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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친일의 역사 담은 ‘식민지역사박물관’ 국치 108주년 맞아 개관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잊혀진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부끄러운 과거의 역사를 잊게 되면 부끄러운 역사는 미래에 또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부끄러운 과거도, 부끄러운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하고, 단죄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일제에 부역하고, 협력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지워지고 왜곡돼왔다. 더 이상 부끄러운 과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소중한 뜻들이 모여 오랜 준비 끝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이 29일 문을 열었다.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아 문을 연 식민지역사박물관은 2011년 2월 건립위원회(위원장 이이화)가 출범한 지 8년 만에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은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함세웅)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상임대표 이희자) 등 시민단체와 독립운동계 학계가 중심이 돼 민간의 힘으로 1만여 명이 약 16억 5천만 원의 기금을 모아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세워졌다. 많은 자금이 모였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모금 운동은 계속될 예정이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전시와 교육을 통해,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간에 걸친 일제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고발하는 한편, 세계사상 유례없이 치열하고 지속적이었던 항일투쟁의 빛나는 역사를 알려 나가는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식민지배의 부정적 유산인 일제잔재와 분단독재체제의 폐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거사청산운동의 과정도 생동감 있게 전달할 계획이다.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박물관엔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 선생의 유품에서 시작하여 ‘친일인명사전’ 편찬과정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축적한 자료를 포함 무려 7만여 점의 유물과 약 5만 권의 도서가 수집됐다. 이 가운데 엄선한 극히 일부가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전시되고 나머지는 아카이브로 구축 관리된다.

상설전시관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가치를 따지기 힘든 소중한 유물과 자료들도 공개된다. 강제병합 당시 순종의 칙유와 데라우치 통감의 유고, 일제의 침략전쟁을 합리화하는 니시키에, 출처와 경위가 분명한 삼일독립선언서 초판본, 남경대학살 일본군 선봉부대 일장기, 동학 의병 관련 자료, 을사오적 등 거물 친일파의 훈장 등 유품,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포스터 엽서 등 선전자료, 일기 책자 등 문헌자료, 문서 지도 사진 등 희귀한 자료도 전시된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소장자료들을 활용해 전시는 물론 출판 영상제작 등 교육교재 개발에도 주력하는 한편,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역사문화강좌를 개설하고 답사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박물관 개관 과정에서는 건립자금 모금뿐 아니라 유물 기증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강제동원피해자 유족,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기증에 함께했다. 여기에 일본 시민사회가 펼친 자료 기증운동도 큰 힘이 됐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조경한 선생의 외손 심정섭 선생이 68차에 걸쳐 총 6천 점이 넘는 자료를 정리해 보내온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을 지낸 차리석 선생, 문화부장을 지낸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건국동맹의 채충식 선생, 부민관폭파의거의 주역 조문기 선생의 유품도 후손들이 기증했다. 희생자의 원혼이 담긴 유골함과 청춘만장이라 불린 장행기 등 강제동원피해자들이 남긴 유품들에는 유족들의 한이 서려 있다.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독립운동가들의 후손, 시민들의 성금과 자료 기증으로 개관됐다.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독립운동가들의 후손, 시민들의 성금과 자료 기증으로 개관됐다.ⓒ뉴시스

강만길 선생의 남북교류 자료, 윤정옥 선생의 일본군‘위안부’ 관련자료, 고 성대경 선생의 의병 관련 자료, 민족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고 이돈명 변호사와 한승헌 변호사의 법조 관계 자료, 전기호 선생의 강제동원 관련 자료, 이이화 선생의 동학 관련 자료, 임헌영 선생의 재판 관련 자료, 윤경로 선생의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 등도 눈에 띈다. 도쿄지회 조영숙 회원의 자이니치 관련 자료, 미국 이덕문 회원과 독일 원병호 회원의 민주화운동 자료 등 해외 회원들의 호응도 두드러졌다.

‘식민지역사박물관과일본을잇는모임’에서도 다수의 자료를 수집해 보내왔다. 즈시 미노루 선생이 방대한 ‘침략신사’ 컬렉션을 기증했으며, 기타무라 메구미 씨 등이 개별적으로 기증운동을 펼치고 있다. 도쿄고려박물관 일본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재한군인군속재판을지원하는모임 오키나와한의비모임 등 과거사 관련 단체들도 조직적으로 자료기증운동을 펼쳤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관계자는 “남산과 용산 일대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의 본산이 자리 잡고 있었고, 해방 이후에는 독립운동 선열의 묘역이 효창원에 들어서는 한편으로 인권말살의 상징인 중앙정보부와 대공분실이 위치하고 있었다”며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독립정신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가꿔나가는 역사문화벨트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

주 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47다길 27

지하철로 오시는 길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 도보 10분
1호선 남영역 1번 출구 도보 12분
6호선 효창공원역 2번 출구 도보 15분

버스로 오시는 길
(간선) 400 (마을) 용산04:숙명여대 도서관 또는 정문 하차
(지선) 2016:숙명여대 후문 하차

관람시간 10:30 ~ 18:00 (입장은 17:30까지)
휴관안내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하고, 다음 평일에 휴관)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홈페이지 http://historymuseum.or.kr/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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