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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수사’ 철벽 친 법원과 측면돌파로 벽 허물려는 검찰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 현장.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 현장.ⓒ뉴시스

사법농단 수사 대상인 법원의 방어벽이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 검찰은 법원 벽을 허물 수 있는 돌파구를 여러 갈래로 모색 중이다.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압수수색 영장들이 잇따라 기각됨에 따라 사건의 본류를 파고드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검찰은 여러 갈래의 지류들을 공략하면서 법원을 조여 가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말 검찰이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에 착수한 이후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 건수는 점차 누적되고 있고, 기각률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5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217건 중 발부된 영장은 23건에 불과하다. 영장 기각률이 무려 90%에 달하는 것이다. 심지어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사건의 뇌관인 법원행정처를 장소로 특정한 영장은 전부 기각했다.

최근에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특수1부·3부·4부)이 지난 3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개입 및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 특허소송 개입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법원의 철벽수비, 틈새 전략으로 법원 압박하는 검찰

법원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철벽 방어 태세로 일관했다. 대법원에서 진행된 법원행정처 하드디스크 복구 작업 과정에서 임의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발생한 주요 장소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대부분 불허했다. 법원행정처에 대한 직접적인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100% 기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영장심사 단계에서 여러 가지 제반 상황들을 고려해 조직에 직접 타격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장만 일부 발부했다. 대외적으로 수사 협조의 모양새를 최소한으로나마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법원은 주로 “혐의 소명이 불충분하다”, “범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었다. 법리적 판단의 형태를 띤 정무적 판단의 결과물이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뉴시스

검찰 수사는 이렇게 초반부터 험로를 걸었다.

그러나 철옹성 같은 법원의 방어막에도 구멍은 있었다. 법원이 선별해서 발부해준 영장에 따른 외교부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 등 압수수색에서 얻은 자료로 검찰은 일정 정도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물론 사법농단 사건의 규모가 상당히 광범위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비춰봤을 때 소소한 성과일 수는 있으나, 검찰이 확인한 사안 자체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검찰이 지난달 1일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토대로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법원은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소송 관련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 여러 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외교부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해줬다.

조직 내부를 관통하는 장소에 대한 영장울 기각하는 대신 외교부 압수수색을 허용해 어느 정도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해 검찰 수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자 했던 법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실책이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강제징용 소송 재판거래 의혹을 구체화시켰다. 수사 과정에서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과 청와대의 교감이 있었다는 점,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법원이 외교부와 기존 판결을 뒤집고자 수차례 협의를 진행한 점,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용이하게 이행하고자 이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점 등이 모두 드러났다.

이 사안만 갖고도 검찰 수사는 박 전 대통령까지 공모자로 기소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이밖에 양승태 사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른 각종 소송에 개입한 사안,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에 개입한 사안, 비위 판사의 징계를 무마하고 이와 관련한 뇌물 사건 재판에 개입한 사안 등도 현재까지 수사한 내용만으로 충분히 기소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들 모두 사실상 ‘방해’에 가까운 법원의 비협조 속에서 꾸역꾸역 만들어낸 성과들이다.

검찰 수사를 효과적으로 틀어막고자 했던 법원으로선 예상을 벗어난 결과다. 지난 영장 발부의 실책을 교훈으로 삼은 법원은 더욱 견고한 벽을 치고 나섰다. 더 이상의 치명적인 타격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말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개입 의혹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만약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법원은 구색맞추기용으로 고용노동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부산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문상배(49) 전 부산고법 판사의 징계를 무마하고 해당 건설업자의 뇌물 사건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전‧현직 판사들의 영장을 대부분 기각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법원을 압박해나갔다. 통상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던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법원에 공세를 취했다.

법원의 노골적인 영장 기각이 이어지면서 ‘재판거래’라는 본류 수사가 전반적으로 정체됨에 따라 검찰은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여러 갈래의 지류 수사로 법원에 반복적인 타격을 줘 본류로 나아가는 길목을 열어보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지원비 수억원을 빼돌려 로비용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밝혀낸 것이다. 이 내용은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과 예산담당자의 소환 조사에서 확인됐다. 비자금 조성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 예산은 지난 2015년 공보관 사무실 비품 집기 등 구입비 명목으로 새롭게 책정된 소액의 운영비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일선 법원의 쌈짓돈마저 쓸어 담아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법원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 사건의 당사자이자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영재·박채윤 부부 회사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의료용 실(봉합사) 기술 특허권 소송에 협조한 정황도 확보해 수사 중이다. 이 역시 법원 주변부를 두드려 확보한 자료들을 근거로 확인된 것이다. ‘재판거래’ 사안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건의 본류와도 맞닿아 있다.

검찰은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사법농단 사건 진실 규명에 근접하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수사에 비해 많은 노력이 따르는 건 사실이지만, 중간에서 진실 규명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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