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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지옥②] “무서운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직장 따돌림’ 당한 아내가 남긴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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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이렇게 만든 건,
현OO, 김OO, 윤OO
하지만 증명할 수 없다.
직장 내 왕따 주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아내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에 세 명의 직원 이름이 적혀있었다.

“무서운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공책 귀퉁이에 두서없이 적힌 글은 아내의 유서였다.

아내는 15년간 문제없이 직장생활을 했다. 3년 전부터 직장생활은 아내를 완전히 망가트렸다. 결국 아내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회사는 아내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단다. 아내와 친했던 동료마저 아내가 평소와 다를바 없이 생활했다고 답했다. 그렇게 아내의 죽음은 원인도 이유도 없는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부됐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았다.

24년 동반자 ‘아내의 죽음’
직장 내 괴롭힘이 ‘가정을 파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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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저도 읽는 게 힘들어서 다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를 꺼내 보였다. 오른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가 반짝 빛났다. 아내와의 24년이 오롯이 담긴 반지. 부부는 10년 연애를 하고 2004년에 결혼했다. 24년의 세월을 아내와 함께 해 온 그의 슬픔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신한카드 직원의 유족인 남편 장모(46)씨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직장 내 왕따를 당하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 단란했던 가정은 한순간에 파괴됐다.

”정말 견디기 힘들 때가 아침 출근 시간이에요.
일어나서 아내와 함께 출근을 준비했는데,
지금은 일어나자마자 도망치듯 집을 나와요.
직장에서도 집중이 안 됩니다.
아이가 있어서 버티며 살고 있는 겁니다.

4월 8일 남편의 삶은 멈췄다. 아내가 회사에서 열리는 행사에 다녀온 날이었다. 일요일 새벽 아내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가 얼마나 괴롭다고 신호를 보냈을까. 남편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내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을 흠치며 말을 이었다. 이 억울함을 누군가에는 전해야 했다.

아내는 평소에 손에 잡히는 것마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남편은 분명 아내가 무언가 남겼을 것이라 생각했다. 거실 테이블에 놓인 못보던 공책 한 권이 있었다. 작은 글씨로 남긴 아내의 마지막 말, ‘오빠 수고 했네.’

공책 안에는 직장 내 왕따를 암시하는 글이 군데군데 남겨져 있었다.

육아휴직 후 복직...본사서 지점으로 발령
발급센터서 직급 낮은 사원에게 일 배워
파견사 직원 해고 ‘부당 업무’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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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아내는 지난 2000년 신한카드(당시 LG카드)에 입사해 18년 동안 근무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던 아내는 파견회사를 통해 촉탁직으로 당시 LG카드에 들어갔다. 아내는 회사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업무 성적이 좋았던 아내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정규직이 됐고, 본사에서 일했다.

아이가 8살 무렵 아내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2014년 6월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본사가 아닌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아내가 지점에서 일하면서 바뀐 업무에 적응하는 것에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 적응보다 아내를 더욱 힘들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

대리직급이었던 아내는 발급센터로 가면서 S팀장이 됐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사원 밑에서 일을 배우며 6개월 정도 부팀장 역할을 했다. 이 역시 견딜 수 있는 일이었다.

회사가 팀장이 된 아내에게 처음 시킨 일은 파견사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었다.원래 파견사 직원 해고는 파견사를 통해 하는 것인데도 아내는 직접 해고 지시를 해야만 했다.

“해고된 직원이 아내에게 욕설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있었어요. 그걸 저한테 캡처해서 보내 준 것도 있고, 주위에 협박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거의 혼자 점심을 먹었다. 철저한 ‘외톨이’였다. 빵으로 늦은 점심을 떼우는 아내가 안쓰러워 남편이 아내를 찾아가 점심을 먹기도 했다.

“10여 년을 다닌 직원이 왜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는지, 센터장이라도 파악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내는 업무평가에서 2년 연속 C를 받았다. 발급센터에서도 아내는 인사고과에서 C를 받았다.

“아내가 지점장이 다른 사람의 고과를 챙겨주기 위해 본인 고과를 빼앗았다고 원망했어요. 아내가 업무에 적응해서 고과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세번째로 C를 받았을 때, 과장이 될 수 있는 꿈은 끝났다고 느꼈을 거예요”

아내는 병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2015년부터 2016년 1월까지 10개월 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의료기록은 그 때로 끊겼다. 의료기록 상 완치 상태가 아니었다.

견디다 못한 아내는 올해 1월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아버지가 편찮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내는 희망퇴직을 번복했다. 마음을 다잡고 직장 생활을 견뎌보려 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아내는 세상을 등졌다.

입을 닫은 동료들, 경찰은 ‘내사 종결’
남편은 산재 소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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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아내가 죽고 난 후 회사는 남편에게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말이 바뀌었다. 160명 중 100여명이 파견직 사원이라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정규직 40~50명은 인터뷰하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그러더니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인터뷰를 하겠다고 다시 말이 바뀌었다.

“누가 선뜻 자발적으로 인터뷰 하겠다고 할까요? 유서에 나온 세 명은 경찰이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을 때도 안 왔는데 인터뷰를 했을까요?”

남편은 인터뷰 조사 결과를 받지 못했다. 남편이 직접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로 했다. 회사에 아내가 쓴 회사 메신저 자료, 업무지시 자료를 요청했다. 회사는 개인정보가 들어있다며 거절했다.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내의 개인 사물함에 있는 물건을 챙기고 나오는 것 뿐이었다.

‘더 이상 회사와 말하는 것은 소용 없구나.’

남편은 아내의 동료들을 찾았다.

“아내와 정말 친한 동료가 있었어요. ‘언니보다 먼저 죽을테니 자기가 죽으면 장례식장에 꼭 와줘’라고 말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죠. 제가 전화를 해봤는데, ‘언니(아내)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똑같았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남편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입막음을 했다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가해자 뿐 아니라 방관자들도 아내의 죽음에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명의를 자신으로 바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기를 들여다 본다. 혹여 아내의 사정을 알았던 동료들의 전화나 메시지가 올까 하고.

“누구든 애도하는 느낌으로라도, 누가 힘들게 하는 거 알았는데 미안하다. 그렇게라도 휴대전화에 문자로 남겨줬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죽음에 회사와 업무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 중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산재 승인을 받을 확률이 낮다.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괴롭고 어려운 일인데, 그 입증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포기할 수 없다. 아내를 그저 ‘극단적 선택을 한’것으로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산재 승인은 아내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아내의 죽음은 그 결과라는 기준이 될 것이다. 남편은 그렇게라도 아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했다.

경찰은 ‘내사 종결’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쉽게 말해 가해자는 없다는 말이다. 유서에 적힌 직원들은 경찰 참고인 조사에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강제로 조사할 근거가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은 관련법도 없기 때문이다. 형사상 책임은커녕 경찰 수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편은 변호사들을 찾아다녀봤지만 허사였다. 쉽지 않은 일인데다 거대한 기업을 상대하는 일이라 다들 꺼려했다고 그는 전했다.

“사람 한 명이 죽는다고 내부적으로 바뀌지 않을 거예요. 대부분 사람들은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지 피해자가 될 확률은 높지 않겠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자가 회사를 그만 두어도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게,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규정하고 관련 법제도를 만들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와 개념을 정리하고 법 제도적 기준을 세우기 위해 민중의소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사례들과 통계자료,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총 10편의 기사와 인터랙티브 콘텐츠,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편집자주

[직장지옥①]화장실 간 횟수까지 묻는 상사..나는 두 번 쓰러졌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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