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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주노동자, 성폭력 피해 당하면 ‘사업장 변경’ 할 수 있게 제도 개선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여성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성폭력·성희롱 등을 당하면, 횟수에 상관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긴급 사업장 변경 제도’ 가 도입된다. 또한 이주 여성들에게 상담, 법률, 보호, 자활 지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전문 상담소도 개설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난 3월 여성, 노동자, 이주민이라는 다층적인 차별에 노출된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구제 ▲성차별 금지 ▲모성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0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고용노동부가 권고 수용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향후 고용노동부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해 ▲숙소 지도‧감독 강화 ▲피해 상담 전문성 강화 ▲예방 교육 실태 점검‧지원 확대 등 방식으로 권고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고시) 개정과 ‘긴급 사업장 변경제도’ 도입 추진에 나설 것임도 밝혔다. 사업주가 기준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하거나 사업주 및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및 직장 동료 등으로부터 성희롱·성폭력·폭행·상습적 폭언 등을 당해 근로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횟수와 관계없이 여성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2016년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중 성폭력·성희롱 대응에 소극적인 이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2016년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중 성폭력·성희롱 대응에 소극적인 이유ⓒ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의 권고 수용에 “성희롱·성폭력은 반복 가능성이 높고 한국말이 서툰 이주노동자에게 피해 입증이 특히 어려운 범죄”라며 “이를 고려할 때 피해 신고 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로 사업장 변경 요청이 있으면 즉시 허용하는 ‘긴급 사업장 변경제도’ 추진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전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농업 분야에 종사해 온 여성 이주노동자 A 씨는 지난 7월 기자회견을 통해 사업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A 씨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임의로 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가해자 처벌과 신속한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6 외국인고용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성 이주노동자는 32만 4천 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 중 33.7%를 차지한다.

이중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385명을 대상으로 인권위가 조사한 ‘2016년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중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자는 11.7%(45명)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 경험이 1회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23.2%), 누구에게 말해야 도움이 될지 몰라서(21.8%), 창피하고 오히려 내가 비난받을까 봐(18.2%), 법 체류 상태 때문에 신고가 두려워서(16.8%) 등을 이유로 답했다.

세계 이주민의 날인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비롯한 9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권리를 촉구하는 소비자·이주노동자·생산자 공동선언 발표를 하는 것을 이주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세계 이주민의 날인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비롯한 9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권리를 촉구하는 소비자·이주노동자·생산자 공동선언 발표를 하는 것을 이주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한편, 여성가족부는 이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종합 전문상담소를 오는 2019년까지 5개소 신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폭력피해 이주여성 쉼터, 그룹홈, 자활지원센터 등과의 연계 상담 및 법률·보호·자활 지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구제,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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