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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
고려대학교보건과학대학 김승섭교수 연구팀 등은 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려대학교보건과학대학 김승섭교수 연구팀 등은 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민중의소리

2009년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폭력으로 해고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그 가족 역시 10년 동안 고통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 주최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연구결과 발표'가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쌍용차 해고자·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 교수는 "정리해고가 합법화 된 지 20년이 됐다. 그동안 해고 당사자의 고통에 대해서 가끔씩 이야기 됐지만, 그 가족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얘기한 바가 없었다"며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국가인권위원회, 심리치유센터 '와락'과 공동으로 올해 4~6월에 걸쳐 쌍용차 해고자(89명)ㆍ복직자(43명), 해고자 배우자(28명)와 복직자 배우자(38명)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 48%
'남편이 해고자라 사회적 차별 당했다' 54.6%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범대위 주최 ‘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쌍용차 관련 발표에 따른 쌍용차 가족 경찰청장 면담’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폭력 진압 피해자의 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범대위 주최 ‘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쌍용차 관련 발표에 따른 쌍용차 가족 경찰청장 면담’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폭력 진압 피해자의 가족이 발언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쌍용차 해고자의 배우자 10명 중 4명 이상(48%)은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직자의 배우자들도 20.6%가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일반 여성들의 답(5.7%)과 비교했을 때 8.7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김승섭 교수는 "배우자들에게 자살에 대해 질문 하는 것이 맞을까 망설였지만, 수차례 논의 끝에 두 번 할 수는 없는 연구라는 생각에 질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고자의 배우자들의 사회적 고립과 관계 단절을 경험하고 있었다. 해고자의 배우자에게 '남편의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가'를 묻자, 70.8%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남편의 해고로 인해 내가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거나 행동하게 될까봐 전처럼 사람들과 잘 사귀지 않는가'란 질문엔 45.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쌍용차 해고자ㆍ복직자의 아내들은 남편이 정리해고자란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나'하는 질문에 해고자 배우자의 54.6%, 복직자 배우자의 62.5%가 "있다"고 응답했다. 차별을 경험한 장소는 주로 '직장이나 일터'(66.7%), '거리나 동네'(33.3%) 였다.

해고노동자의 배우자들은 쌍용차 사측이 조직한 관제 데모로 인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털어놓았다. 지난 4월 30일 이루어진 포커스그룹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사측은 전략적으로 '산자'와 '죽은자'를 나누고, '산자'인 관리인을 이용해 해고 노동자와 충돌하게 만들었다"라며, "어제까지 해고노동자들의 동료였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경험을 아내들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해고자 아내들의 마음속엔, 경찰이 노사가 충돌했을 때 막아주기는 커녕, 사측과 한 편이 되더라는 '국가 폭력'에 대한 기억도 자리잡고 있었다.

'손해배상청구', 'DNA시료 채취'
해고자에게 계속되는 국가 폭력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10년 동안 복직을 희망하다 지난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해고자 김주중 씨의 노제에서 동료 조합원들이 서럽게 울고 있다.김 씨는 9년 전 쌍용자동차 공장점거 파업 당시 진압 경찰의 집단 폭력에 병원에 입원 후 트라우마와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9년 쌍용차 해고 이후 30번째 죽음이다.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10년 동안 복직을 희망하다 지난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해고자 김주중 씨의 노제에서 동료 조합원들이 서럽게 울고 있다.김 씨는 9년 전 쌍용자동차 공장점거 파업 당시 진압 경찰의 집단 폭력에 병원에 입원 후 트라우마와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9년 쌍용차 해고 이후 30번째 죽음이다.ⓒ정의철 기자

해고자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은 파업 이후에도 지속됐다. 해고자 42.3%, 복직자 34.5%가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위헌 결정을 받은 DNA 시료 채취 경험도 있었다.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DNA법에 영장 청구 시 판사가 채취대상자 의견을 직접 청취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명문화돼 있지 않아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했다.

해고자 32.5%(21명), 복직자 35.7%(10명)이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국가가 해고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신호"라며 비판했다.

해고노동자 된 후, 건강 잃고 재산 잃고..
김승섭 교수, "해고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

지난 2015년 김승섭 교수 연구팀은 쌍용차 해고자 1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쌍용차 해고 경험이 건강에 끼친 영향을 연구한 결과,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응답한 해고자는 39.5%, 복직자는 24.2%에 달했다. 이는 일반 자동차공장 정규직 노동자(2.5%)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우울 증상이 있다고 답한 해고자들은 79.1%(91명)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올해 조사에서 해고자들에게 '자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는 "해고노동자들도 이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바로 옆에서 동료를 떠나보낸 상황을 겪고 고통스러워하는 해고자들에게 윤리적이지 못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리해고 이후 생명보험, 예금, 적금 등 사적 안전망을 해지할 수 밖에 없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들의 사적안전망 소유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해고 이전에 갖고 있었던 생명보험과 예금적금, 민간보험을 80%가까이 잃게 됐다. 김승섭 교수는 이런 상황을 가리켜 '미끄럼틀 한국사회'라고 명명했다.

김 교수는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 폭력적 해고, 국가 폭력,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부재 등이 해고자와 그 가족들을 아프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불안과 정리해고는 한국사회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그동안 해고자와 가족들에게 일어났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누구든지) 겪게 될 수 있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발표를 마치며 "이걸 보시는 해고노동자와 가족분들은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이 연구를 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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