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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작전서 동료 잃은 특공대원에게 용산참사 재현훈련시킨 경찰
용산 참사 당시 투입된 경찰특공대
용산 참사 당시 투입된 경찰특공대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그해 경찰이 “유사사건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참사 당시를 연상시키는 구조물 등을 설치해 모의훈련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특히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모의훈련이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경찰특공대원들의 아픔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찰공권력 행사 옹호’를 위해 홍보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봤다.

5일 진상조사위 ‘용산참사 사건 진상조사 심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7월2일 주상용 서울청장 등 경찰지휘부는 서울 남태령 경찰특공대 운동장에서 기자단 14명과 서울청 협력단체 회장단 45명을 초청해 건물옥상 망루진압 훈련을 선보였다. 용산참사로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지 반년도 안 됐는데, 참사 당시 투입됐던 대원들을 이 같은 훈련에 투입시킨 것이다. 당시 훈련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은 총 135명이었고, 참사에 투입됐던 특공대원 중 다수가 이 훈련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에는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남일당 망루와 유사한 구조의 망루와 컨테이너, 크레인 등이 동원됐다. 가상으로 설치된 망루벽에는 ‘생존권 보장, 투쟁’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해놓았으며, 여기에 경찰특공대원들을 철거민 농성자로 가장시키기까지 했다. 동료의 죽음과 부상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찰특공대원들의 상황은 전혀 고려가 없었던 셈이다.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화염을 뚫고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화염을 뚫고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서울경찰청 제공

당시 서울청은 망루진압 훈련 목적에 대해 “각종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사회질서 확립을 위한 서울경찰특공대의 ‘대테러전술시범’의 관람으로 든든하고 믿음직한 서울치안에 대한 확고한 신뢰 구축”이라고 포장했다.

진상조사위는 “서울청이 실시한 경찰특공대의 훈련은 경찰지휘부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제기된 이후 검찰수사본부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이었고,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도 이루어지지 않은 때”라며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경찰이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구조물 등을 설치하고 진압을 재연하는 모의훈련을 단행한 것은 본 사건에서의 경찰공권력 행사를 옹호하고 ‘정당하다’ 홍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투입됐던 경찰특공대원은 용산참사로 동료를 잃은 슬픔과 트라우마가 있는데도, 이러한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훈련에 투입됐다”며 “대원들에 대한 배려나 고려 없이 경찰의 강제진압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므로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박진 진상조사위 위원은 “조사과정에서 다수의 특공대원들의 진술을 들을 수 있었고, 당시 대원들은 트라우마 치료를 받지 않고 훈련까지 투입돼 매우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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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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