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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칼럼’으로 아수라장된 백악관... 앞다퉈 ‘결백’ 주장까지 일파만파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East Room)에서 가진 전국의 보안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East Room)에서 가진 전국의 보안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AP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관리’라고 밝힌 한 익명의 칼럼이 뉴욕타임스(NYT) 게재된 이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부터 고위관리들이 줄줄이 ‘나는 아니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백악관의 거의 혼돈의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현직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senior official)’가 ‘나는 트럼프 정부 내 레지스탕스(저항 세력) 중 일부다’라는 제목으로 익명의 칼럼을 게재하면서 비롯됐다.

NYT는 필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개재한다고 밝혔다. 칼럼 필자는 근본적으로 ‘도덕성이 없는(amorality)’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정책과 최악의 충동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초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부통령의 승계 권한을 담은 수정헌법 25조를 근거로 대통령을 제거(removing)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해당 칼럼이 조회수 천만 이상을 돌파하며 파문을 일으키자 백악관은 벌집 쑤신 듯 발칵 뒤집었다.

해당 칼럼에서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인 ‘북극성(lodestar)’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린 펜스 부통령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수십 명의 고위관리들이 ‘나는 아니다(not me)’며 성명과 트윗을 발표하는 진풍경(이른바 ‘낫미’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다혈질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해당 칼럼은 ‘반역’ 행위라며 국가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즉시 색출하라고 법무부에 명령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4∼5명으로 ‘범인(?)’을 압축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지만, 누가 칼럼을 썼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백악관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나서 해당 칼럼은 “한심하고 무모하며 이기적”이라면서 “이 겁쟁이(coward)는 옳은 일을 해야 하며 사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기고자를 찾기 위해 ‘대혼란’에 빠지면서 서로 간의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8일에도 CBS 방송에 출연해 수정헌법 25조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을 해임할 논의가 이뤄졌느냐는 물음에 “절대 아니다”며 파문 수습에 주력했다. 그는 ”우리가 왜 그랬겠느냐“며 NYT 칼럼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 사진)ⓒ뉴시스/AP

다혈질 트럼프, 편집증 성격에 기름 부을 폭로 이어질 듯

일부에서는 해당 칼럼의 파문으로 평소에도 다혈질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편집증적인( paranoid) 성격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앞으로 자신과 조금만 의견을 달리해도 ‘범인(?)’으로 몰아 해임을 남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언론은 백악관은 나름 존 켈리 비서실장 중심으로 ‘기강 잡기’에 다시 나서고 있지만, 누가 자신의 등 뒤에서 칼을 꽂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또 역으로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동료를 ‘범인’으로 몰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번 파문은 백악관의 치부와 난맥상을 들춰낸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공포:백악관의 트럼프) 내용이 공개되어 파장을 일으킨 사건과 하루 차이로 발생했다. 이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와 ‘초등학교 5∼6학년의 이해력’이라고 비난했다는 주장으로 파장이 일었다.

오는 11일 공식 발간될 이 책에서 우드워드는 주로 전직 백악관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보좌진과 행정부 각료들을 향해 ‘쥐새끼’와 같은 욕설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올리는 침실을 ‘악마의 작업장’이라고 칭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폭풍 트윗’을 날리는 시간을 ‘마녀가 돌아다니는 시간’이라고 부른다고 주장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우드워드의 책이 공식 출간되고 NYT 기고자가 색출되거나 좁혀지는 과정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예상한다. 또 로버트 뮬러 특검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서도 또 다른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관해 워싱턴의 한 정치 분석가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잔인한 시험’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도 여러 파문과 폭로가 이어지겠지만, 결국 중간선거 결과가 모든 것을 판가름할 바로미터(barometer)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 의회는 상하원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고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탄핵 위기에 직면하는 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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