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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이제 그만 헤어져] “평화협정 체결” 주장했다고 5년간 처벌 시도한 공안기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의 규정이다. 해마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위 규정들의 폐지를 권고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법무부 차관도 유엔에 출석하여 국가보안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발언한 바도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가장 많이 적용되는 조항들이고 현재도 위 조항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들도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1994년 문규현 신부, 홍근수 목사가 함께 창립한 평화군축, 자주통일운동을 하는문화 시민운동단체로 대표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실현운동을 하고 있다.

2012년 9월 ‘평통사’의 사무실 및 활동가들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소위 ‘평통사 사건’이 시작되었다. 2013년 2월경부터 관련자들이 기소되기 시작하여 전국에서 9명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었고 대법원이 2017년 12월 5일 대구평통사 전 대표인 백창욱 목사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모든 사건이 무죄로 종결되었다. 압수수색부터 무죄 확정까지 5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들은 무슨 행위를 하였나? 평통사는 20년이 넘는 동안 평화‧통일 관련 활동을 해온 NGO단체인데 갑자기 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기소된 이유는 무엇일까? 평통사 관계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다름 아닌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 위반 혐의였다. 평통사 관계자들이 각종 집회, 토론회, 강연, 기고 등을 통해서 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② 주한미군 철수, ③ 한미동맹폐기, ④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주장하였고, 북한 원전, 평통사 자료집 등의 문건 및 파일을 소지하였다는 것이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임화영 기자

신념에 따른 평화 주장도 처벌하려는 공안기관

수사기관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는 책자 중 일부는 2007년 문화관광부 우수추천도서로 지정된 서적이었고,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유수의 대학도서관 등에서도 소장하고 있어 자유롭게 대출이 되기도 하였다.

대법원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실제 공안기관들도 위와 같은 원칙에 따라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자에 대한 수사를 해왔는지 의문이다.

헌법 제21조 제1항 및 우리나라가 당사국으로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제2항은 명백하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 한미합동군사훈련 반대, 평화협정 체결 등의 주장은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역사적‧사회철학적 인식 및 세계관에 있어서 그 궁극의 원인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적 외세 개입에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일 뿐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는 무관한 내용이고 자유주의적 기본질서와 결코 상충된다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주장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신념에 의하여 평화롭게 주장할 수 있는 것들로서, 얼마든지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들이고, 표현의 자유를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 하에서 당연히 허용되어야 할 내용에 불과하다. 개인이 자유롭게 사상을 형성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을 처벌하는 것이야 말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가장 큰 위협이 아닐까.

2018년 5월 4일 경찰청에서 열린 보안경찰 개혁 관련 민간전문가 간담회에서 홍제동 대공분실 담당자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에 대한 내사를 중지하였다고 하였다.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교류를 통한 평화통일의 노력이 요청되는 시기에 국가보안법 이제는 그만 헤어져야 할 때이다.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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