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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아빠의 마음으로 만든 게임 ‘동물의 정원’ -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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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게임 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잘 모르는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가 물어본다면 경우에 따라 난감한 질문이 된다.

게임을 모르는 부모님에게는 게임 제목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무슨 게임’인지 답이 되지 않을 테니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지만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에게 설명해주기는 살짝 민망한 게임인 경우도 있다.

국내 게임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되는 2천만명에 달할 정도로 게임은 대중적인 문화가 됐지만 아직 ‘게임’과 ‘가족’을 이어놓기엔 아직 어색한 감이 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처럼 가족들과 게임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부모님과 아이에게 스스럼없이 권할 수 있는 게임은 없을까?

이런 ‘가족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잘 나가던 개임개발사에서 뛰쳐나온 1인 개발자가 있다. ‘아빠’의 마음이 담긴 게임 ‘동물의 정원’을 만든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를 만났다.

동물의 정원
동물의 정원ⓒ파더메이드

“남편이 만든 게임은 같이 할 수가 없어”

이찬수 대표는 현재 PC방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FPS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게임개발사 ‘블루홀’의 팀장급을 맡고 있던 경력 17년차 게임 개발자다.

이찬수 대표가 블루홀을 나오기 전까지는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블루홀은 이미 MMORPG 게임 ‘TERA’로 이름을 날리던 게임개발사였다. 이곳에서 아트팀장으로 일하던 이찬수 대표가 회사를 뛰쳐나온 것은 아내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남편이 만든 게임은 같이 할 수가 없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만들던 게임이지만 정작 주위사람은 물론 자신조차도 자신이 만든 게임을 즐기지 않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부터 이찬수 대표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저도 20대에는 액션게임을 재밌게 했어요. 그런 게임을 만든 것에 대해 자부심도 있고 즐거운 일이었죠. 그런데 저도 결혼하고 30대 후반이 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만든 게임을 내 주변사람이 즐기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심지어 저 조차도 액션 게임을 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웃음) 그러면 이제는 아내, 아들,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순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동물의 정원
동물의 정원ⓒ파더메이드

“잘 먹고, 잘 웃고...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게임에 담았죠”

‘동물의 정원’은 정원에 초대된 동물들을 성장시키는 게임으로, 파스텔 풍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적이고 화려한 화면은 아니지만 남녀노소 거부감 없이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가족 게임’에 어울리는 컨셉이다.

‘동물의 정원’은 동물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정원을 꾸미고, 밥을 주거나 쓰다듬어 주면서 동물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기존 경영게임이나 방치형게임에서 익숙한 요소다. 그러나 ‘동물의 정원’은 다른 게임에서는 겪을 수 없는 체험을 하게 한다. 바로 ‘이별’이다

‘동물의 정원’ 안에서 흐르는 시간으로 1년마다 자신이 키우던 동물을 졸업시키는 ‘동물졸업’ 이벤트가 생긴다. 졸업으로 정원을 떠난 동물은 다시 볼 수 없다. 무엇인가에 애정을 쏟을 순 있지만 언젠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경험을 담담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졸업이라는 콘텐츠는 소중한 것을 떠나보내는 것을 체험하게 하죠. 저도 부모인데 아이를 키우다가 언젠가는 보내야 할 텐데 그 땐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이는 이찬수 대표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동물의 정원’ 곳곳에는 이찬수 대표가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담겨져 있다. 이벤트 퀘스트 중 ‘몸무게 콘테스트’도 그런 것들 중 하나다. 날씬한 외모가 칭찬받는 사회에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으로 1등을 노리다니 생소하다. 하지만 아빠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잘 먹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다.

“동물들마다 능력치가 있는데 그걸 5~6살 아이에게 바라는 걸로 넣어봤어요. 몸무게, 개그, 연애, 발명 같은 것들이 그렇죠. 잘 먹고, 잘 웃고, 잘 사랑하고, 그러면서 창의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포함된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것을 떠나보낼 때는 웃으면서 떠나보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 메시지가 담긴 거에요.”

