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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양승태 대법원 과거사 재판 피해자 구제의 길 열었다

헌법재판소가 30일 양승태 대법원 시절 일부 과거사 판결의 근거가 됐던 관련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고문·조작사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앞당긴 판결에 적용된 민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국가와 화해한 것이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에 대해서는 민주화보상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긴급조치 피해배상 사건 재판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이른바 ‘양승태 사법농단’의 한 줄기인 과거사 관련 재판 피해자들의 구제의 길을 열었으나 사법부와 입법부에 과제를 남겼다.

헌재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라는 소멸시효를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사건들에 대해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어서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과는 달리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또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을 받은 경우에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까지 제한한 것은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은 2015년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며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결정 모두 형식적으로는 관련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를 적용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다. 그렇다고 헌재가 대법원의 판결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특히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 상대 손배소에서 패소한 뒤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이른바 ‘재판소원’ 논란은 피해간 것이다.

이로써 민주화보상법과 국가배상 청구권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됐다. 이들이 재심을 청구하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뀌게 되면 과거 판결은 재판 취소의 효과를 갖게 되고 피해자들은 구제될 수 있다. 문제가 된 판결들은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에 ‘협조’했던 사법농단의 한 줄기다. 사법부가 재심을 받아들여 결자해지해야 한다.

하지만, 재판소원을 냈던 1천여명에 달하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어렵게 됐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회가 법을 만들어서라도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고 고초를 겪었던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도리다. 피해자들은 군사독재시절에 한 번, 박근혜-양승태 사법농단으로 다시 한 번 피눈물을 흘렸다. 국회가 느리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 정책적 고민할 필요도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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