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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양인준, “명품이라 할 수 있는 ‘수제화’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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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이나 에르메스에 버금가는 명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구두 공방 ‘인준(inJUNE)’을 운영하는 구두장인 양인준씨의 말이다.

구두장인이라고 하면 40~50대가 보통이고 30대는 정말 드문 편이다. 수제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늘어났지만 만들겠다는 젊은 기술자는 거의 없다. 이런 면에서 인준 씨는 정말 특이한 경우다. 구두에 인생을 걸겠다고 뜻을 세운지 3년밖에 안됐지만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한발한발 내딛고 있는 중이다.

인준씨는 원래 디자이너를 꿈꾸었고 대학 졸업 후 원래 있던 생필품들을 사람들이 쓰기 쉽게 디자인을 해 판매하는 1인기업을 운영했다.

수제화 공방 ‘인준(inJUNE)’을 운영하는 양인준씨
수제화 공방 ‘인준(inJUNE)’을 운영하는 양인준씨ⓒ민중의소리

“창업하고 4년 넘게 운영을 했어요. 지원금도 받았고 창업하기는 쉬웠는데 1인 기업이 살아남긴 쉽지 않았어요. 계속하다보니 이게 정말 내길인가 하는 고민도 들고 흥미도 떨어져셔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디자인하면서 늘 소재에 대해 고민을 하던 양씨는 우연히 가죽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가방과 신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서울시에서 하는 ‘젊은 수제화 장인 양성 교육’을 알게 됐다.

아직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교육을 받고 싶다면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운영하느라 몸은 고됐지만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저는 예전부터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제 손으로 직접 촉감을 느끼면서 만들어보는 공예가 좋았어요. 제 손으로 직접 구두를 만든다 생각하니 너무 즐거웠어요. 회사일 하면서 교육 받느라 몸은 고됐는데 늘 즐거웠어요. 소풍 가기 전날 설레잖아요. 수제화 교육 갈 때면 늘 그런 기분이었어요. 1년 정도 교육을 받고 공장과 공방을 돌면서 배우고 나니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가 되더군요.”

이미 본인이 직접 만든 구두를 지인들에게 팔 수 있을 정도였고 성수동 구두장인들 사이에서 ‘어디 가면 젊은 애가 잘 만든 데더라’ 라는 입소문이 돌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걸로 일해도 굶어 죽진 않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방을 하나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올해 4월 성수동 근처에 자그마한 공간을 얻어서 공방을 차렸다. 수중에 있는 돈을 몽땅 턴 것으로도 모자라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월세를 냈다. 필요한 장비들은 안면 있는 기술자들에게 빌렸다.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물거품 될 뻔한 꿈

이렇게 그의 꿈이 조금씩 현실이 되나 싶었는데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불과 3개월 만에 건물주가 바뀌고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부에 장비들 설치하고 손님들이 상품 잘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놓고 이제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건물주가 바뀌고 제 공방이 있는 곳을 쓰고 싶다며 나가라는 거예요. 정말 청천벽력 같았어요.” 

“자영업자 되고 제가 알게 된 건 우리를 보호해주는 법이 없다는 거였어요. 임대차보호법은 5년까지만 보호해주잖아요. 세를 얻어서 들어가도 스스로 오래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늘 불안해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고 내 생활비만, 내 식구들 먹고살 돈만 벌 수 있는 공간을 보호해 달라는 건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정말 갑갑한 현실이죠.” 

눈앞이 캄캄했지만, 앞으로의 꿈을 생각하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양씨는 바로 새로운 공간을 알아보러 다녔다. 성수동보다 더 좋은 곳을 찾다가 그는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홍대 쪽에 주목하게 됐다.

“서울에서 월세가 싼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을 바꿔서 젊은 사람들이 오기 쉬운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 보니 홍대가 괜찮겠다 싶었어요. 물론 월세 조금이라도 더 싸게 하려고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지만요. (웃음)” 

예전 공방에서 다른 수강생들과 일하던 인준씨(맨 오른쪽)
예전 공방에서 다른 수강생들과 일하던 인준씨(맨 오른쪽)ⓒ양인준씨 제공

공방 ‘인준’을 옮긴 지 벌써 한 달 정도 지났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찾는 손님은 많지 않다. 그러나 지인들을 통해서 오기도 하고 블로그를 보고 직접 찾아오는 등 손님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인준 씨에게 수제화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제가 정말 대단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디자인은 정말 예쁘게 해드릴 수 있어요. 구두 맞추러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어떤 구두를 맞추고 싶다’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분은 없어요. 추상적인 생각을 잡아드리고 다른 슈메이커들이 못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해요. 미리 시안을 보내드리고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시게 할 수 있으니 손님 입장에서는 많이 편할 거예요.”

“진짜 명품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인준 씨가 만들어 파는 구두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파는 수제화에 비하면 꽤 비싼 편이다. 

“사람들이 구두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격대와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대가 조금 달라요. 대형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수제화에 익숙해져서 공방에서 파는 구두 가격을 들으면 대부분 비싸다고 하시죠. 하지만 제대로 된 수제화를 생각한다면 이건 절대로 비싼 가격이 아니거든요.” 

“수제화라고 하면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만드니 수제화라고 합니다. 기계로 똑같이 찍어냈다면 모를까 손으로 만들었다면 손으로 만든 강점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손님이 원하는 대로 아주 사소한 것까지 맞춰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흔히 있는 수제화 쇼핑몰이나 매장에서 ‘분홍색 남성 구두 주세요’ 하면 없다고 하잖아요. 그럼 일반 기성화랑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거죠.” 

인준씨가 직접 만든 구두들
인준씨가 직접 만든 구두들ⓒ민중의소리

“우리나라에서 수제화라고 하는 유명 브랜드들은 대부분 손으로 만든 거예요. 근데 왜 그 브랜드들이 왜 수제화인 줄 아세요? 20~30년 전에 손으로 만들던 것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어요. 기술과 설비에 전혀 투자하지 않고 기성화를 만들면서 ‘수제화’라고 우기고 있는 거죠.”

인준 씨의 꿈은 진정한 명품을 만드는 것이다. 일이 없을 때도 늘 더 예쁜 디자인이나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색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루이뷔통이나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들은 왕실이나 귀족들에게 납품하면서 유명해졌고 몇 대를 거치면서 명품이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다들 미국이나 일본 것만 찾으니 명품이 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명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 못 볼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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