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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이제 방탄소년단은 어떤 드라마와 콘텐츠를 내놓을까
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
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출처 = 빌보드 홈페이지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8월 24일 발표한 리패키지 음반 [Love Yourself 結 ‘Answer’]가 9월 3일 빌보드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올해 5월 18일 발표한 [Love Yourself 轉 ‘Tear’]로 처음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후 3개월여만에 다시 빌보드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빌보드의 설명에 의하면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유일한 케이팝 가수일 뿐 아니라, 한국 최초로 2개의 1위 앨범을 보유하게 된 뮤지션이다. 지금까지 영미권 밖 외국어 음반으로 한 해에 두 번 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뮤지션은 방탄소년단뿐이다. 실로 엄청난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한 후 2015년 11월에 발표한 [화양연화 pt. 2] 음반으로 빌보드 200에 171위에 오르며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16년 5월 [Young Forever] 음반으로 107위에 올랐고, 같은 해 10월 [Wings] 음반으로 26위까지 올랐다. 2017년 2월에는 [You Never Walk Alone] 음반으로 61위에 올랐으며, 2017년 9월에는 [Love Yourself 承 ‘Her’] 음반으로 7위에 오른바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인 Hot 100에서는 2017년 9월 [Love Yourself 承 'Her'] 음반 타이틀곡 ‘DNA’가 85위에 올랐고, 2017년 12월에는 ‘MIC Drop’의 리믹스 버전이 빌보드 핫100 28위에 올랐다. 올해 6월 방탄소년단은 ‘Fake Love‘로 단숨에 Hot 100 차트 10위에 오른데 이어, 이번 음반 타이틀곡 ’Idol‘은 9월 4일 Hot 100 차트 11위로 곧장 등장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소셜 아티스트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거나 [Love Yourself 轉 ‘Tear’] 음반 판매량이 166만장을 돌파했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국내외 차트들의 기록이나 유튜브 조회수 기록 등등은 너무 많아 다 적을 수 없을 정도이다. 방탄소년단은 단지 내수용 아이돌이나 아시아 스타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월드스타이다.

오래도록 한국의 대중음악은 국내용이거나 기껏해야 아시아 시장에서 먹히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2NE1, 보아, 빅뱅, 싸이, 소녀시대, 씨엘, 엑소, 원더걸스, 지드래곤, 지디, 태양을 비롯한 2000년대 이후의 아이돌 뮤지션들은 한국의 대중음악이 아시아 시장 뿐 아니라 영미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차츰차츰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과 겹쳐지는데, 그럼에도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 대중음악의 지존 같은 빌보드 차트, 그것도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또 차지하는 일이 3개월여만에 연달아 일어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지난 5월 [Love Yourself 轉 ‘Tear’]로 처음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많은 언론들이 앞 다투어 보도하고, 평론가들이 거들었던 분석을 새삼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계속 곱씹게 되는 생각 몇 가지만 정리해보고 싶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아이돌 뮤지션을 넘어 자의식을 담아내는 아트스트임을 입증

우선 방탄소년단은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려는 시점에서 우리가 쉽게 이루지 못하리라 예상했던 문화적 성과를 이뤄내는데서 정점을 찍었다. 한국은 1970년대 경제개발과 1980년대 민주화를 거치면서 차츰 정상국가의 면모를 갖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 과정에서 1인당 국민소득과 수출액의 증가만으로 담보할 수 없는 국가/민족적 자긍심은 주로 스포츠 분야의 스타들이 국제대회에 나가 담보해주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거나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단지 개인 기량의 우수함만 증명하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선진국이 갖춰야 한다고 믿는 국력과 자긍심의 증거가 되었다. 아시안게임 2~3위, 올림픽 10위 등의 성적 뿐 아니라 개인 선수의 성적조차 그 기준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곧장 세계 속 한국의 지위를 대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얻어낸 수상과 흥행이 또 다른 국력의 증거로 활용된다. 특히 서구 대중음악을 이식하고 모방하면서 시작한 한국의 대중음악이 해외 시장에서 통한다는 사실 앞에서 청와대가 나서서 축하를 보내는 일, 그리고 김연아, 박세리 선수나 월드컵 축구 대표팀만큼의 열광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과, 방탄소년단을 두고 병역 면제 이야기가 나오는 현실은 음악 밖의 담론을 요청한다. 가령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위치시키고 있으며,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케이팝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흥미롭다.

