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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출산주도성장이라니, 김성태 씨 미쳤습니까?

칼럼을 쓰면서 ‘어떤 욕을 써야 분이 풀릴까?’를 고민한 적도 처음이다. 출산주도성장이라고? 단체로 미쳤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 운운했단다.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도 반대했던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런 헛소리를 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길게 하지 않겠다(너무나 당연하므로!).

문제는 출산주도성장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는 인간을 대하는 이들의 관점이다. 자유한국당 눈에 인간은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 보이는 모양이다.

역사적으로 자본은 늘 많은 인구를 원했다. 자본이 덩치를 불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노동자들을 최대한 싼 임금으로 착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이 낮아도 좋으니 제발 일자리를 주세요”라고 간청하는 가난한 실업자들이 득실대야 한다.

산업혁명 때도 그랬고 1970년대 한국 재벌들이 덩치를 불릴 때도 그랬다. 먼저 농토를 박살내고, 농민들을 갈 곳이 없게 만든다. 그리고 자본은 이들을 도시로 끌어들여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시킨 뒤 마음껏 착취했다.

문제는 이 와중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에 자본이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아니 오히려 빈민들이 굶어죽는 것은 이들이 더 바라는 바였다. 1795년 성직자였던 조셉 타운센드(Joseph Townsend)는 “굶주림은 아무리 사나운 동물도 얌전하게 만든다. 빈민을 노동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굶주림밖에 없다. 그러니 가난한 자들은 다 굶어죽게 내버려두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의 주장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처참한 관점조차 ‘경제 성장을 위해 가난한 사람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도였지 ‘경제 성장을 위해 사람을 더 생산해야 한다’는 패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김성태 씨에게 하나만 물어보자. 사람이 천연자원이냐? 경제성장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하게?

개인적으로 인구절벽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장 일자리가 부족해 쏟아지는 청년실업도 감당 못하는데, 인구가 부족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부터 앞뒤가 안 맞는다.

지금은 일자리가 부족해도 미래에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어 큰 일이 날 거라고?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는 왜 떠돌아다니나? 가까운 미래에 의사도, 변호사도, 기자도, 심지어 프로바둑 기사도 일자리를 잃을 판인데 왜 사람이 부족하다는 공포를 퍼뜨리느냐는 말이다.

문제는 인구의 부족이 아니라 분배와 복지의 부족이다. 김성태 씨의 관점은 그래서 본말이 완전히 전도됐다. 사람을 많이 ‘생산’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게 아니다. 부(富)가 골고루 분배돼 누구나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돼야 인구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김성태 씨는 “경제 성장을 위해 너희들은 아이를 낳아라. 더 많이 낳아라”라고 외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경쟁에 패해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 어찌 할 셈인가? 그때가 되면 김성태 씨는 “빈민을 노동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굶주림밖에 없다. 그러니 그런 자들은 다 굶어죽게 내버려 둬라”라고 주장하겠지.

친구를 집에 초대할 때에도 청소를 하고 음식을 준비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새로운 생명을 초대하려면 그들을 따뜻이 맞이할 자세가 있어야 한다. 새 생명이 태어났는데 “와, 경제성장을 위해 또 한명의 자원이 태어났네요. 살기 힘들어서 죽는 건 네 책임이에요” 이러고 있는 게 말이 되나?

인구가 부족한 것이 경제적으로 정말로 큰 문제라면, 제발 좀 사람에 대한 존중을 보여라. 인간이 먼저 되라는 뜻이다. 김성태 씨, 딴 데 보지 마세요. 당신 이야기입니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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