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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터미네이터는 정말 1984년으로 갈 수 있을까?
책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책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들녘

미래와 과거로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시간여행’이라는 상상력의 문이 대중을 향해 열린 건 지난 1895년 영국의 H.G. 웰스가 과학 소설 ‘타임머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과학의 수준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던 그 시절 자신이 만든 기계를 가지고 서기 802,701년 아득한 미래로 떠나는 여행을 상상해낸 건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시간여행과 관련한 상상은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 의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리고, 물리학 이론의 발전과 더불어 시간여행은 단순한 상상의 차원을 넘어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연구되는 차원에까지 이르게 됐다. 최근 천체물리학의 놀라운 발견과 연구를 접하며,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의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간 개념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비롯한 물리학 이론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인류가 생성된 이래, 형이상학, 인식론, 언어철학, 물리철학, 논리학 등 제반 학문에서 시간은 늘 첨예한 쟁점을 이루는 핵심 논제였다. 책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시간을 둘러싸고 이루어져온 인류 지성사의 맥락을 정리, 소개하면서 그 대표적인 주장들의 논지와 허점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해설해간다. 이 책은 난해한 시간이론을 쉬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음의 4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만들어진 고전 SF영화가운데 하나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만들어진 고전 SF영화가운데 하나다.ⓒ스틸컷

이 책이 우선 던지는 질문은 ‘터미네이터는 1984년으로 갈 수 있는가?’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선 미래 세계의 지배자가 된 기계들이 자신들을 이기고 인간을 해방시키는 지도자가 된 존 코너를 막기 위해 그가 태어나기 전인 1984년으로 가서 그의 탄생을 막으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정말 이런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그런데 상식적으로 시간여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시간여행은 과거나 미래로 가는 여행인데,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은 신(God)조차도 할 수 없는 일아러고 말했고, 이에 대해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도 동의했다. 그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면 과거가 뒤죽박죽될 것이기 때문에, 시간여행을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어떤 물리법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이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과 비슷하지만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에 살아가고 있는 물리학자 팀 오펜하이머의 할아버지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인물이다. 팀은 타임머신을 개발했고, 원자폭탄을 막기 위해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일 결심을 한다. 그런데 ‘팀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질문이다. 이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팀이 시간여행을 가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이는 순간 팀 자신은 이 세상에 태어날 수조차 없게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은 ‘엘비스 프레슬리는 과거의 자신을 만날 수 있는가?’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과거로 가서 젊은 시절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엘비스는 날씬하면서 동시에 뚱뚱하다”는 문장을 참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존 코너는 오로라 공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하고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나오는 오로라 공주는 미래의 침략자이다. 미래에 지구를 침략하는 오로라 공주를 막기위해 현재의 행위를 바꾸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특수상대성이론의 상대적 동시성 개념을 받아들이면, 과거, 현재,/미래는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어떤 행위를 하든 간에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벌어질 일은 어쨌든 벌어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들로 시작된 시간여행과 관련한 의문은 이후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탐구로 이어진다. 시간이론은 크게 ‘시간이 흐른다’는 3차원주의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4차원주의로 구분된다. 이 책은 철학과 과학의 관점에서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오래된 쟁점으로부터 시간여행에 관한 최근의 쟁점에 이르기까지,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 사이에 벌어진 흥미로운 논쟁을 소개한다. 그리고 근대 시간이론과 3차원주의를 결합하여 새로운 3차원주의를 제시한다. 대중적인 영화와 이야기를 통해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으로 독자들을 쉽게 이끄는 매력이 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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