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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역행하는 자유한국당의 나 홀로 ‘판문점선언 비준 반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료사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정부가 1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4·27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나 홀로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등 범진보 정당이 모두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야당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가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판문점 선언 지지 국회 결의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에 대해 “비준할 생각하지 말라”고 분명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도 없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재정 부담만 지우는 정부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밀어붙이기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4·27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한 이유는 ‘남북관계발전법 제21’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과 관련된 남북 합의서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재정적 부담이 따르는 남북합의는 신중을 기해야 하고, 국회는 국민의 입장에서 행정부의 합의를 철저히 따져 추인해줘야 한다는 근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제출한 비용 추계가 타당한지,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민생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국민들에게 그 같은 부담을 지우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철저히 따지는 등 국회 심의를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비대위원장은 ‘비핵화 진전 없이는 국회 비준 불가’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판문점선언 이후, 넉 달이 지나도록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라며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예로 들며 비핵화 선행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치들이다. 북한은 핵 리스트에 대한 신고→검증→폐기라는 절차에 진입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앞서 대북 특사단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며 이른바 ‘비핵화 시간표’를 처음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6일 본인 계정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라며 “우리는 함께 해낼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국제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김 비대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역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열망하고 있으며, 비핵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는 흔쾌히 협력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판문점 선언을 국민적 합의 과정도 생략한 채, 비핵화 이행과정에 대한 확실한 담보도 없이 동의해줄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료사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27판문점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USB가 뭔지 밝혀야 한다”라며 “(USB의) 내용은 국회 국민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회와 국민이 아무것도 모르는 가운데 뜬금없이 천문학 재정 뒷받침되는, 그런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서 불과 10일 만에 처리해달라는 심보 무언가”라며 경제 실책을 남북 관계 이슈로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자료사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4·27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의 캐스팅 보트를 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확실한 비핵화 담보 없는 비준 동의’, ‘정부와 여야 간 소통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불식시키면서도 정부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강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부터 채택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준비)하며 남북정상회담 간 여러 합의문에 관한 역사를 공부했다”라며 1991년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 합의서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노태우 정부 시절에 만약 국회에서 비준이 됐더라면 그 이후에 6·15남북공동선언이나 10·4남북정상선언 이행과정에서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그런 역사적 경험에 비춰봐서 저는 4·27판문점선언 비준문제도 가능하면 비준을 해서 남북관계가 좀 더 구속력 있고 힘을 받는 상황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지금 상황에서 비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위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분과 자유한국당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신뢰를 상당히 잃었고, 북미 간 회담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국회 비준안이 한미동맹에 불협화음 요인으로 작동될 수 있단 우려를 불식시킬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가 좀 더 남북 사이 진전 상황, 북의 비핵화 노력 등에 대해 긴밀하게 (국회와) 소통하고 야당과도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분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고) 일방통행 한다든가, 직권상정 처리하는 것 등은 안 하느니만 못하고 정쟁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설득에 나섰다.

그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비핵화 담보 없이 처리하지 못하겠다’라고 하면 역으로 (북의 비핵화를) 담보할 수 있다면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니, 담보 방법과 구체적인 내용을 여야 간 대화해볼 수도 있다”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운다’는 자유한국당의 우려에 대해서 김 원내대표는 “저도 청와대, 정부를 통해 다 확인했다만, 설사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되면 그것에 대한 예산집행을 다시 국회에서 프로젝트별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자유한국당을 달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울러 그는 “(이 중대한 남북평화 국면에서) 국회가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만 보고 반대만 하겠다는 것도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저는 비준 동의안을 3차 남북정상회담 전에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라며 “그 이유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데 북의 비핵화 문제를 국회에서 좀 더 강하게 압박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고 그런 점들을 국회 결의안으로 먼저 채택해 국회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자”고 목소리 높였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민중의소리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첫걸음인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자유한국당의 통 큰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4.27 판문점선언에서, 깜짝 만남이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났다”라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핵시설들을 폐기했고, 미군유해를 송환했으며, 오늘 9.9절 열병식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내대변인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없이 우리 국민의 세금인 국가재정이 자유한국당의 우려처럼 무조건 집행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판문점선언 이행으로 남북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그로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막대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지 않는다는데, 체제 전부를 걸고 국제무대로 나오려는 북한에 미국보다도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며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를 하는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평화를 원치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되물었다.

이어 박 원내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믿는 보수의 제1가치가 ‘애국’이 맞다면 판문점선언을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자유한국당의 국회 비준안 동의를 촉구했다.

장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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