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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정현채 교수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 준비해야”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비아북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이지만 그걸 아무런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지만, 죽음을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건 금기시된다. 때문에 우리에게 죽음은 늘 갑작스럽게, 준비하지 못한 채 찾아온다. ‘죽음학 전도사’인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준비된 죽음을 늘 강조한다. “죽음은 준비할 때 존엄하다”고 말하며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 교수의 신간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가 출간됐다.

암 치료를 위해 얼마 전 큰 수술을 한 정 교수도 지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연구실 비품이나 자료를 학교의 의학역사문화원에 기증하고 있으며, 매년 다섯 번 헌혈을 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강의노트를 복사해 준다. 장기기증서약서와 유언장, 자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 기도삽관이나 연명의료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고, 자신의 장례식에 쓸 음악을 USB에 담아 두었으며, 수의 대신 무명옷을 입히고 화장하여 바다에 뿌려 달라는 사전장례의향서도 만들어놓았다. 정 교수는 가능한 일찍 죽음을 직시하여 자신만의 죽음관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다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말고, 일흔이든 여든이든 나름대로 훌륭한 삶을 살았다면 삶의 길이를 무의미하게 연장하기보다 삶을 잘 마무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책엔 죽음과 관련해 정 교수의 오랜 연구와 경험적 추론이 담겼다. 정 교수는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죽음의 여러 모습을 다룬다. 최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객사’를 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의료진 역시 환자의 죽음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나 정리의 과정으로 보지 못하고 의료의 패배나 실패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은 죽음의 당사자인 환자 본인에게 암 발병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려 하거나, 죽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는 문화를 낳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아울러 이 책엔 죽음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근사체험’이 ―환각이나 착각, 혹은 소망투사(Wishful thinking)에 불과한 것인 자중을 벗어나 근사체험이 단순한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근사체험 사례에서 일반적 특징들이 도출된다면서 근사체험자의 고백을 그저 ‘뇌의 오작동’ 등으로 치부해선 안된다며 다양한 연구 결과는 죽음이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이며, 다른 차원의 이동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거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변화돼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100세 장수’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늙어감’에 대한 예찬과 죽음에 관한 올바른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죽음은 인간의 정신이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죽음의 질이 바닥권인 국가다. 2010년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죽음의 질이 32위에 그친 것이다. 반면 1위를 차지한 영국의 경우, 정부에서 죽음이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잘 살고 잘 죽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유언장 작성하기, 장례 계획 세우기, 노후 요양 계획 세우기 등).

죽어 가는 이들에 대해 보이는 관심도와 예우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알리는 척도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이제 우리도 품위 있고 아름다운 죽음, 즉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은 논쟁이 많은 안락사에 대해서도 죽음에 대한 존엄 차원에서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하지만 자살의 경우 사회적 죽음에 가깝다며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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