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92세 김복동 할머니가 1인 시위까지 해야 하나

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외교부가 있는 정부청사 앞에서 섰다.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92세의 나이로 암투병 중이며 5일 전 수술까지 한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비옷을 입은 할머니는 손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피켓에는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 김복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2015년 12월 28일 기습적으로 발표된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외교참사이자 가해국 일본과 손잡고 피해자들에게 전쟁폭력을 가한 제2의 범죄행위였다. 즉각 피해자와 국민들은 합의를 거부했고, 결국 촛불투쟁과 정권교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이 합의를 지킬 수 없으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17년 12월 28일의 문 대통령 입장문 발표와 올해 1월 10일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8개월이 넘었으나 일본의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되지 않은 채 존속되고 있다. 화해치유재단은 번지레한 이름과 달리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의 돈을 전달하고 이른바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집행기구이다. 따라서 이 재단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합의가 살아있고 실행되고 있다는 일본의 강변에 증거로 악용될 뿐이다. 실제로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전쟁범죄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는 주문에 일본은 강제동원조차 부인하면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뻔뻔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차일피일 미루던 정부는 재단 해산 여론이 강해지자 ‘연내 정리 검토’라는 입장을 흘리고 있다. 재단은 이미 이사진 대부분이 사퇴하고 활동도 중단돼 아무 할 일이 없는 상태다. 여성가족부에서 법인 취소를 하면 되고, 고용계약 등도 행정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재단 해산을 계기로 일본과의 논란이 다시 불거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정부 간의 공식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다는 부담을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피력했다.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주변국과의 갈등 요소를 피하고자 하는 고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언제고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연말이면 굴욕적인 합의 3주년을 맞게 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입장은 더욱 옹색해진다. ‘일본과의 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정부는 합의 파기하고 재단 해산만 해달라’는 김복동 할머니와 피해자들의 외침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