 해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18년 예산도 확장적이라 강조했지만 추경을 포함하면 실질 증가율이 4.6%에 머물렀다. 여기에 비하면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와 달리 한국 경제만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재정 확대를 피해선 안 된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정부는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수지를 GDP 대비 2% 후반, 채무비율은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더 공격적으로 잡지 않은 이유는 증세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아무리 세수가 여유 있다 해도 증세를 하지 않으면 재정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재정 확대는 물론 증세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 대비 22.0% 늘어난 23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청년고용장려금, 내일채움공제처럼 예산 심의 때마다 정책 효과가 낮다는 지적을 받은 사업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9만4천명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예산안이라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 급여를 늘린 예산안을 편성했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도 조기 인상하기로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증액의 상당 부분은 자연 증가분이다. 경기 침체에 고스란히 노출돼 큰 고통을 겪는 계층에 대한 지원은 더 확대돼야 한다. 이 분야 예산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 개혁이 더디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나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 해결에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복지를 늘리고 싶어도 늘리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

‘10대 지역밀착형 생활 SOC’가 올해 5조8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이 늘어난 8조7000억원이 내년 예산안에 포함됐다.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SOC 사업 감액 기조는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생활환경 개선이나 안전을 위한 사업은 해야 한다. ‘지역밀착형’, ‘생활’ 따위의 수식어를 붙여가며 포장하는 게 문제다. 기존의 지역 민원 사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우회적으로 편성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농민들이 비판하고 있는 스마트팜 사업을 여기에 포함시킨 것은 잘못 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2019년도 예산안은 작년에 비해 문재인 정부의 지향과 성격이 비교적 잘 드러났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복지나 일자리 분야 예산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 기존 사업의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함께,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위한 제도 개혁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도 성과를 낼 수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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