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브라질 선거대법원, ‘압도적인 선두주자’ 룰라의 대선 출마 불허
노동자당의 부통령 후보 페르난도 아다지(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룰라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과 유세 행진을 벌였다. 2018.8.28
노동자당의 부통령 후보 페르난도 아다지(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룰라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과 유세 행진을 벌였다. 2018.8.28ⓒAP/뉴시스

31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연방선거대법원이 재심에서 부패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룰라, 72)의 대선 출마를 불허했다. 이로써 ‘민주주의’ 대 ‘정당한 법적 절차(due process)’ 간의 싸움이라 일컬어지는 브라질의 대선에서 3선을 노리던 압도적인 선두주자가 제외돼 버렸다.

2011년 87%라는 기록적인 지지율로 2번의 임기를 마쳤던 룰라는 어느새 브라질을 양분시키는 인물이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철강노동자에서 출발해 대통령이 된 후 브라질의 수백만 극빈층의 삶을 향상시킨 룰라를 여전히 지지해, 오는 10월 7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룰라가 압도적인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주요 후보들보다 낮기는 하지만 룰라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룰라의 노동자당 집권 13년 동안에도 계속 이어졌던 정치적 부패의 정도를 보여주고 룰라를 감옥으로 보낸 “세차 작전” 조사 때문이다.

데이터폴하 연구소가 8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룰라는 39%로 19%의 지지율을 보인 극우의 육군 대위 출신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차 투표를 불과 5주 앞두고 룰라가 빠짐으로써 이미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브라질의 대선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다른 남미의 좌파 거물들과 마찬가지로 룰라는 새로운 지도자 세대를 육성하지 못했다. 이제 출마가 불가능해진 룰라는 자신의 런닝메이트였던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노동자당 후보로 공식 지지할 전망이다. (아다지에 대해서는 [인터뷰] ‘룰라의 플랜 B’ -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참조)

하지만 특히 빈곤층이 많은 동북부 지역에서, 룰라의 지지표가 아다지에게 온전히 이전될지는 확실치 않다. 아다지는 경제학자이자 변호사, 교수로 아직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룰라를 제외한 시뮬레이션에서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가 22%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마리나 시우바 전 환경부 장관이 16%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아다지는 거기에 훨씬 못 미치는 4%를 얻는데 그치고 있다.

사회자유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브라질의 극우성향 대통령 후보 보우소나루(가운데)
사회자유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브라질의 극우성향 대통령 후보 보우소나루(가운데)ⓒAP/뉴시스

룰라 없는 10월 대선

8월 31일에 시작돼 자정이 넘어 끝난 연방선거대법원의 특별 심리에서는 7명의 판사 중 6명이 룰라의 출마에 반대했고 노동자당에서 10일 이내에 후보를 교체하라고 결정했다. 룰라가 2심에서 유죄를 받았기 때문에 연방선거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당은 정치적 탄압에 굴하지 않겠다며 옥중의 룰라를 후보로 내세웠다.

연방선거대법원의 판결 이전에 글라이시 호프만 노동자당 대표는 “전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리더를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면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룰라의 전임자였던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전 대통령은 신문 기고를 통해 “법치주의가 임의적인 조치에 밀린, 민주주의가 몰락한 나라로 브라질을 묘사하는 것이 룰라에게는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룰라를 감옥에 보낸 과정은 브라질의 제도들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룰라가 거친 법적 과정은 정당한 법적 절차이고 헌법과 법치주의를 준수했다”고 덧붙였다.

룰라는 부패와 돈세탁으로 작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가 자기 구미에 맞게 리모델링된 해변의 콘도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 말이다.(이 콘도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은 왜 좌파활동가들은 룰라가 ‘뇌물로 받았다던’ 아파트를 점거했을까를 참조) 지난 1월, 룰라는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고 12년 형에 처해졌다. 그리고 지난 4월,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던 중 룰라는 경찰과의 대치 끝에 체포됐다.

브라질에서는 룰라가 대통령이었을 당시 입법된 ‘깨끗한 경력법(clean-slate law)’에 따라, 형사법상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인들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룰라는 꾸준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 왔고 전 세계의 좌파 지도자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 또한 아직 대법원 재판이 진행되지 않은 룰라가 후보로서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브라질 정부에게 요청한 바 있다.

노동자당은 앞서 8월 15일 선거법원에 룰라를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 룰라는 남부 쿠리치바 시에 있는 감옥에서 아다지를 포함한 변호인단에게 손편지를 건네며 선거운동을 해 왔다.

노동자당은 이번 판결이 너무 성급하게 나왔다고 주장하다. 그것이 무료 TV, 라디오 선거방송이 허용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간 상대 후보들은 선거운동 전략을 짜기 위해 신속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번 심리를 책임졌던 루이스 로베르토 바르로소 판사도 “이렇게 국가가 분열된 시점에서 브라질을 위한 최선의 대안은 대선 후보를 투명하고 빠르게 협력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대선의 1차 투표일은 10월 7일이고,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율 1위와 2위 후보가 10월 28일 결선 투표로 승부를 가린다.

기사출처:Brazilian Court Rules That ‘Lula’ Cannot Run for President

정혜연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