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갈팡질팡 그만하고 주택 정책의 철학과 방향 분명히 해야

서울 집값 상승 추세가 심각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14년 8월 이후 지난 8월까지 49개월 연속 상승하고,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7억원을 돌파했다. 1평당 1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있다 하니 ‘폭등’이라 해도 지나친 진단은 아니다. 고용과 분배 등 각종 경제 지표 악화에 집값마저 뛰고 있으니 국민의 불안과 원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부 출범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대책' 등 투기 억제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다소 진정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종이 호랑이'라는 지적마저 받은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이 발표되자 주택 시장이 들썩였다.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1년 새 수억원이 올랐는데 세금은 고작 수백만원 늘어난 수준이니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는 급등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박 시장이 개발계획을 보류하겠다고 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이미 서울 전역으로 확산된 뒤였다. 저금리 기조와 막대한 시중 부동자금 때문에 가뜩이나 집값 상승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실책이 투기 세력이 고개를 들게 만든 셈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연일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서울 시내 투기 지역을 확대했고,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혜택 축소 방침도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수도권 공급 물량 확대와 거래세 인하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당정청이 모두 나섰지만 집값 상승세가 꺽이리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여러 면에서 혼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공급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공급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공급 규모에 대해서도 엇갈리고 있다. 보유세 강화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이다. 당정청이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어떤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당장에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엇박자부터 정리해야 한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면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집값은 폭등하기 마련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을 경기 부양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정부가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주택 정책의 방향이 자가 소유 촉진에서 '부담 가능한 주택'으로 전환되고 주거 복지가 강조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만 집중하다보면 이런 방향을 놓칠 수 있다. 지난해 내놓은 주거복지로드맵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제대로 보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주택 정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도 안정된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