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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약속 이행 않는 미국의 적반하장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현재 중단 중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현재로선 더 이상 훈련들을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품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 결정이 나온 뒤 나흘 만에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미 국방장관이 시사한 것이다. 북미관계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위협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는 지금까지 지지부진 하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시험장을 폐기하고, 서해위성발사장 일부를 해체하며,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동안 미국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북 제재를 계속 갱신하며 ‘상호 신뢰 구축’과는 동떨어진 일만 하고 있다. 단 하나 8월까지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 하나 이행된 조치를 되돌리겠다며 위협용으로 쓰고 있다.

품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에서부터 메티스 국방장관의 군사훈련 위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아무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좋게 해석하려 해도 적반하장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북미 정상이 만나서 합의했던 약속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북미공동성명 서문에는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성명한다”고 쓰여 있다. 북한과 미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유해발굴과 송환을 약속했다. 어느 모로 봐도 합의의 내용은 신뢰 구축을 위한 상호간의 노력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연기하면서 했던 말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만의 의무사항으로 여기고 있으며, 신뢰 구축을 통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돌아오자마자 태도가 바뀌었다.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미관계에 실질적인 진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조치는 연말에 항공기 200여 대가 동원되는 대규모 군사훈련 따위가 아니다. 만약 한미 군사훈련이 다시 시작되고 기왕의 대북제재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정상회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올 겨울에는 또다시 군사적 긴장이나 전쟁위기 같은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에 줄 수 있는 대가는 대북 제재 완화이고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조치는 군사적 압박과 대북 제재 강화라는 수십 년 반복된 답답한 정책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다음 한 발은 미국의 태도 변화로부터 떼어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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