그런데 [Love Yourself 結 ‘Answer’] 음반의 연이은 성공은 그 자체로 좋은 음악이 거둘 수 있는 성공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지에 대한 규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사운드가 있고, 메시지가 있다. 물론 최대한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진 아바 같은 뮤지션들의 곡들이 있지만, 대중음악은 대개 특정 세대의 장벽을 벗어나기 어렵다. 언제 태어나 어떤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는지가 한 사람의 취향과 안목을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 역시 현재의 10대부터 30대 정도까지의 젊은 세대에게만 사랑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Love Yourself 結 ‘Answer’] 리패키지 음반 수록곡들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지 않기는 어렵다. ‘Epiphany’, ‘I'm Fine’, ‘Idol’, ‘Answer:Love Myself’를 비롯한 신곡들은 대부분 감각적인 멜로디와 적절한 비트에 공들인 사운드를 결합한 좋은 팝 음악이다. 방탄소년단은 네오 소울, 록, 일렉트로닉, 팝, 하우스, 힙합 등의 장르를 다채롭게 활용해 폭 넓고 다양한 음악을 내놓음으로써 다양한 취향을 가진 팬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게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은 일면적인 팝음악만 선보이는 아이돌 뮤지션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자의식을 담아내는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내비쳤다. 아이돌 뮤지션은 대개 팝 뮤지션으로서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 주체적인 고민을 깊이 드러내는 경우가 적어 아티스트형 뮤지션과 차등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자신들의 음반에 성장하는 청춘의 고민과 시대인식 뿐만 아니라 팝 스타로서의 자의식까지 드러내면서 기존의 아이돌과 다른 모습을 향해 나아갔다. 조금 더 깊은 고민을 담아내면 아티스트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팝스타라는 기준 자체에 대한 반문은 잠시 미뤄두자. 어쨌든 [Love Yourself] 시리즈 음반을 통해 끊임없는 내적 고민과 갈등을 드러내고,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같은 자기 긍정의 서사로 나아가는 방탄소년단의 서사는 기존의 아이돌 대 아티스트의 경계를 허물면서 아티스트형 아이돌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려는 시도임은 분명하다. 이 차이가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결론으로 내놓은 자기애와 자기 긍정의 메시지가 얼마나 새롭거나 가치 있는지, 현재의 시점에서 이 같은 자기애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기 고백과 쟁투, 성장의 드라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전시하며 소통해야만 하는 투명사회의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OVE YOURSELF 結 ‘Answer’ 앨범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 앨범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방탄소년단ⓒ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음반을 하나의 연작 청춘 드라마로 구성
음반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음반을 사게 만드는 힘을 보여줌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기부터 [Love Yourself 結 ‘Answer’]까지 자신들의 음반을 일관되게 방탄소년단 식 청춘드라마 연작으로 만들어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보통 한 장의 음반을 통해 하나의 서사를 펼쳐놓는 기존 음반 제작 방식을 뛰어넘는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디지털 싱글이 음반을 대체해버린 2016년 3월부터 최소한 2년 반에 걸쳐 [Love Yourself] 시리즈를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의 음반을 연작 드라마처럼 제작하고 활용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음반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음반을 사게 만들었고, 팬들을 결집시켰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수많은 온오프라인 기반의 콘텐츠와 플랫폼이 대중의 시간을 장악하고 관심을 흡입하는 시대에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한 곡의 음악을 멋지게 만들거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근사하게 찍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반 연작으로 구현해내는 드라마를 통해 음반이 얼마나 강력한 매체이자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아마도 방탄소년단의 경쟁 상대는 엑소 같은 아이돌 그룹이나 드레이크 같은 뮤지션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음반과 음악이야말로 트렌디하고 현재적이며 문제적이다.

덧붙여 아미라는 강력한 팬덤을 월드와이드하게 구축한 방탄소년단은 음반, 싱글, 공연을 비롯한 수많은 방탄소년단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소비/확장할 수 있게 했다. 아무리 볼 게 많고 할 게 많아도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계속 콘텐츠를 소비/향유하는 시대에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는 일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까. 이제 청춘 드라마를 끝낸 방탄소년단은 과연 어떤 드라마와 콘텐츠를 내놓을까. 방탄소년단의 모델은 비틀즈 혹은 또 누구일까. 지금까지의 방탄소년단만큼 앞으로의 방탄소년단에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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