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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배설과 화장실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화장실의 심리학’
책 ‘화장실의 심리학’
책 ‘화장실의 심리학’ⓒ시대의창

배설을 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배설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옛날 프랑스 왕궁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어 궁에 들어가기 전에 꼭 볼일을 봐야 했다. 길가에 널린 배설물을 밟지 않기 위해 ‘하이힐’이 만들어졌고, 정원에서 볼일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경고문에서 ‘에티켓’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 경복궁에는 28군데에 뒷간이 있었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배설의 숙명으로 인해 우리는 평생 동안 악 1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고 한다. 우리는 그 시간 동안 공상에 빠져들기도 하고, 쉽게 배변을 하지 못하는 이들은 남모를 고통으로 머무는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그 행위와 매일 머무는 그곳에 대해선 점잖은 사람이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야기로 여기곤 한다. 배설과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는 과연 저속한 것일까? 책 ‘화장실의 심리학’은 우리 몸과 마음의 모든 배설, 그리고 배설 공간에 관해 심리학으로 두루 이야기한다. 과민한 대장과 신경질적인 방광에서부터, 방귀와 배설 관련 욕설, 화장실의 낙서를 심리학과 젠더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아무도 제대로 연구하고 있지 않지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일지 모르는 심리학 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오스트렐리아 멜버른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닉 헤즐럼은 우리가 인생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배변 장애 등 문제를 느끼고 있음에도 이와 관련한 연구가 부족함을 꼬집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몸과 마음의 배설, 입으로 하는 배설, 그리고 배설 공간에 관해 최근까지 진척된 심리학 연구의 성과를 차근차근 정리해서 친절히 설명해준다. “이들 연구 결과는 수백 가지 문헌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으며, 개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학술지에 실려 있어 전문가들만 접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많은 논문이 오랫동안 잘 읽히지도 않고 거론되지도 않은 채 묻혀간다. 하지만 이들 연구를 뒤져보면 종종 실험으로 입증된 매우 흥미로운 사실과 번득이는 이론적 고찰, 흔치 않은 역사적 경험과 흥미진진한 사례 연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과민한 대장에서부터, 배설과 화장실에 관련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배설과 관련한 방귀에 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귀의 양에 관해서는 아직 폭넓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평균 하루 열 번 방귀를 뀌며, 한 번에 내보내는 가스의 양은 약 100밀리리터다. 하루에 가스를 내보내는 횟수가 20회 이상이면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방귀의 횟수는 식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보통 한 사람이 뀌는 방귀의 양은 일정하며, 확실히 다른 사람보다 방귀를 많이 뀌는 사람들이 있다.”

또 지크문트 프로이트를 비롯한 정신분석학자들이 주장한 항문기 성격론도 소개하고 있다. 항문기 성격론은 1970년대 이후 퇴물 취급을 받고 있지만, 항문기 성격론이 규정한 성격 개념 자체는 오늘날까지도 다양하게 변주되며 그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도 볼 수 있는 ‘화장실 낙서’‘도 탐구했다. 공중화장실은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익명으로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특이한 공간이다. 화장실 낙서의 내용과 형태는 상당히 많은 심리학, 민속학, 인류학 연구의 주제가 되었다.

공중화장실은 대개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사고방식과 선입견, 언어 습관, 의사소통 방식의 젠더 차이를 연구하기에 매우 적합한 실험실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현재 여러 가정에서 진행 중일지도 모르는 흥미로운 현안도 다뤘다. 가정에서 여성과 같은 화장실을 쓰는 남성은 소변을 본 후 변기 깔개를 내려야 하는가? 이 문제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 그리고 심리학적인 분석과 조언도 제시한다.

“목욕하려고bath 화장실bathroom에 가지 않으며, 단지 쉬려고rest 화장실restroom에 가는 사람도 없다. 배설은 풍부한 심리적 의미를 전달하며, 이러한 의미가 널리 공유되는 현상은 사람들에게 배설이 얼마나 뿌리 깊은 관심사인지를 보여준다. 화장실은 배설을 보여주는 창이자, 그 밖에 여러 가지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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