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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너무 늦게 확인된 용산참사의 진실

5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용산참사 조사 결과는 실로 참담하다. 재개발 사업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이주 대책을 요구했을 뿐이다. 이들이 망루 농성에 들어가자 경찰은 바로 다음 날 폭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이 사건이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임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이 겨우 25시간 만에 진압해버린 농성자들은 어느 누구의 생명을 위협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먹고살고자 하는 최후의 저항으로 농성을 택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대테러 작전을 하듯이 특공대를 투입했다.

작전 계획은 급조됐고, 그나마 크레인이나 에어매트, 화재 진압용 화학소방차 등 계획에 따른 준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투입된 경찰특공대 제대장이 서울청 경비계장에게 준비 부족을 이유로 ‘작전 연기’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모든 안전 대책을 무시할 정도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알 수 없다.

사망 사건이 벌어지자 청와대까지 나서서 여론 조작을 지시한 정황은 더 충격적이다. 청와대가 이메일로 보낸 공문을 통해 강호순이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홍보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해 달라’는 문장에서 당시 이명박 정권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용산참사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온‧오프라인에서 경찰입장을 홍보하고, 언론계 인사와 접촉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나아가서 전국의 사이버수사요원을 동원해 용산참사와 관련된 여론조사에 투표하도록 하고, 인터넷 게시물이나 댓글을 매일 5건 이상 쓰도록 했다. 실정법에 아랑곳 하지 않는 국가기관의 여론조작이다.

자그마치 9년 8개월이 지난 진상조사다. 이제라도 정의와 진실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지연됐다. 그 사이에 국가로부터 당한 폭력에 대해 위로받아야 할 농성자들은 오히려 ‘불법시위’를 이유로 투옥됐고 끊임없이 매도당했다. 6명의 사망자와 3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참사의 책임자들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 동안 지연된 진상조사가 이제라도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단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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