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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택공급 추가 확대, 위험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에 공공택지 추가 확대 공급 계획을 빠르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전망인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확대 정책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지난 7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금 상황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소장은 “매일 아침 뉴스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많이 오르는데, 앞으로도 계속 오를 텐데 이래도 안 살래?’라는 투기 세력의 자기실현적 예언, 압박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며 “연간 40만 호를 신규 주택 수요라고 보는데, 박근혜 정부가 매년 아파트만 70만 호씩 지어 ‘공급 과잉’인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압박에 못 이겨 공급을 늘리겠다고 나선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선 올해 입주 물량이 1990년 이후 역대 ‘최대치’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3만9611가구로 2017년 38만3820가구보다 1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00~2017년 연평균인 24만4140가구보다 80% 정도 증가한 수준인데, 공급물량이 대폭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급상승했다.

최 소장은 “이미 서울, 특히 집값이 뛰는 강남과 일부 강북지역의 집들은 서민들을 위한 집이 아니라, 전국의 자산가, 부유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투기상품이 된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서민들의 집이 늘어나고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꾼들이 취급할 수 있는 ‘실탄’만 더 늘리는 꼴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사는 가구의 비율을 뜻하는 자가 점유율은 서울의 경우 최근 5년간 41.1%에서 42.1%로 1%p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보급률은 94.4%에서 96.3%로 2%p 늘었다. 강남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자가 점유율은 34%로 뚝 떨어지는데 최 소장은 “매매 가격이 높은 강남3구의 자가 점유율이 낮은 것은 이 지역의 주택이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집값 폭등의 ‘팩트 체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 성사가 불분명한 ‘호가’를 기준으로 매주 생산되는 데이터를 모아 ‘집값이 오르고 있다, 내리고 있다’고 발표하면 믿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최 소장은 “미국의 경우 50개 주를 9개 권역으로 묶어 월간 단위로 가격 통계를 발표하고 유럽 대부분 국가는 분기 단위로 시장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한국처럼 주간 단위로 주택가격 통계를 내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60여 개 시군구에 대해, 8천 개도 안되는 표본 수를 근거로 발표하는 한국감정원이나 컨설팅 업체의 통계 발표, 이를 근거로 한 언론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연간 100만 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최근 35만 명대로 떨어지는 등, 이른바 ‘인구 절벽’을 맞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주택 공급 확대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지적도 있다.

최 소장은 “인구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지 못해 빈집이 500만 호에 육박하는 일본을 보면서도 우리 정부가 공급을 추가로 확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한국도 빈집이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20만 호가 넘는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고 우려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공급 확대가 아니라, 투기 억제 결기가 필요한 때”
“청년들 월세 50만 원씩 1년 600만 원 내는데...
30억 부자 세금이 그보다 못해서야 되나”
“장하성 실장 최근 발언은 무책임, 세입자 대책 추진해야”

최은영 소장은 “정부가 공급을 늘릴 것이 아니라, ‘투기는 이제 끝났다’는 결기를 정책으로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투기를 막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일관되게 보냄으로써 수요를 억제하는 게 먼저라는 설명이다.

최 소장은 “지난해 발표했던 8·2대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2대책은 투기지역에 대한 청약·대출규제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을 담은 “종합적으로 잘 만든 정책”이지만 임대주택 등록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면제 등 세제 혜택이 발표되고 이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세금 콩알탄’ 수준에 그치면서 “‘루프홀(Loophole, 허술한 구멍)’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주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부동산 안정화 추가 대책에 대해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돌아갔던 세제 혜택을 축소하고 최소한 참여정부 수준으로 종부세를 강화해 누더기가 된 정부 정책의 구멍을 메우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박근혜 정부는 담뱃세 올려 6~7조 원 세금을 더 걷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가 이 심각한 자산 불평등 시대에 제대로 세금을 걷어 복지수요 등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맨해튼이나 베벌리 힐스에 고가아파트를 정부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최 소장은 “말을 잘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이 예로 든 뉴욕과 LA 등 미국의 대도시 민간임대주택 2/3는 8년간 임대료 인상에 제한(연 5% 이내 인상)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소장은 “우리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런데, 일본만 해도 세입자는 영구적으로 사는 게 디폴트”라며 “세입자라고 하더라도 우리처럼 2년에 한 번씩 마구 올리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장치가 하나도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 실장 최근 발언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약속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도 “결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와 보수학자들이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피해는 세입자로 전가된다’는 주장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절대 약자인 세입자에게 피해를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입자 대책은 민주당 당론이다. 하지만 정부도 여당도 안 한다는 소리는 하지 않지만 한다는 소리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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