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군에서 내년부터 전국 최초로 농가에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해남군은 28일 농가 기본소득 도입 위원회를 열고, 내년부터 해남군 내 전체 농가 만 4천 5백여 곳에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농민수당 도입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평화당 소속 명형관 해남군수의 농업 분야 핵심 공약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남군은 지난 7월부터 ‘농가 기본소득 지원 도입’을 검토해왔고, 이달 1일 도입계획안을 수립했다. 지난 21일엔 농업인 단체‧시민단체‧농협‧군의회 등 관련단체 관계자 13명으로 농가 기본소득 도입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 끝에 이번 결정을 이끌어냈다.
해남군은 농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명칭을 ‘농민수당’으로 결정했다. 농민수당을 도입하는 것은 지자체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강광석 정책위의장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쌀이 갖는 산업적 가치 ▲식량의 안정적 공급 기능 ▲홍수 조절, 지하수 함양 등 환경 보전적 가치 ▲농촌공동체 유지 기능 등으로 설명했다. 농민들이 농산물 생산을 통한 가치 창출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해왔다는 것이 농민단체 측의 입장이다.
농민수당은 해남군의 모든 농민에게 월 5만 원, 1년에 총 60만원 지급된다. 2017년 전남 강진군에서 농민수당과 유사한 취지의 ‘농업인 경영안정자금’이 도입되었으나, 경작하는 논밭 면적이 총 300평 이상이 되어야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해남군은 중‧소농 보호를 고려해 경작 면적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만 지원대상의 범위를 보다 정확하게 해 부정 수급을 방지했다. 1년 이상 해남군 내에 주소를 두고 농업 경영체를 등록해 논‧밭을 실경작하는 농업, 축산업, 임업 종사자들만 농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지원 금액은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지급되며 전액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단 계획이다. 연간 약 90억 원의 예산 소요가 예상된다. 신청자는 본인 신청서를 작성해 마을 이장을 통해, 읍면 사무소에 제출하면 된다.
수당을 받은 농민들은 논밭둑 등 농지 형상 유지, 가축 방역과 적정 사육 밀도 기준 준수, 농약과 비닐 등 영농폐기물 스스로 처리, 친환경 농업 실천 등 기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각 마을 단위로 자율적으로 논의된 의무도 실천해야 한다.
해남군은 앞으로 정부와 도의 정책 방향과 연계해 지원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12월 말까지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 1월에는 사업을 시행한단 방침이다.
농민 기본소득에 대한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2016년 전농이 제기하며 시작됐다.
전농 강광석 정책위원장은 “강진군보다 해남군의 사례가 좀 더 발전한 것이다. ‘농민수당’으로 명칭도 정확해지고, 부정수급이 없게 대상도 엄격해졌다”라며, “농민수당은 지급방식이 중요하다. 해남군 농민수당은 균등지급방식이다. 많이 짓는다고 많이 주는 것 아니다. 균등 지급 방식으로 모든 농민에게 똑같이 줘서 중소농보호 차원에서 의미있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품권으로 주는 것도 좋다”라고 설명했다.
또 “해남군을 시작으로 각 광역시‧도 단위로 확대되길 바란다. 당장에는 농민수당을 정부 차원으로 진행하긴 어려워 지자체에서 우선 시작했지만, 앞으론 정부 차원으로 논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남군 농민 정거섭 씨(53)는 “농민회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중요시했고 이 가치를 사회적 합의와 농민수당이라는 보상으로 이끄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다. 금액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협의 과정에서 합의를 끌어내 다행이다”라며 “해남이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하나의 제도로 도입했는데 이 사례가 다른 지자체의 방향이나 금액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남군농민회 대표로 ‘농가 기본소득 도입 위원회’ 논의에 참여해 온 정 씨는 “군 집행부와 농민회가 각각 기본안을 가지고 와 협의하기로 했다. 12월에 조례안 확정에 들어간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군의회에 넘겨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남군청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농민기본소득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농민수당을 도입한 첫 사례로 평가한다”라며, “향후 정부와 도 차원에서 관련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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