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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양승태 사법농단’ 압수수색 영장 90% 기각…검찰 수사 기능 무력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휘날리는 검찰 깃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휘날리는 검찰 깃발.ⓒ양지웅 기자

검찰이 지난 6월 말부터 약 2달 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하면서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지난 두 달 동안 서울중앙지법에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180여건 청구했다. 법원은 이 중 160여건을 기각했고, 20여건만 발부했다. 기각률은 89%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거의 기각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법원행정처를 장소로 특정해 청구한 영장은 아예 발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농단 사건 윗선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기각한 것을 포함해, 법원행정처 사무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거래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 법원행정정처 전‧현직 근무자들 등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했다.

법원이 발부해 준 영장은 전직 판사들의 자택이나 재판거래 대상으로 지목된 관련 정부 부처, 옮긴지 얼마 되지 않은 현직 판사들의 법원 사무실 등에 대한 것으로,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다. 반면 범죄가 실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나 법원행정처를 수색 장소로 특정한 영장 등 대법원 조직 내부를 관통하는 압수수색 영장은 대부분 기각했다.

조직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영장은 기각하는 것과 동시에 수사 확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영장은 발부해주는 식으로 적당히 구색을 맞춰가면서 검찰 수사를 컨트롤하고 있는 것이다.

영장 기각 사유는 대부분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 등이다.

심지어 “혐의 성격에 비춰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재판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혐의 성립에 의문이 있다” 등의 기각 사유를 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본 재판이나 구속영장 심사 단계도 아닌 매우 기초적인 증거 수집 단계에서부터 범죄 성립의 유무를 예단해 사실상 검찰 수사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상당히 보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사실상 수사 초반에 이뤄지는 것으로,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해 진실을 규명해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법원은 최소한의 검찰 측 소명에 근거해 추가 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압수수색 영장을 어렵지 않게 내어 줬었다. 2016년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경우는 0.9%에 불과했다.

검찰로선 이런 상황이 매우 어색할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농단 수사에서 필요한 자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하고, 대법원은 임의제출을 완강히 거부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당황스럽다”며 “그렇다고 수사를 안 할 수 없으니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법원과 검찰 및 권력형 비리 사건 기사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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