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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재 연출 “장애는 사회가 만드는 것...사람 몸에서 발생하는 게 아냐”

장애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장애를 겪고 있는 불편한 몸일까, 아니면 장애인이 쉽게 발 디딜 수 없는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 놓는 사회일까.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비장애인·장애인과 함께 공연 작업을 이어온 신재 연출가의 작업 행보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프로젝트팀 ‘0set프로젝트’의 신재 연출가는 장애인 시설,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 비장애인 ·장애인의 인식의 접근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3부작을 진행했다. 2016년 ‘장애극장’, 2017년 ‘연극의 3요소’와 ‘불편한 입장들’, 그리고 올해는 ‘나는 인간’을 진행했다.

그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공연 작업은 종종 존재했다. 하지만 올초 접한 신재 연출가의 공연 작업은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새로운 형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의 작업은 ‘장애인 체험’을 해보자거나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해보자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오히려 나는 타인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설프게 타인이 돼보기 보다는 오롯이 ‘나’로 존재하되 나의 감각으로 타인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를 한다.

신재 연출가
신재 연출가ⓒ신재 연출가

2016년부터 진행한 작업들은 바로 그 시도의 결과물들이다. 그 결과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신재 연출가를 만났다.

그가 ‘장애극장’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2011년 경 노들장애인야간학교라는 공간에서 야학 교사를 하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면서부터다.

그러다가 그는 성북문화재단에서 일할 때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지원사업’ 중 일부를 기획하게 됐다. 그는 ‘문화 소외층’으로 기획을 하게 됐다고 했다. 보통 공연을 보려면 극장을 가야 하는데 장애인들은 공연장 접근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제가 만나고 있는 사람 중 일부는 애초에 공연장에 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저는 공연 작업을 하고, 당시 노들 사람들과 만나고 있었고,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기획을 하게 되니까, 아예 생각을 안 했거나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 굉장히 큰 문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턱없는 극장을 기획하면서 그것에 대한 부분으로 ‘장애극장’이라는 시범 공연을 하게 된 것이었다.”

공연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은 장애인이면 장애인대로, 비장애인이면 비장애인인대로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어 우리 사회의 ‘벽’을 체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6년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진행된 ‘장애극장’의 경우 참여자들이 실제 극장에 와서 체크 리스트를 들고 입구의 너비, 턱의 높이 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7년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된 ‘불편한 입장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연에 쓸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런 것들도 다 장애인 활동가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획한 것이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시설물을 이용할 때 미리 검색하거나 전화를 다 해보고 온다. 안 되는 곳은 아예 못 간다. 검색하고 전화도 미리 걸었는데 막상 갔을 때 못 들어갈 수도 있다. 왜냐면 비장애인 감각에서 ‘장애인도 다 들어올 수 있다’고 했지만 공연장 입구에 계단이 있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저희 공연 땐 그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관객에게 드리고 관객들이 줄자를 들고 다니면서 어디에 턱이 있는지, 입구 너비는 어느 정도인지, 휠체어가 돌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는지 점검했다.”

신재 연출가의 '나는 인간'
신재 연출가의 '나는 인간'ⓒ허선혜

휠체어 이용 장애인 입장에서
대학로 공연장 안내도를 다시 그려보다

아리랑시네센터 3관과 남산예술센터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벽을 점검한 신재 연출가는 이후엔 대학로로 나섰다. 공연 밀집 지역인 대학로에는 수많은 공연장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많은 공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연장 시설물은 장애인들에게 벽을 세우고 있었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모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올해 4월 공연 ‘나는 인간’을 할 때, 직전에 워크숍이라고 해서 참가자들과 대학로 공연장 120곳을 돌아다녔다. 주로 휠체어 이용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 120곳 중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도움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14곳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장애인 창작자가 공연 할 수 있는 물리적·문화적 접근성이 가능한 곳은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이음센터였다. 그런데 이음센터도 스텝은 접근이 안 되는 곳이 있었다. 장애인 창작자가 조명 디자인을 하거나 연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가 전제가 안 돼 있다. 오퍼실을 계단을 돌아 올라가야 있다. 그러면 장애인 창작자는 거기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공연은 관객들이 객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게 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에 가깝다. 참여자들이 공연장을 직접 둘러보거나 설문지를 작성해 보거나 둘러 앉아 함께 방안을 모색해 보는 시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신재 연출가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점에서 우리 모두는 다 타인이다. 절대 내가 타인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완전 다른 존재라고 했을 때 우리는 공감할 수 없나? 그러면 연대할 수 없나? 슬픔이든 기쁨이든 무엇이 됐든 그것에 대해서 같이 할 수 없나? 같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 시도를 했다. 참여자가 직접 해보는 거다. 근데 나의 입장에서 하는 거다. 내가 그 사람 입장이 되는 게 아니라, 각각 참여하는 그대로 극장을 직접 확인하고, 생각한 것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관객들과 장애인 시설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재 연출가는 다양한 의견을 들었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호의와 공감을 가지고 한 이야기 중에 ‘장애인 전용 극장이 지어져야 한다’, ‘장애인 전용 극장이 많아져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저희가 계속 내부에서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워크숍을 하거나 논의할 때 갖는 생각은 장애인 극장을 짓는다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극장에 누구나 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궁극적인 것이었다. 장애인 극장을 만드는 것은 장애와 비장애인을 분류하고 그 안에서만 장애인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모든 극장이 리모델링이 되거나 재건축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는 극장이 되기 위해서, 접근이 가능한 극장이 되기 위해서 점진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은 할 수 있다. 단 몇 센티의 턱만 낮춰도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모두가 행복한 극장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장애는 사회가 만드는 것이지 사람 몸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다. 사람 몸이라는 게 털이 없을 수도 없고, 다리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랬을 때 턱이 없으면 그 사람도 못가는 불가능의 영역이 되는 게 아니다. 누구는 들어갈 수 있고 없고의 불가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떤 점에서 보면 사람 신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도 없어지려면 훨씬 더 섞여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신재 연출가는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이유 때문에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세상이 바뀌면 좋을 것이다. 그런 대전제는 깔려 있지만 감히 공연이 그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고 할 수 있는 것을 다양한 시도로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0set프로젝트’의 시도는 계속된다. 이들은 오는 10월 새로운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0set프로젝트’는 어떤 팀?


‘0set프로젝트’의 이름은 전자저울 버튼에서 빌려왔다. 무게를 측정할 때 무게를 0으로 만들고 바라보듯, ‘0set프로젝트’는 사회적·문화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명제’를 저울 위에 놓고 0set 버튼을 눌러 다시 사유하고자 한다. 2017년 “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 중이다. 이들은 질문들에 답하려는 시도로서 조사, 인터뷰, 워크숍, 기록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 중 일부를 공연으로 제작한다.

[인터뷰1]‘대안공간눈’ 이윤숙 대표, “장애 예술가는 복지 좋은 곳에만 있으면 된다?”

신재 연출가의 '연극의3요소'
신재 연출가의 '연극의3요소'ⓒ0set프로젝트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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