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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잇단 신흥국 위기, ‘강 건너 불’ 아니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된 터키의 통화위기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얼마 안 가 아르헨티나와 중남미의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도 9년 만의 경기 침체를 보이면서 랜드화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도 20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한다. 중국의 위안화나 호주 달러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 연쇄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건 오랜 기간 양적 완화를 이어왔던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이제 자신들이 풀어놓았던 통화를 걷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넘쳐났던 유동성은 주요 신흥국들의 외화 표시 외채로 전환되어 왔는데, 이런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이 달 말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위기는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터무니없는 무역 전쟁도 이런 위기에 힘을 싣는 이유다. 무역 전쟁은 그 자체로 교역의 규모를 줄일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을 확대시켜 달러 강세를 부채질한다. 신흥국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우리의 통화 위기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라고 본다. IMF 당시와는 달리 기업의 부채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정부도 신흥국 통화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주변 여러 나라들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우리만 예외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높은 무역의존도에서 드러나듯이 다른 나라들이 어려워지면 우리 역시 어려운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기준 금리 인상과 함께 큰 규모의 가계부채가 폭탄으로 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부는 IMF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IMF 당시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기업과 기업가들은 구제 금융을 통해 살아남았지만, 아무런 책임이 없던 노동자들과 청년들은 대규모 실업으로 내몰렸었다. 다행히 현재 우리 정부의 재정 능력은 다른 나라보다 낫다. 급할 때 불을 끌 역량은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 추세를 내다보면서 과감한 재정 투입을 포함한 다방면의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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