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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이름은 몰라도, 그가 설계한 건물을 모르는 이는 없다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김익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서소문 인근엔 한국 현대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62년 준공된 이 건물은 경사진 대지에 관저와 대사관 및 예술관 등의 세 개 건물이 보행자의 시각 전개에 따라 서로 적절한 각을 이루며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지붕은 한옥으로 되어 있고, 관저 외벽은 옛 기와조각과 자기를 부숴 만들었다. 민가와 궁의 건축요소가 가미되고, 전통적 재료들이 추상미술의 형식으로 재구성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설계한 이는 한국건축의 1세대로 꼽히는 고 김중업 건축가다.

김중업의 손을 거친 건축물들은 한국에서 기념비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이 많다. 지금은 건국대 언어교육원으로 쓰이는 구 건국대 도서관 건물(1958년 준공), 현재는 부산대학교 인문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 부산대 본관(1959년 준공) 등 대학건물과 1980년대까지 31층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서울 종로 삼일빌딩(1970년 준공), 유작인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진 올림픽 세계평화의 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김중업 건축가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 김중업건축박물관과 공동 주최하는 ‘김중업 다이얼로그’전을 오는 12월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연다.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김익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김익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김중업의 사후 30주기를 맞아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생애와 작품 전반을 다루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에 모더니즘 건축을 선보인 1세대 건축가’라는 한국건축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예술가 김중업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아카이브, 김중업건축박물관의 소장품과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사진과 영상 신작 등 3,000여점의 작품과 자료가 선보이게 된다.

건축가 김중업은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 요코하마 고등공업학교 졸업 후 1948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조교수로 재직했다. 한국 전쟁으로 부산에 머물며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던 그는 1952년 베니스에서 열린 제1회 세계예술가회의를 계기로 1952년 10월부터 1955년 12월까지 파리의 르 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일했다. 귀국 후 서울에 ‘김중업건축연구소’를 설립하고 부산대학교 본관, 주한프랑스대사관 등을 설계하며 모더니즘과 한국의 전통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1971년 광주대단지 주민 5만여 명이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하여 일으킨 광주대단지 사건을 비판하는 글로 필화사건에 휘말리면서 프랑스로 다시 떠나야만 했다. 1978년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김중업의 건축은 전과 다르게 미래주의적 면모를 띄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말년 계획안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고, 88 올림픽을 기념하는 ‘세계평화의 문’이 유작으로 남게 됐다.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장 전경ⓒ김익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중업 다이얼로그’의 첫 번째 대화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후기 작업에서 부터 전기 작업을 역순으로 진행되는 김중업의 작품 연대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세계성과 지역성’, ‘예술적 사유와 실천’, ‘도시와 욕망’, ‘기억과 재생’ 등 4개의 주제로 그간 김중업과 그의 작품 주변부에 머물렀던 문맥들을 세세하게 펼쳐본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간 논의가 부족했던 김중업의 후기 작업들과 김환기, 이중섭, 윤명로, 이승택, 백금남 등 예술가들과의 교유, 협업과정 그리고 도시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중업건축박물관 소장품과 국립현대미술관 아카이브를 비롯하여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김태동, 김익현 사진가의 건축 사진과 57스튜디오 등 영상 등 3명(팀)의 작품도 선보인다. 이 작업들은 김중업의 건축을 ‘지금 여기’ 동시대 사회문화적 풍경 속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김중업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근·현대 건축 유산의 재생 문제를 환기시키고, 획일화되어가는 도시 풍경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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