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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장실 마음대로 가지 말랬지” 애플 상담사들이 열받았다

애플사 제품과 아이튠즈앱 결제 고객상담을 하는 노동자들이 최근 노조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애플케어상담사노조 조합원들은 애플이 상담 업무를 외주화한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소속의 노동자들로 1년 계약직 등 불안한 고용환경 개선과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이혜진 부위원장이 자신들이 노조를 설립한 이유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편집자주-

“애플”
이 브랜드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이폰, 맥북, 아이튠즈…. 그야말로 세계적 기업, 고급스러운 제품을 출시하기로 유명한 기업의 이미지이다.

‘애플케어 상담사’는 이름 뜻 그대로 애플의 고객들을 케어 하는 일을 한다. 애플의 고객들은, 애플케어 상담사들에게 애플장비 사용법 및 수리에 관련된 기술과 itunes store에서 거래한 결제관련 이 두 가지에 대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아이폰, 맥, 애플워치, 아이튠즈 등 애플의 전 제품과 결제에 대해 안내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애플케어 상담사들이며,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문제 해결을 하는 사람도 바로 애플케어 상담사들이다. 고객들은 우리 상담사들로부터 안심을 얻고, 신뢰를 하며, 문제해결을 한다.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 만족을 주어야만 하는 상담사들은 과연 만족스러운 업무 환경을 제공받고 있을까?

최근 애플케어 상담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활동에 들어간 노동자들.
최근 애플케어 상담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활동에 들어간 노동자들.ⓒ애플케어상담사노조 제공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담사들
휴식시간 1회 15분, 화장실 사용 5분 이내만 가능
부족한 휴게시설로 사무실 밖에 서서 휴식시간 보내

고객의 만족을 위해 일하는 우리는, 안타깝게도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상담사들은 쉬지 않고 고객의 문의전화를 받는다. 한 고객의 응대를 마치면, 8초안에 새로운 고객을 응대해야한다. 이렇게 쉼 없이 전화는 들어오지만, 상담사들의 휴식시간은 30분이며,(점심시간별도) 이 휴식시간마저 관리자의 승인이 없다면 쉴 수 없다.

우리 상담사들은 휴식시간 30분 동안 화장실, 휴식, 업무 중 마시지 못한 물 마시기 등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쉴 틈없이 고객을 응대하고 말해야하는 상담직의 특성상 정말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허락 없이는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건, 인간으로서 고통 그 이상이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고통은 똑같겠지만, 승인을 받아야하는 제한 휴식은 특히 월경중인 여성에겐 정말 심각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건, 30분 휴식시간도 1회 15분을 넘길 수 없으며, 화장실 사용은 5분 이내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화장실을 포함하여 인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휴게시설로 사무실 밖에서 서서 휴식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보안’이라는 이유로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우리 업무의 특성상 사람 한사람도 지나다니기 힘든 복도에서 모두들 선채로 휴식하는데, 그나마 이 시간이 개인 휴대폰을 볼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업무에 필수적인 장비 또한 제대로 교체 및 지원 되지 않아, 고객의 불필요한 불만과 대기시간이 발생되며, 이로 인해 사비로 장비를 구입하는 직원들까지도 생겨난다.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추가근무는 기본이요, 우리의 휴무 및 연차, 대체휴가 또한 승인 거절되어 우리의 것을 우리가 우리 의사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상담사들의 현실이다.(근로기준법 60조 5항 위반)

고객의 만족은, 상담사들의 희생과 고통에서 오는 것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상담사들의 고충 및 업무환경 개선에 대하여 9개월 동안 지속적인 건의를 하였으나, 너무나도 힘없이 무시되고, 상담사들을 인간으로써 대우해주지 않는 사측의 태도를 수 없이 겪어야만 했다.

"화장실 못 가 고통 크다"고 했더니 "다 그렇게 살아" 대답
형식적인 노사협의회,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노조 결성

노사협의회에 들어갔던 노측 대표들이 화장실을 제 때 가지 못해 상담사들의 고통이 크다고 하였더니, "우리 와이프도, 젊어서 은행 직원할 때 방광염 달고 살았다, 다 그렇게 산다"라던 본사 직원, "원래 콜센터는 다 그렇다, 고객과의 약속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은 콜센터는 없다" 등 '이 자리가 공식적인 협의회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귀를 의심하게 되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회사에게 노사협의회란 법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형식만 있을 뿐 노사의 협의회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 상담사들은, 더 이상 이대로는 우리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과 우리도 우리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동조합 설립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노조설립 후 노조활동이 시작되며 노조에 가입하는 조합원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와 같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긴 시간동안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이야기하여야 이것들이 해결될지 몰라 늘 고뇌하던 이들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본적인 상담사들의 권리가 당연하게 무시되어 오는 것에 너무 답답했었는데, 말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 같다며, 너무나 기뻐했다.

사측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사협의회에서 건의하는 안건도 듣지 않던 회사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화장실에 건의함을 설치하였다. 뿐만 아니라, 업무환경 개선 중에 있다며 회사게시판에 대대적 광고를 시작했다. 공식적인 노사협의회에서조차 무시당하던 현실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의 힘으로 쟁취할 것이다. 처음시작부터, 단순히 '변화'를 바란 게 아니다. 상담사들을 '말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사람으로서 대접받기를 바란 것이다.

우리는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 고객을 소중하게 응대하는 상담사인만큼 애플케어 상담사들의 권익이 보호될 때 고객들 또한 그 권익이 보호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애플케어상담사노동조합, 이제 시작이다!

이혜진 애플케어상담사노동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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