동물의 정원에서 진행되는 '몸무게 콘테스트' 이벤트
동물의 정원에서 진행되는 '몸무게 콘테스트' 이벤트ⓒ파더메이드

지난해에 출시된 ‘동물의 게임’은 그해 부산 인디게임 페스티벌(BIC)에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도 교토에서 열리는 인디게임행사인 Bitsummit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또 이달의 우수 게임 ‘착한 게임 부분’에도 선정돼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게임이 완성된 후에는 이찬수 대표는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 아이들은 아빠 품에서 동물들에게 밥도 주고, 동물들을 쓰다듬기도 한다. 그러다 “여우는 잘 있어?”라고 게임 이야기를 한다.

이찬수 대표도 의외였던 것은 자신의 부모님도 ‘동물의 정원’을 즐기더라는 것이다. 부모님도 전화로 “팬더 밥은 뭘 줘야 하니?”라고 게임 이야기를 꺼낸다. 온 가족이 하나의 게임을 소재로 대화하는 것이다.

“가족끼리 같이 보면서 플레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게임을 통해서 같이 이야기할 소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아이가 게임하는 걸 보거나 엄마가 하는 걸 보고 아이가 할 수 있는 게임, 그럴 수 없는 게임이 많지 않잖아요. 스스럼없이 권할 수 있고 가족 사이에서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는 게임, 이게 제가 정의하는 가족게임이에요.”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민중의소리

“돈 벌려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 그걸 다 했죠”

‘가족게임’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잘 나가던 회사의 팀장 자리를 놓고 나온다는 것은 더 큰 결심이 필요했다. 포기해야 했던 것들도 있었지만, 앞으로 혼자 가보지 않을 길을 가야한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회사에서는 휴직하라고도 권유했으나 이찬수 팀장은 퇴사를 택했다.

“괜찮은 직장이었고, 남아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았죠. 애사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구요. 그래도 명확한 것은 회사에 남아 있었어도 이런 ‘가족게임’은 못 만들었을 것 같아요. 큰 수익을 보고 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리고 사실 퇴직금으로 버틸 생각도 있었죠.(웃음)”

회사를 나와 보니 모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아트팀장을 맡고 있었지만 게임 원화도 처음 그려봤다. 프로그래밍도 컴퓨터학도였던 대학시절 기억을 떠올려가며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한 2년 백수로 있다가 게임도 못 만들고 결국 적당히 회사로 다시 들어가게 되는 건 아닌지 그런 두려움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두려움은 사라졌어요. 또 혼자면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물어볼 곳도 없는데 ‘동물의 정원’이 꽤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제 방향이 틀린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수익성만 고민하면 될 것 같네요. (웃음)”

회사에서 나와 수익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하던 요소를 넣어 게임은 만들었다. ‘동물의 정원’에 ‘동물 졸업’ 이벤트도 그런 요소 중 하나다.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가챠(뽑기)게임이 넘쳐나는 게임 시장에서 애정을 쏟은 동물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은 수익 창출과는 먼 요소다.

“(회사에 있을 땐) 돈 벌려면 이런 것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들, 그걸 거침없이 넣어서 게임을 만든 거죠. (웃음)”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민중의소리

이찬수 팀장이 준비하는 차기작은 컬러링 게임 장르의 힐링 게임이다. 이번에는 약간 수익을 기대하며 만드는 게임이지만 가족 게임에 대한 이찬수 팀장의 도전은 계속된다.

“가족 게임이라는 장르는 점점 커질 거라고 믿어요. 저도 그렇지만 게임을 하면서 자란 아이들이 이제 30대가 됐잖아요. 가족게임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본 인디게임 행사에선 50대와 30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함께 할만한 게임을 찾더라구요. 이렇게 가족이 같이 게임할 수 있는 시장도 분명히 커져야 하고, 또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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